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스하다 Jan 26. 2024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사례 사상 처음 드러나

뉴스하다 등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 특정업무경비 분석 결과 발표

뉴스하다를 포함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등)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검증은 검찰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사상 최초로 이뤄졌으며, 극히 제한된 범위 자료만을 검증했는데도 심각한 유용사례가 드러났다.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등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죄도 성립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검찰 예산집행 전반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가 된 시점의 정유미 전 천안지청장은 현재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맡고 있다. 장동철 전 고양지청장은 현재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비싼 회식 일부 업무추진비로, 일부 특정업무경비로 결제

검찰이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공개하면서, 상호와 결제시간 등을 가리고 공개하는 바람에 검증이 가능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유용수법은 이렇다. 지청장 등 검사들이 회식을 하고 나서,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카드로 회식비를 두 번에 나눠서 결제한다.


이런 수법으로 수사활동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검사들 밥값과 술값으로 유용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정업무경비를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다. 


특정업무경비 유용사례는 청주지검 충주지청, 대전지검 천안지청,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발견됐다. 202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증빙자료 중 확인 가능한 것들을 교차 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모두 사용한 사례는 총 33건으로 확인됐다. 이중 결제시간, 테이블번호 등을 파악했고 한 건의 식대를 두 개로 나눠 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7건 중 6건을 공개한다.


검찰이 결제시간과 장소를 모두 먹칠로 가린 이유가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교차 검증을 방해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양지청장은 2023년 2월 6일자로 검찰 인사 발령이 난 다음날인 2월 7일 경기도 파주 한 장어요리집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다.


이날 지청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장어 특대 10만 원짜리 4개(40만 원), 쏘가리매운탕 10만 원짜리 3개(30만 원), 장어 특 한 마리(5만 원)를 추가했다. 소주와 맥주는 13병을 섞어 마셨다. 총 회식비는 85만 2천 원이다. 

결제는 지청장 업무추진비로 45만 2천 원을 지출하고, 4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두 번 처리했다. 두 카드 영수증 테이블번호 등이 일치하므로 한 자리에서 진행한 회식비를 나눠 결제한 것.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된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회식비로 사용한 부분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고양지청의 2023년 2월 7일 카드 영수증 원본.


고양지청이 공개한 2023년 2월 7일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카드 영수증.


고양지청이 공개한 2023년 2월 7일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카드 영수증.


이와 관련, 장동철 서울고검 형사부장(전 고양지청장)은 “수사 지원 활동을 뉴스타파 쪽에서는 꼭 현장에  나가는 걸 수사 이런 걸로 생각하시는데, 수사하는 검사나 수사관들을 격려하고 하는 것도 다 수사 지원”이라고 말했다.


고양지청이 이런 수법을 사용해 사례는 3건이 더 있었으나 결제시간, 테이블번호 등을 먹칠로 지운 탓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천안지청장은 2023년 2월 7일 청사 앞 고깃집에서 ‘상반기 전입검사 만찬간담회’를 했다. 이날 고기세트 3개, 눈꽃살 2개, 황제살 2개, 안창살 2개 등을 먹고 소주 10병, 맥주 24병 등 34병의 술을 마셔서 총 52만8천900원이 나왔다.


결제는 오후 8시 19분 천안지청장 업무추진비로 30만 원을, 4분 뒤인 8시 23분에 나머지 22만8천900원을 특정업무경비로 긁었다. 수사활동에 쓰여야 할 특정업무경비 예산이 간담회 회식비로 유용된 것.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2월 7일 회식비 카드 영수증.


또 천안지청장은 2023년 1월 10일 검찰 직원들과 천안시 모 참치집에서 ‘음악동호회 간담회’ 명목으로 회식을 가졌다. 평일 저녁 코스 요리가 1인당 5만 원이 넘는 곳.


이날 5만5천 원짜리 디너정식 10개(55만 원)를 먹었고, 콜키지(주류 반입) 비용(3만 원), 소주와 맥주 10병(7만 원)을 마셨다. 총 비용은 65만 원. 결제는 지청장 업무추진비 40만 원, 나머지 25만 원은 특정업무경비로 지출했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1월 10일 카드 영수증 원본.


천안지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


이와 관련, 정유미 검사장은 “솔직히 말하면 제가 숫자에 약하기 때문에 직원들한테 물어봐 가면서 쓰기도 하고, 금액이 넘었다 하면 내 카드를 주기도 하고 그때 그때 어떻게 썼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일단 그때 이걸 처리했던 직원들한테 한 번 물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이런 일들이 왜 검찰에서 계속 이루어지냐 아직까지 검찰의 예산에 대해서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 보면서 감사하고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이라며 “검찰에서 예산의 원칙을 어겨가면서 벌어지는 이런 예산 집행이 비일비재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충주지청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카드가 결제된 사례들이 발견됐다. 심지어 14초, 23초 차이로 두 번에 나눠서 결제한 사례도 있다.


