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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하다 Feb 22. 2024

전 검찰 민원실장 “검찰총장이 내려준 특활비 받았다”

[뉴스하다]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 뉴스타파 등 5개 언론,3개 시민단체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밀수사와 전혀 관련 없는 민원실에 최소 수천만 원 이상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실 직원에게 특활비를 지급한 것은 명백한 세금 오·남용으로 업무상 배임 소지가 커 보인다. 이는 퇴직 검찰공무원 내부 제보로 드러난 사실이다.


기존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밝힌 특활비 불법 사용 의혹에 더해, 현직 검찰총장의 특활비 오·남용까지 드러난 상황이므로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하다.


공동취재단은 4·10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은 검찰 특활비 관련 특검 도입과 특활비 폐지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검찰 제공>


공동취재단(뉴스하다,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2일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특활비 오·남용에 관한 내부 제보를 공개하고 특검 도입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2023년 6월 20일께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집행했다는 것. 뚜렷한 명목도 없이 최소 수천만 원 이상을 지급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출신 퇴직 검찰공무원 내부 제보로 드러났다.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집행한 것은 기획재정부 지침이 정한 특활비의 사용 용도를 완전히 벗어난 세금 오·남용으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원석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지난해 6월 20일 오후 1시 5분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이었던 제보자 앞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보자는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검찰 6급)이다.


총무과 담당직원이 보낸 메시지였는데, 제목은 ‘내일 우수직원 격려 행사 참석 안내’였고, 내용은 “검찰총장실에서 계장님께 내리신 특활비 100만 원을 내일 우수직원격려 행사 때 청장님께서 전수’한다는 것이었다.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에게 특활비 100만 원을 내려준다는 메시지. <공동취재단>


오후 1시 17분에는 천안지청 재무 담당자의 메시지가 왔다. 역시 대검찰청에서 100만 원의 격려금이 내려왔으니, 특활비 현금영수증에 서명해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특활비 영수증에 서명해 달라는 메시지. <공동취재단>


당시 제보자가 받은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는 현금수령일과 금액은 이미 적혀 있었다. 명목은 ‘국정수행지원(대국민 민원서비스 향상을 위한 국정수행활동 지원)’이었다. 

최영주 전 민원실장이 받은 특활비 영수증. 기밀수사가 아닌 국정수행지원 명목으로 받았다. <공동취재단>


제보자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정보활동에 쓰여져야 할 특수활동비가 자신에게 지급된다는 것이 이상해서 검찰총장 비서관과 통화했다. 당시에 제보자는 ‘총장님께서 100만원 내리셨다는데 이게 저 개인에게 주는 겁니까? 민원실에 주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검찰총장 비서관은 민원실에 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제보자는 고민했으나 특활비 수령을 거절하지 못했고, 민원실이 소속된 천안지청 사건과의 다른 팀장들과 과 서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과 다른 팀들과 나눠 쓰기로 결심한 것. 

최영주 전 민원실장은 총장이 내린 특활비를 거부하지 못해 다른 팀들과 나눴다. <공동취재단>


다음날인 6월 21일 제보자는 정유미 당시 천안지청장이 주관하는 ‘우수직원 격려 행사’에 참석해 특활비 100만 원을 현금으로 수령했다. 5만 원권 20장이 든 100만 원의 봉투였다.


전달은 정유미 지청장이 했지만, 이원석 총장이 내려준 특활비였다. 제보자는 사건계 30만 원, 검찰계 20만 원, 피해자지원실 20만 원을 나눠줬다. 민원실은 30만 원으로 회식했다. 


검찰청 민원실은 민원이나 고소·고발 접수, 제증명 발급, 세입, 열람등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고 천안지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따라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2023년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인 특활비를 사용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니다. 


