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이게 뭡니까
인천시 남동구의회가 정책지원관 8명 전원을 임용 만료시켜 논란이다. 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일이다.
근무기간 연장 없이 전원을 물갈이 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 그 결정에 누가, 어떤 의견들을 행사했는지, 절차는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2022년 1월 13일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됐다.
지방의회 정책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 이 제도는 지방의회 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정책지원관 1명이 의원 2명을 지원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방의회에 근무하는 정책지원관은 1천604명으로 의원정수의 42%였다.
제도를 도입하고 2년이 지난 지방의회들은 올해 들어 다시 임용절차를 밟고 있다. 2년 임기로 계약한 정책지원관들의 근무기간 연장여부를 판단하고 필요시 신규채용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임용연장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절차에 대한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강원도의회도 정책지원관의 업무성과 순위를 매겨 상위 50%를 계약연장 하겠다는 안을 냈다 우려를 샀고, 올해 정책지원관 74명 중 20% 가량인 14명을 바꾼 경기도의회 안팎에는 평가와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뉴스하다는 남동구의회가 어떤 근거로 정책지원관 8명의 임용 약정을 해지했는지 추적했다. 의원들이 거수 투표로 정책지원관 임용에 관여한 사실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지원관 제도의 허점을 보도한다.
의장이 의원총회라는 판을 깔고 의원들이 정책지원관 임용에 부당 개입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남동구의회가 상위법과 지침에 따라 세운 원칙과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다.
구의회 사무국은 정기평가에서 탁월(S), 우수(A), 보통(B) 등급을 받은 임기제공무원에 대해서는 근무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정책지원관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근무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용약정 연장이나 해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시행한 평가는 지난 2월 임기제공무원 정기평가 단 하나다.
지원관들의 임기만료일(2024년 6월 26일)이 정기평가로부터 6개월 이내이기 때문에 이 평가결과로 최종평가를 대체한 것.
따라서 해당 정기평가는 지원관들의 임용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유일하게 객관성을 가진 기준이였다. 이 평가에서 정책지원관들은 우수(A)를 받았다. A등급은 평가점수가 90점 이상 95점 미만으로 높은 성적에 해당한다.
사무국 계획대로라면 A등급을 받은 지원관들은 근무기간 연장 검토 대상. 하지만 8명 모두 연장 없이 임용 만료됐다.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떤 판단들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뉴스하다 취재 결과 남동구의회에는 정기평가 말고는 임용권자인 의장과 사무국 등이 정책지원관 임용 연장에 관해 검토한 기록이나 자료가 없었다. 임용권자가 전원 임용 만료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기준과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무국이 행정편의를 위해 전원을 임용 만료한 듯한 대목도 보인다. 지난 6월 7일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나온 대화다.
“일괄 8명 전체 해촉시킬게 아니라, 근무에 대한 평가도 했는데 한 두 명 정도 임용 만료하면 몰라도 8명 전체를 만료한 것은, 인천 중구, 동구, 부천시, 시흥시, 광명시 다 알아봤는데 우리같이 전원 해촉하는데는 하나도 없다.” (전용호 의원)
“있는 사람 반은 내보내고 반은 (남기는 게) 더 힘들다고 볼 수도 있다. 나간 사람 못 들어오게 한 적 없다. 일부를 (내보내는 것도) 잡음이 있었을 것 같다.” (유재필 사무국장)
정책지원관들의 근무실적 평가를 휴지 조각으로 만든 것은 의원들 거수 투표였다.
2023년 4월 22일 남동구의회 의원 메신저 단체채팅방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내일 2시 의회 부패방지 교육이 있는 바 1시 40분에 의원총회를 소집하고자 합니다. 장소는 의장실, 내용은 정책지원관 운영 및 배치에 관한 건입니다. 따로 날짜를 정하기보다는 회기 중에 결정함을 양지바라며 전원 참석 부탁합니다.’
다음날인 23일 열린 의원총회에는 남동구의원 18명 중 김은숙 의원을 제외한 17명이 참석했다.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정책지원관 8명 임용약정 해지 소식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기존 정책지원관들의 근무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전원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는 것.
