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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하다 Dec 08. 2023

[뉴스하다]검찰 법인카드 사용내역 조작 최초 공개

소맥 49병 곁들인 고기파티 영수증 쪼개기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 퇴임 전 회식 영수증 원본 입수

술 감추고 삼겹살과 장아찌만 먹은 걸로 둔갑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경기도청을 수차례 압수수색한 검찰 내부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영수증 금액을 줄이기 위해 분할 결제하거나 상세내역이 나오지 않게 별도 영수증을 발급한 것을 뉴스하다가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뉴스하다는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이 퇴임 전 회식자리에서 나온 영수증 원본을 입수했습니다. 취재 결과 쪼개기 결제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소맥 49병, 돼지고기 파티를 한 뒤 70만 원대 결제금액을 48만 원과 23만 원으로 분할 결제했습니다.


술 마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영수증을 조작해 삼겹살과 대파장아찌만 먹은 것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특히 뉴스하다 등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영수증에는 주문내역이 전혀 나오지 않게 재차 바꿨습니다.


뉴스하다는 검사들이 영수증 먹칠로 감추고 싶었던 회식 메뉴를 최초 공개합니다.


부천지청 회식 영수증 3단 변신


①1단 변신 : 분할결제

뉴스하다는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이 퇴임하기 직전 열린 회식자리 영수증 원본을 입수했다. 2022년 6월 28일과 30일 부천지청 인근의 한 식당에서 발행된 영수증이다. 그런데 이 영수증은 부천지청이 지난 7월 공개한 영수증과 최초 결제금액부터 내용, 형식까지 모두 달랐다.


부천지청은 지난해 6월 28일 ‘8,9급 수사관 만찬간담회’를 명목으로 48만 원을 지출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부천지청이 당초 뉴스하다에 공개한 2022년 6월 28일 영수증은 업체명과 결제시간, 구매내역이 모두 먹칠로 가려진 상태였다.

부천지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관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부천지청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하다는 남아 있는 주소와 연락처, 사업자번호로 식당(이베리코 돼지 고깃집)을 특정했고 원본 영수증을 입수했다.


확보한 2022년 6월 28일 원본 영수증은 총 3장이다. 같은 날 이 식당에서 발급된 영수증 전부다.


처음 발행된 영수증은 오후  9시 44분에 나온 71만3천 원짜리 취소영수증이다. 이어 1분 뒤인 9시 45분에 48만 원 금액의 영수증이 발행됐고, 9시 46분에는 23만3천 원짜리 영수증이 추가 발행됐다.


뒤에 발행된 두 영수증 금액의 합은 앞서 취소된 금액과 정확히 일치한다. 단일 결제금액이 작아지도록 분할 결제한 것. 부천지청은 48만 원에 해당하는 영수증만 업추비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이러한 분할결제는 검찰의 예산집행 매뉴얼에서 ‘부적정 사용 예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부천지청이 분할결제를 시도한 이유는 증빙자료를 생략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예산집행 매뉴얼에 따르면 한 건에 50만 원이 넘는 업추비를 결제할 때는 회식 자리에 참석한 사람의 소속과 성명을 적은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부천지청은 71만3천 원을 분할해 48만 원 영수증만 제출하면서 참석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꾸민 것이다.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통해 재구성한 검찰 업추비 예산집행 매뉴얼.


②2단 변신 : 세부내역 조작

영수증 세부 내역도 조작됐다. 71만3천 원짜리 최초 영수증에는 크게 12개의 품목과 주문 수량이 상세히 나와 있다. 1인분(120g) 1만6천 원짜리 이베리코 고기 21인 분, 가브리살 1인분, 목살 5인분, 맥주 34병, 소주 15병, 비빔냉면 6인분, 라면 5인분, 기타 음료 등이다.


이 영수증은 2개의 영수증으로 분할 재 발급되면서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48만 원짜리 영수증에 찍힌 내역은 삼겹살 34인분 47만6천 원과 대파장아찌 4개 4천 원이 전부다. 23만3천 원 영수증도 삼겹살 16인분과 대파장아찌 9개로 모든 품목을 대체했다.


1인분 단가가 높은 이베리코 고기(1만6천 원)와 가브리살(2만7천 원)이 삼겹살(1만4천 원)으로 둔갑했고, 맥주 34병과 소주 15병 등 주류를 비롯한 다른 품목들 역시 증발했다. 품목을 최소화하면서 금액만 맞춘 셈이다.


