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다]국회의원 그래도 뽑아야죠
지난 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연수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정승연 국민의힘 후보가 “한일 FTA 당시 일본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일본 입장의 논문을 썼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정승연 후보는 박 후보 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정 후보는 “국회도서관에서 검색하면 논문을 볼 수 있고, 연구비까지 공개됐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두 후보가 설전을 벌이고, 언론은 받아쓰거나 침묵해 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선거가 임박했음에도 정작 논란의 중심인 연구 내용과 주장의 근거들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뉴스하다는 정 후보의 논문을 입수해 두 후보의 주장을 검증했습니다.
박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문서는 <한일간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연구: 양국의 산업 기술 구조 비교를 통한 접근(日韓間の自由貿易協定に関する研究: 両国の産業技術構造の比較からのアプローチ)>이다.
박 후보 측은 이 문서 전체를 보지 못했다. 현재 일본 과학연구비조성사업 데이터베이스에 요약보고서만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후보 선대위는 정 후보가 논문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후보는 해당 문서를 “국회도서관에서 볼 수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에서 같은 제목의 문서를 찾을 수 없었다. 정 후보의 이름으로 총 12건의 도서와 간행물 등이 등록돼 있으나, 이 보고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잘못된 해명이다.
정 후보가 재직한 가나자와대학 도서관 장서검색 시스템에도 보고서가 올라와있으나, 일본 과학연구비조성사업 데이터베이스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상에는 요약보고서만 제공한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 후보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박 후보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 후보는 일본 가나자와대학 경제학부에서 재직하며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박 후보 선대위는 ‘정 후보가 일본 정부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당 연구는 지원 주체와 연구비가 모두 공개돼 있다.
연구는 문부과학성과 일본학술진흥회의 과학연구비조성사업을 통해 2년간 진행됐으며, 2001년 120만 엔, 2002년 110만 엔을 직접경비로 사용해 총 230만 엔 을 썼다. 당시 환율로 추산하면 2천300만 원 가량이다.
이 같은 사실은 박 후보 측이 참고자료라고 제시한 일본 과학연구비조성사업 데이터베이스에 나온다. 그런데도 박 후보 선대위는 의혹을 제기하며 “일본에서 수령한 연구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의혹’으로 만든 셈.
박 후보 선대위는 “해당 연구과제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간 DRAM-비메모리 등 국가 간 분업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한일 양국 간 조립가공생산과 핵심부품 공급 측면에서 산업 내 분업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 지적대로 정 후보의 연구요약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한일 양국이 향후 FTA 체결에 성공하고, 그 이점을 충분히 끌어내려면 경합부문에서 국경을 초월한 정리, 합병을 통한 기술혁신과 생산의 특화를 보다 선명하게 하고, 보완 부문에서 조립가공생산과 핵심부품공급 측면에서 산업 내 분업을 보다 철저히 진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산업 내 분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 다만 박 후보측이 근거로 제시한 요약본만으로는 주장의 의도까지 상세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정 후보는 2002년 연구요약 보고 말미에 ‘내년도에는 상기 연구의 성과를 모은 연구 시리즈를 공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뉴스하다 제작진은 보다 면밀한 검증을 위해 해당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제작진이 입수한 논문은 <한일자유무역협정의 가능성과 상태 : 한일경제의 보완성과 경합성을 둘러싼(日韓自由貿易協定の可能性とあり方 : 日韓経済の補完性と競合性をめぐって)>다.
정 후보는 보고서에서 예고한 대로 1년 뒤인 2003년 선행 연구를 정리한 이 논문을 발표했다. 정 후보도 최근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논문이라고 인정했다.
이 논문 4장 ‘한일경제의 보완성과 경합성’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공작기계나 정밀기계, 각종 핵심기계부품과 같은 생산재 산업이 포함된 이 산업군에서는 가격경쟁력 보다도 기술경쟁력이 중시되고, 학습효과나 기술, 노하우의 축적, 신상품 누적 개발이라는 3개의 공진화(상호연관된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산업군에서는 한일 간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큰 점을 생각하면 고성능·고가격 부문에서의 일본 특화, 중성능·중가격 부문에서의 한국 특화라는, 기술 격차에 기초한 전문화를 가속시킬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고성능·고가격의 생산재 개발을 도모해 온 한국기업이나 중성능·중가격의 생산재를 공급해 온 일본의 중소기업의 도산·흡수가 일어나겠지만, 기술 전문화의 가속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범위의 경제나 기술적 공존관계의 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산업군에서 고성능·고가격 부문에서의 일본 특화, 중성능·중가격 부문에서의 한국 특화가 필요하다고 논문에 저술한 것은 사실.
메모리 부분에서는 분업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가격·기술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보면, FTA 체결은 한국의 메모리 대 일본의 비메모리라는 경쟁 우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하는 가운데, 각 부문에서의 기술·생산 협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생산 집중화로 인한 규모의 경제 확대, 특히 메모리 부문에서 양국 기업이 설비 투자를 과하게 하지 않음으로 인한 생산 효율성 개선, 다양한 칩 개발 및 제조 기술이 요구되는 시스템 LSI와 같은 비메모리 부문의 양국 제조업체간의 기술·생산면에서의 수평적 분업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산확대와 기술개발에서 분업체제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가격·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한일 FTA가 양국 반도체산업에 가져오는 최대의 동태적 효과가 될 것이다.
정 후보가 일본 대학에 재직할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한일FTA 관련 연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본 측 FTA 주장 논리를 연구했다는 의혹은 어떨까. 정 후보가 해당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다는 논문의 결론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증대가 예상되는 일반, 정밀기계나 각종 핵심 부품과 같은 응용, 지역형 산업군으로 가까운장래에 한국이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이 한국에 있어서 최선의 전략인가의 문제다. 본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양산가능한 응용, 이식형 산업제품의 해외수출을 기본전략으로 하는 재벌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체제에 변화가 없는 한 한국이 일부 생산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이 부문 전반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략) 또한 기술개발과 생산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상을 감안하면 한국은 오히려 타국과 글로벌 연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의 강점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한일 FTA에 관한 기존 연구가 밝히고 있듯이 무역 장벽의 철폐에 의해 나타나는 무역 수지의 변화 같은 단기적인 정태적 효과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동태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동태적 효과로서 규모의 경제 확대를 꼽고 있지만, 그 이외에도 본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효율적인 범위의 경제나 기술적인 공존체제의 구축, 하이테크 분야에서의 기술자원집중에 의한 공동연구개발 등의 동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이러한 다양한 동태적 효과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이들을 연결해 나가면서 한일경제간의 보다 진화된 수직·수평적인 보완관계가 구축된다.
이 논문에 선행해 작성한 연구 요약보고서를 근거로 박 후보 선대위는 “양국 간 기술 종속화 산업체계를 한국에 제안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회고록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일FTA 협상과정에서 일본이 기술종속화를 시도해 한일FTA 협상을 결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2000년대 초 삼성으로 상징할 수 있는 한국의 메모리가 있었고, 일본이 비메모리 쪽에 많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우리보다 앞서 있었던 상황에서, 반도체 전체 시장을 본다면 한국과 일본이 보완 관계에 있을 수가 있다는 의미”라며 “(박 후보 측에서)‘산업 내 분업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문제 삼은 부분은 반도체 이야기가 아니라 공작기계 이야기를 하면서 쓴 건데 요약본만 보고 짜깁기를 하다 보니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고 반박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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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韓自由貿易協定の可能性とあり方 : 日韓経済の補完性と競合性をめぐっ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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