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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하다 Jun 14. 2024

[뉴스하다]인천시 APEC 유치기원 영상 ‘자책골’

부산엑스포 홍보영상, 인천APEC 데자뷰

인천시, 제주도, 경주시는 지난 7일 APEC유치 실사와 설명회(PT)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번 달 말 결과 발표를 앞뒀습니다.


인천시는 연예인을 활용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올라온 유튜브 영상이 논란입니다. 유치전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시민들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사태를 겪고도 이따위 영상을 또 만들었냐’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특히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전담하는 팀조차도 잘 모르는 영상이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큽니다.


부산엑스포 영상 대참사, 인천에서 ‘데자뷰’

지난 5월 22일 ‘인천광역시’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APEC 정상회의 유치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cKgexGTZC0&t=1s

등장인물은 대부분 개그콘서트 출연진이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윤형빈 씨, 유정복 시장과 제물포고 동문인 김구라 씨를 빼면 인천과 어떤 인연이 있는 연예인인지 알기 어렵다.


영상에 등장하는 연예인 30여 명은 번갈아 가면서 인천이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해야 한다고 외친다. 한 명이 ‘인천 유치는’을 선창하면 7팀 가량이 ‘기원합니다’를 연이어 말한다.


연예인들이 도시명이나 특정 문구를 반복하는 방식은 지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부산엑스포 프레젠테이션(PT) 영상과 비슷한 구성이다.


당시 부산엑스포 PT 영상에는 유명인사와 K팝가수 등이 연달아 등장해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나 ‘온리 원 초이스!(Only one choice)’ 등을 외쳤다. 


부산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 없이 구호만 반복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부실하고 기획과 편집 방식이 촌스럽다는 혹평을 받았다.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최종 PT 영상에 쏟아진 혹평은 이랬다.


“강남스타일은 10년 전 노래 아닌가?”


“부산이랑 이정재랑 무슨 상관이길래…” 


“K팝 말고는 내세울 게 없나”


결국 한국은 유치에 실패했다.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획득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으며 부산은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인천시 영상에도 마찬가지로 비판이 쏟아졌다.

‘인천은 부산 EXPO PT영상 보고도 저리 만든건가요? 또 나라 개망신줄려고하나요?’ 등 부산 엑스포 사태를 보고도 같은 과오를 반복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경쟁도시 제주도, 경주시보다 못한 품질

인천시의 홍보영상이 뭇매를 맞는 이유는 APEC 정상회의 유치 경쟁도시인 제주도, 경주시의 영상과 비교하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도와 경주시는 지역 경관을 1초 가량 보여준 인천시와 달리 영상 내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도시 영상 구성 역시 APEC 정상회의를 그 지역에서 유치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내용이다.


경주시는 지역 대표 관광지인 황리단길을 찾아 APEC 개최지로 경주가 최적인 이유를 시민들에게 들었다. 


시민들은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라는 점, 회의장과 숙박시설의 접근성, 교통과 안전관리의 장점 등을 경주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9eVHnPgtyI

제주도는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의 시각으로 개최지로서 장점을 제시했다. 날씨와 친환경 교통수단, 아름다운 경관, 재생에너지 보급, 현대적 특징과 역사를 갖춘 회의장 등을 보여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3KJcpEeEaF4

반면 인천시 영상은 왜 인천에서 APEC을 개최해야 하는지 설득하기보다 연예인들의 ‘파이팅’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예인들이 인천의 강점을 설명하는 부분은 1분 46초 영상 중 10초 가량이다. 국제회의인프라(송도컨벤시아), 접근성(인천국제공항) 두 개를 반복 제시하는데 그쳤다.


이 밖에도 개최지 장점을 글자로 나열하는 부분이 있지만  3초 가량 빠르게 스쳐 지나가 한 번에 알아보기 어렵다. 


저품질 영상 제작비 얼마줬나?

시민들은 ‘이 영상을 돈 주고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의심했지만 해당 콘텐츠는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APEC 유치 홍보영상을 제작한 곳은 크리에이티브이로 해당 영상 앞뒤로 등장하는 개그맨 현병수 씨가 운영한다. 


인천시는 크리에이티브이와 인터넷방송 운영 계약을 맺었다. 연간 4억 원을 들여 콘텐츠 140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 홍보영상도 그 일환으로 제작됐으며 최근 인천시가 의회에 보고한 자료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4억 원 중 18%인 7천200만 원을 썼다. 7천200만 원으로 제작한 영상은 총 27개다.

인천시가 지난달 의회에 보고한 자료. 인천시의회 제공.


크리에이티브이는 지난 3월부터 인천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목준균 인천시 미디어담당관이 취임한 지 2개월 뒤부터다.


목준균 담당관은 SBS 예능국 PR팀장이었고, 크리에이티브이 대표이사인 현병수 씨는 SBS 공채 8기 출신 개그맨이다.


놀라운 점은 APEC 유치전에 직접 뛰고 있는 인천시 글로벌도시기획과 APEC정상회의유치팀은 이 영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


해당 영상에 대해 묻자 APEC정상회의유치팀장은 “한 번 그쪽(미디어담당관)에 문의해보셔야 될 거 같다”며 “저희(APEC팀)가 자체적으로 유튜브를 제작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목준균 담당관은 “어떤 분은 알고, 어떤 분은 모를 수 있는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팀(APEC유치팀)에서 행사나 광고물 등 다 갖고 있고 이게 공식”이라면서 “미디어담당관은 소셜미디어를 갖고 홍보를 도와주는 부서니까 APEC유치팀의 제작물을 그대로 받아쓰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이 개그맨들이 여기저기 녹여가지고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 담당관은 연예인들을 걱정했다.


그는 “지금 시민들이야 저희 배경이나 문화를 모르니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저희 인천의 전체적인 노력이나 사실 이 연예인들한테 너무 감사하다”며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거 하나 만들어줬는데 이거를 퀄리티가 (이게) 뭐냐 이렇게 나오면 그분들이 많이 실망하실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인천시 APEC팀이 직접 기획한 영상은 미디어담당관이 올린 것보다 품질이 훨씬 좋다.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믹스미디어라는 회사가 8천만 원을 받고 제작했다.


지난 1월 18일 올라온 ‘A’가 침공한 도시, 인천! (feat. 권혁수)라는 영상을 본 시민들은 ‘인천광고 중 최고다’, ‘웅장하다’, ‘인천광역시 고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기자 zero@newstapa.org


<기사보기>

https://newshada.org/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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