2단 변신을 통해 소맥 49병을 마신 회식 영수증은 주류 없는 영수증으로 거듭났다.


③3단 변신 : 정보공개용 영수증은 따로

부천지청의 조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단, 2단에 걸쳐 조작한 영수증조차 그대로 내놓지 않은 것. 지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세부내역을 생략하고 금액만 나오게끔 발행한 영수증이다. 2단 변신 후 영수증에 남았던 삼겹살과 대파장아찌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먹칠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검찰이 제출한 증빙 영수증으로는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다. 


방문하지 않은 날 발급된 영수증, 허위 발급 의혹


부천지청은 2022년 6월 29일 형사1부·2부 검사 만찬간담회에 45만 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다음날인 30일은 형사3부·공판부 검사 만찬간담회에 49만 원을 사용했다고 업추비 집행내역을 올렸다.

부천지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관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부천지청 홈페이지 갈무리>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도 45만 원, 49만 원 영수증이 남아있다. 사용처는 6월 28일과 같은 이베리코 고깃집. 영수증 또한 세부내역이 생략된 채 금액만 남아있는 동일한 모양이다.


 뉴스하다는 이 영수증의 원본을 찾기 위해 29일 결제내역을 추적했으나, 같은 날 해당 식당에서 45만 원을 결제한 내역은 없었다. 부천지청이 이날 방문하지 않았거나, 금액을 바꿨다고 의심되는 상황.


다음 날인 30일 영수증을 보면 둘 다 해당돼 보인다. 30일 식당에서 발급된 영수증은 85만 원짜리 단 한 장이다. 30일 이곳에서 49만 원을 사용했다는 부천지청의 공개내역과 다르다.

원본 영수증의 결제내역에는 복잡한 셈법이 그대로 드러난다. 먹은 음식의 총액 132만1500원에서 47만1500원을 할인하더니 남은 청구금액을 85만 원으로 맞췄다. 또 청구금액과 달리 영수증 하단에 표기된 결제금액은 36만 원이다. 원본영수증 85만 원에서 부천지청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영수증 금액인 49만 원을 빼면 36만 원이 나온다.


영수증 조작하면서까지 뭘 먹었나 보니


2022년 6월 30일은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의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이다. 영수증 조작으로 인해 신뢰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검찰 말에 따라보자면, 이날 부천지청은 형사3부·공판부 검사 만찬간담회를 했다.

부천지청 검사들이 먹은 120g 1만6천 원 상당의 이베리코 고기. 현재 1만8천 원으로 인상. 사진은 2인분 양이다. 


이날 회식의 인기메뉴는 120g에 1만6천 원인 이베리코 고기로, 44인분을 주문했다. 이 부위는 등심과 목살 사이의 특수부위로 소고기와 같은 식감이 난다고 한다. 이밖에 1인분 2만7천 원짜리 가브리살과 삼겹살, 목살까지 고루 곁들여 먹었다.


술도 빠지지 않았다. 맥주 48병과 소주 19병을 주문했다. 맥주와 소주의 종류는 각각 2개씩. 후식으로는 비빔냉면과 라면, 된장찌개, 간장계란밥을 먹었다.


검사들이 저녁 회식을 한 고깃집의 4인석 테이블은 총 7개. 모두 채워 앉으면 28명이 들어간다. 2022년 6월 30일 이 식당에서 발행한 영수증의 할인 전 총액은 132만1500원.


최다 인원을 가정하면 1인당 4만7천 원 가량을 식사비로 쓴 셈이다. 행안부 기준에 따르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업추비로 한 번에 1인 당 4만 원을 쓸 수 있다. 


뉴스하다는 업추비 영수증 조작에 대해 부천지청에 수 차례 질문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부천지청을 직접 찾아가 담당자인 재무팀장에게 만남을 요청했으나 “공보관이 답하기로 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공보업무를 하는 권유식 차장검사는 8일 뉴스하다와의 통화에서 “재무팀장에게 전달 받은 내용이 없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재무팀장이 휴가 중이라 돌아오면 확인해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은 "저는 회사를 나온 사람이라서 검찰에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zero@newstapa.org


<기사보기>

https://newshada.org/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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