소문은 총회 일주일 뒤인 5월 1일 임기제공무원(정책지원관) 채용계획이 나오면서 공식화됐다. 구의회 사무국은 이틀이 지난 5월 3일 정책지원관들에게 근무기간 만료를 안내했다.
그동안은 밀실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었다. 의회가 의원총회 진행과정이나 결과를 기록한 문서 한 장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의문은 의원총회로부터 한 달 넘게 지나 풀렸다.
6월 7일 열린 남동구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정책지원관 전원 임용 만료에 관한 질문에 유재필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희는 의원님들의 정책을 지원하는 부서라서 의원님들의 의총 결과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의총에서 나온 (결정이) 그게 졸속이 됐든 어쨌든 본회의나 이런데서 다룰 수도 없었던 문제고 저는 의총에 들어가보지도 않았고, 의총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법에 위촉되지는 않아서 이렇게 했다.”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전원 임용만료를 했다는 것. 그날 의원총회에서 나온 의견과 의사결정 방식은 이어진 의원들 간 설전에서 파악할 수 있다.
“정책지원관들 개개인의 잘못된 것, 소소한 것들을 다 이야기해서 마치 나쁜 사람을 만들어서 (의원들이) 손을 들게 한 게 잘못됐다.” (김은숙 의원)
“어떤 특정 당에서만 이뤄진 의총이 아니라. 남동구의회 모든 의원이 참석한 의총 결과를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가감없이 발언하고 누설하는데 심히 유감이다.” (이철상 의원)
의원총회에서 정책지원관들의 업무처리 방식과 근태 등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있었고,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손을 들어 투표했다.
제작진이 오용환 의장에게 확인한 결과 거수 투표 안건은 일반임기제 공무원 8명으로 운영 중인 정책지원관 채용인원을 감축하는 내용이었다.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안, 6명으로 줄이는 안, 현행유지가 선택지였고 공개 거수 투표를 거쳐 4명으로 줄이는 안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오 의장은 “인사권은 의장이 갖고 있는데 그런 것을 조금이라고 포괄적으로 가져가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며 “제가 보기를 다 줬고 거기서 제일 많이 나오는 쪽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구의회 정책지원관은 일반임기제공무원이다.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운영지침 등에 따라 임기제공무원의 임기는 총 5년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고, 업무성과가 탁월할 경우 총 근무기간을 초과해 추가 5년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다.
단 근무실적평가와 사업의 필요성에 따라 재계약(임용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임용연장 여부를 따지려면 평가와 필요성을 판단해야한다는 의미.
같은 지침 119조 5항 역시 ‘임용권자는 근무실적 평가결과를 성과연봉 지급, 임용약정기간 연장 또는 종료 등에 해당 임기제공무원에 대한 인사운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남동구의회 임용권자는 오용환 의장. 의장은 그 판단을 의원들의 거수투표에 맡겼다.
행정안전부의 정책지원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책지원관에 대한 채용·평정권은 지방의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지방의회 사무기구 직원 인사권을 가진 의장에게 있다.
또 ‘지방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상 정책지원관 정치중립 위배 소지도 있으므로, 개별 지방의회의원의 채용·평가 과정 참여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 개인의 의사를 묻고 거수투표를 하도록 한 남동구의회 행위는 이에 위배된다.
의원들의 거수투표는 ‘남동구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의 금지조항에 해당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 조례 17조(인사 청탁 등의 금지)에는 ‘의원은 직위를 이용하여 직무관련자의 임용·승진·전보·포상·징계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의원이 조례를 위반했다고 판단이 되면 누구든 의장 또는 국민권익위에 신고 가능하며, 의장은 신고된 위반행위를 확인한 경우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법에 따른 징계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밖에도 의원총회는 임기제공무원 임용에 관한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법이나 규정에 근거한 회의가 아닌데다 공식적인 기록도 남지 않는다.