충주지청장은 2021년 10월 15일 한 프렌차이즈 초밥뷔페에서 ‘민원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2만 원을 결제했다. 같은 날 특정업무경비로도 30만 원이 결제됐다. 특정업무경비는 오후 1시 13분 59초에, 업무추진비는 14초 뒤에 결제됐다.


2023년 3월 15일 충주지청으로부터 약 8km 떨어진 쏘가리매운탕과 장어구이전문점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거의 동시에 결제된 사실도 확인됐다. 두 카드의 결제시간 차이는 23초였다.


‘청주지검 관내 월례회의 간담회’ 명목으로 3월 15일 오후 7시 42분 31초에 38만3천 원을 업무추진비로, 23초 뒤에 특정업무경비로 같은 식당에서 24만3천 원이 결제(충주지청 검찰 수사활동지원경비 지출내역 기록부)됐다. 


2022년 7월 18일 한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오후 12시 38분 36초에 특정업무경비 13만2천 원이 ‘국민생활침해사범 단속’ 명목으로, 3분 42초 뒤인 오후 12시 42분 18초에 ‘자유형집행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12만6천 원이 결제됐다.


이들은 음식점 안에서 5번과 6번 테이블에서 붙어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11시 54분 34초, 11시 55분 1초에 똑같이 한돈 양념구이 정식 7개씩을 주문했다. 

2022년 7월 18일 왼쪽이 특정업무경비로 지출된 주문내역, 오른쪽은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주문내역.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한다. 


특수활동비가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면, 특정업무경비는 기밀수사를 제외한 수사활동에 소요되는 실제 경비인 것.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법무부 예산에 포함돼 있다. 2023년 특정업무경비는 총 466억1천400만 원이다. 형사부 등 수사지원 337억7천600만 원,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 44억2천300만 원, 국민생활침해 범죄수사 26억7천200만 원, 공공수사 15억1천200만 원, 마약수사 12억2천800만 원, 사회공정성 저해사범 수사 7억9천500만 원,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수사 7억2천만 원, 공판활동지원 7억7천200만 원 등이다.


특정업무경비는 편성된 경비 목적에 맞도록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며, 업무추진비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월 30만원 범위 내에서 개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정업무경비도 특수활동비처럼 매년 집행계획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장관에게 1월 말까지 통보해야 하고, 특정업무경비 집행계획 수립 시 내부통제강화 등 특정업무경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24년 예산안과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법무부에 특정업무경비 집행계획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국회 예산정책처에도 제출을 거부할 정도로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을 거부하면서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및 수사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하는 예산으로서, 집행계획이 공개될 경우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정보활동 등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나와 있다.


공동취재단은 2017년 돈봉투 만찬사건으로 면직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행정소송 판결문에서 대검찰청 특정업무경비 집행매뉴얼을 찾을 수 있었다.


특정업무경비 부적정 사용예시로 업무추진비, 축⋅조의금 용도 사용(간담회, 협의회, 회의)이 명시돼 있다. 간담회, 협의회 등은 반드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업무경비 유용, 전면적 수사·감사 필요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는 특정업무경비 전면 감사나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정업무경비는 수사활동에 쓰라고 별도로 배정되는 국민세금이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찾아낸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증 분량이 적음에도 심각한 유용사례들이 드러난 것을 보면, 특수활동비뿐 아니라 특정업무경비도 예산 오⋅남용이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나서 검찰 특정업무경비 실태를 전면 감사하고, 업무상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회식비 사용 후 수사활동에 쓴 것처럼 서류 작성) 등 혐의가 드러난 건은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특별검사 수사범위에 ‘특정업무경비 유용’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며 “특정업무경비는 지금까지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공개가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 청구했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지금까지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하다. 대검찰청도 2018년 6월까지 특정업무경비 지출자료를 공개했을 뿐,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9월까지 특정업무경비 지출자료를 공개하는데 그쳤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정리 이창호 기자  


<기사보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사례 사상 처음 드러나

https://newshada.org/1561/

# 뉴스하다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 없이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정기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 정기후원과 상시후원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https://www.ihappynanum.com/Nanum/B/5XHUZ07UV0


작가의 이전글 “검찰, 선결제 이용” 예산 집행 꼼수 드러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