[권력 자본 감시] 경찰 엉터리 수사 덕에 지분 더 많은 회장은 무혐의
아이카이스트는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김성진 씨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김 씨 51%, 카이스트가 49% 지분을 가진 회사다.
2013년 박근혜 씨가 제품을 직접 시연하면서 아이카이스트는 ‘창조경제’의 상징이자 시장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김 씨는 대법원에서 200억 원대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9년, 벌금 31억 원이 확정됐다.
지난달 14일 아이카이스트 투자를 미끼로 김 씨와 똑같이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인물이 있다. 아이카이스트 협력업체 대표 서모 씨다.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왕해진)는 서 씨가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과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두 사건을 병합한 뒤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서 씨는 1심 선고 직전 도주했었다.
서 씨는 2013~2016년 사이 “아이카이스트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연 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 104명으로부터 약 237억 원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뉴스하다는 최근 서모 씨와 아이카이스트 운영방안을 논의한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했다. 서 씨와 대화한 인물은 아이카이스트 A회장이었다.
이들은 의장인 김성진 씨가 구속되면 아이카이스트라는 브랜드가 붕괴되고, 기존 제품 판매와 마케팅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대화 시점은 김성진 씨가 구속되기 몇 달 전인 2016년 4월. 당시 창업주인 김 씨와 A회장은 아이카이스트 지분을 나눈 뒤, 각각 ‘아이카이스트홀딩스’ 대표이사로서 결재권을 가졌었다.
직접 소유한 주식은 김 씨가 A회장보다 많았지만, 우호지분까지 따지면 A회장이 더 많았다.
A회장 : 우리 서류, 책자, 뭐 거기 뭐 나무 다. 이거 다 지금 로고를 지금. 우리가 몇 개 만들었냐면 4만 개 만들었어. 이 기계를 내가 60억 원어치를 만들었어. 60억 원어치에 여기에 다 아이카이스트 찍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내가 아이카이스트가 지금 뒤지면 좋겠냐고. 내가 바라는 거는 아이카이스트가 오래오래 살아있는 게 내가 원하는 거야.
A회장 : 그러니까 우리가 이 회사를 아이카이스트라는 회사를 키우는 방법은 너무 쉬워. 그런데 성진이는 없어야 돼. 그러니까 성진이가 없어야 그 영업을 할 수 있어.
A회장과 서 씨 등은 김성진 씨가 구속된 이후의 사업전략도 함께 짰다.
A회장 : 아, 이거 우리끼리는 뭐 주주 간 합의서를 또 써야 되는 거 아니야? 우리 서로 배반하지 않기로. (중략) 그런데 마지막에는 사실은 어떻게 되면 그런데 이게 지금 여담인데 성진이가 잘못됐을 때는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제 가야 되는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조 상무 4명. 그거는 무조건 잡아야 돼. (중략)
서모 씨 : 자신 있습니까?
A회장 : 아휴, 사람 데리고 오는 건 내가 자신은 하는데. 그 양반이 성진이는 자연스럽게 나갔을 때는 데리고 오기가 쉬운데.
구속된 김 씨와 서 씨처럼 A회장도 아이카이스트라는 브랜드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A회장은 처벌받지 않았다.
A회장은 2016년 아이카이스트 안팎이 시끄럽자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아이카이스트홀딩스 사명을 ‘프라바이오’로 바꾸고 김종국·고준희·이상민 등 연예인을 내세워 홍보했다.
프라바이오는 2016년 11월 14일 유통회사 다오닉스와 피부관리기기 5종의 미국 총판과 물품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다오닉스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한 제품들 중 30% 이상 불량이 나와 반품 사태가 일어났다. 프라바이오는 일부 제품을 교환해주고 잠시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다오닉스는 프라바이오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불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불량제품을 납품해 약 13억500만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성훈 대표는 A회장 등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프라바이오는 협약 체결 이전인 2016년 3월 24일 같은 제품 판매 런칭쇼에서 대부분 제품이 불량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김 대표에게 고지하지 않았던 것.
중대 하자 등으로 인해 불량률이 매우 높아 제대로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고지했다면 다오닉스는 협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다.
이 같은 내용이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으나, A회장 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성훈 다오닉스 대표는 A씨와 부사장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증거가 있음에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핵심증거를 분실하는 등 신뢰도가 떨어지는 수사과정을 보여줬다.
김성훈 다오닉스 대표는경찰에 고소한 뒤 조사를 받고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2022년 5월 16일 통화에서 증거 분실을 자인했다.
증거를 분실한 박모 수사관은 김 대표에게 다시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메일, 녹취록, 불량 반품표 등 200쪽이 넘는 분량을 다시 제출했다.
그럼에도 박 수사관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당시 분실 규모를 고작 10쪽 분량이라고 진술했다는 게 김 대표 주장이다.
경찰은 A씨 등과 핵심 대질조사 영상녹화 자료도 잃어버렸다. 이는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
박 수사관이 고의로 분실(멸실)했다면 형법상 공용서류은닉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국가공무원법 78조에 따른 ‘직무태만’으로 징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경찰은 사건을 25개월 동안 끌었고, 지연 사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경찰수사규칙 24조는 고소고발 사건은 ‘3개월 이내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돼 있다. 11조에는 수사기간이 3개월이 지나면 고소인 등에게 7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44조는 영상녹화물을 데이터베이서 서버에 전송할 수 있고, 손상 또는 분실하면 서버에 있는 파일로 영상녹화물을 제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박 수사관은 해당 수사규칙을 모두 어겼고,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를 인정해 박 수사관에게 ‘적절한 조치(징계, 처벌 등)’를 취하라고 성동경찰서에 권고했다.
증거를 잃어버리고 사건을 지연시킨 뒤, 박모 수사관은 A회장 사건을 불송치(혐의 없음) 처분했다.
박모 수사관은 “고소인(김성훈 대표)과 합의를 본 상황에서 끝내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며 “이와 같은 피의자(A회장)와 고소인의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피의자의 기망행위와 고소인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김성훈 대표는 박모 수사관을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했다.
이와 관련, A회장은 김 대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성훈 대표는 A회장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손해배상)을 치르고 있다. 1심은 A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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