남동구의회는 제작진이 의원총회 법적 지위와 개최 근거, 지난 4월 23일 열린 회의록 등 관련 생성문서를 요청하자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8대 인천시의원 A씨는 “상임위나 정식 회의가 아닌 의원총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런 식으로 처리하니까 지방의회가 싸잡아 욕 먹는 것”이라며 “의회주의를 전혀 모르는 의원들이 의장실에 모여 폭력을 행사한 것과 같고, 임기제 정책지원관을 줄인 것은 지방자치법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남동구의회가 법률과 정책 의도에서 벗어나 일반임기제 정책지원관을 9명에서 4명으로 줄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지원관 5명을 내보낸 뒤 본회의를 통과한 ‘남동구의회 정책지원관 운영·관리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을 보면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조례는 오용환 의장이 공동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3조(임용 및 배치)를 ‘일반임기제 7급 상당 지방공무원으로 임용해 보한다’에서 ‘지방자치법 41조 및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15조 5항에 따라 임용한다’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복잡하게 써놨지만 풀어보면 일반임기제와 함께 일반직공무원도 정책지원관으로 보직 발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구청도 의회와 합을 맞췄다는 것. 더 나아가 남동구는 개정조례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시의회에 7급 상당 공무원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례가 2024년 6월 14일 통과된 걸 봐서, 남동구와 의회가 미리 협의가 이뤄졌던 걸로 볼 수 있다.
6월 12일 남동구보에는 ‘남동구 공무원 정원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이 입법 예고됐다. 구의회 행정 7급 보직 2명을 행정·사회복지·시설 7급으로 바꿨다.
오용환 의장도 정책지원관을 구청에서 받기로 남동구와 협의했다고 인정했다. 오 의장은 “(조례를) 발의하려면 집행부에 넣어야죠. (청장과 상의했느냐?) 의회 운영위원회가 대표 발의했으니까 부서하고 (협의)했겠죠”라고 말했다.
남동구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구의회 정책지원관 7급 일반임기제 자리를 탐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도 구청 7급이 정책지원관으로 오는 것에 대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공무원들이 정책지원관으로 올텐데 우리는 예산 및 감독 기관이다. 관련 부서에서 공무원이 정책지원관으로 온다면 사실 그것도 문제가 있다.” (전용호 의원)
맞는 말이다. 피감기관의 직원이 의원들을 보좌하는 정책지원관을 맡는다면, 집행부를 위해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임기제공무원 임용은 지방공무원 임용령과 행안부의 인사제도 운영지침 등 관련 규정을 따른다. 의회 사무국은 이 규정에 따라 자체 운영계획과 평가계획을 세운다.
그럼에도 정책지원관 전원 임용해지와 같은 일이 발생한 까닭은 ‘임용권자 재량’ 하나가 다른 평가 요소들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21조의4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은 임기제공무원을 임용하게 된 해당 사업이 계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근무기간 내 사업이 종료되지 않고 연장할 필요가 있다면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근무실적이 탁월한 사람은 인사위원회 의결을 생략할 수 있다.
여기서 ‘근무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근무실적이 탁월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임용권자인 지자체장이나 의장이다. 이 판단에서 기존 평가나 계획은 참고사항에 그친다. 합당한 이유 없이도 임용권자가 결정하면 따라야하는 구조다.
특히 의회의 경우 전후반기 의장이 바뀌거나 집권당이 바뀔때마다 정치인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높다. 임용연장 여부를 두고 특혜를 주거나 보복, 보은 인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임기제공무원 평가와 임용연장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각 기관이 체계적인 제도를 갖출 필요가 크다. 일부 지방의회와 지자체는 앞서 자체 인사운영 개선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인사운영 개선 계획을 통해 근무실적평가 등급 부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근무기간 연장 심의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된 2022년 맞춤형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임기제 공무원 임용기간 연장 절차는 부사장 평가, 전문가 서면평가, 인사부서 세부 검토 등이었지만 여기다 함께 일한 상급, 동료, 하급 직원들이 당사자를 평가하는 단계를 추가했다.
또 성과나 태도가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직원의 경우 즉각 배제하기 보다는 ‘임용기간 연장여부 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실적향상 방안을 함께 찾도록 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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