천안지청만이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수활동비가 뿌려져

이원석 총장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것은 천안지청 민원실만이 아니었다. 제보자는 6월 20일 오후 4시 20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이원석 총장이 전국 검찰청 민원담당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수사활동지원비(특활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검찰청 민원실에도 수사활동지원비(특활비)를 지급했다는 메시지. <공동취재단>


제보자는 검찰총장 비서관과 전화 통화했고, 천안지청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도 특활비를 지급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이원석 총장은 6월 20일 수도권 검찰청 민원실 담당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원석 총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보면 ‘수도권청 민원처리 담당자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57만 원을 집행했다. 이원석 총장은 간담회를 하면서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뿌린 것. 

이원석 총장이 수도권 검찰청 민원실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 관련 기사. <공동취재단>


문제의 심각성

이원석 총장은 취임 이후에는 “특활비를 단 한푼도 잘못 쓰이지 않도록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침에 따라 용도와 절차에 맞게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검찰 특활비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을 비호했다. 그러나 이번 제보로 이원석 총장 본인이 특활비를 오·남용한 구체적인 사례가 드러난 것.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으로 특활비를 뿌리는 것은 특활비 용도를 완전히 벗어난 것. 기밀수사도 하지 않는 부서에, 특정한 용도도 없이 단순한 격려금으로 특활비를 뿌린 것은 명백한 세금 오·남용이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다. 


또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동시에 특활비를 뿌렸다는 점과 천안지청 민원실에 지급된 금액이 100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23년 6월 20일께 수천만원 이상 특활비가 오·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원실에 특활비가 집행된 시점은 대법원에서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돼 사상 최초로 자료가 공개된 지난해 6월 23일 바로 직전이다. 이원석 총장은 자료공개를 눈앞에 둔 시점에도 특활비를 마음대로 오·남용한 것.


이는 특활비 집행명목을 가리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결을 악용해, 자료가 공개돼도 세금 오·남용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

지난해 6월 23일 검찰 특활비 자료가 공개된 이후 8개월 넘게 검증작업을 통해 숱한 불법의혹들이 드러났다. 

특히 2017년 상반기 무렵까지 특활비 집행자료를 불법폐기한 것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야 하는 범죄다. 


또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특활비 오·남용 사례 중에도 수사가 필요한 사안들이 많다. 2017년 하반기에도 영수증없이 사용된 대검찰청 특활비가 2억 원에 달하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온갖 행태들이 드러난 바 있다.


명절 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이임)전 몰아쓰기, 부서별 나눠먹기, 격려금·포상금 명목으로 지급, 비수사부서 지급같은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를 벗어난 것. 또 공기청정기 렌탈비, 스타벅스 음료값, 파리바게트 케이크 구입, 회식비, 농협 상품권 구입 등 특활비의 용도를 벗어난 사례들도 숱하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17개월 동안 무려 70억 원의 특활비를 현금화해 법·행정적 통제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마음대로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또 최근에는 수사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유용한 사례들이 고양지청, 천안지청, 충주지청 등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 전체가 예산부패, 예산낭비에 찌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정당들 입장표명 촉구

공동취재단은 4·10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에게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각 정당들은 검찰 특활비 폐지와 검찰 예산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입장을 책임 있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검찰 특활비 등 불법 의혹에 관해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 특활비 폐지와 검찰 예산집행 투명성 확보 방안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 특활비는 올해도 72억 원 가량이 편성돼 있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활비를 폐지하고 수사에 필요한 예산이 있다면 카드사용이 원칙인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지금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검찰 예산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 관심과 검찰공무원들 제보 기다린다

공동취재단은 “검찰 특활비를 둘러싼 불법 의혹은 검찰조직이 특권의식과 비밀주의에 얼마나 찌들었고, 법 위에 군림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검찰개혁을 위해 앞으로도 검찰 특활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국민들에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원석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은 퇴직한 검찰공무원의 용기 있는 제보가 있었기에 세상에 드러난 것”이라며 “양심 있는 전·현직 검찰공무원들의 제보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정리 이창호 홍봄


<기사보기>

https://newshada.org/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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