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다]자본감시
인천시 송도1공공하수처리시설 위탁을 둘러싼 인천환경공단의 입장 변화가 의뭉스럽다.
시민들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다고 공언한 지 한 달여 만에 이사장이 나서 번복했다.
공단은 지난 10월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 민간위탁 동의안이 올라오자 반대 입장을 냈다. 특히 인천시가 민간위탁을 결정한 근거인 용역보고서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현재 송도1하수처리시설 운영업체인 브니엘네이처에 관리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용역을 줬다는 것. 공단은 해당 용역에서 제시한 데이터가 잘못됐다고 분석자료까지 내놨다. 관련기사 : 인천 송도하수처리장 민간위탁 관련 용역 적절성 논란
5년간 250억 원이 들어가는 시설 운영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선행 연구와 결정들이 옳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도 민간위탁 동의안을 한 차례 보류했다.
오는 28일 재심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공단을 대표하는 최계운 이사장은 갑자기 민간위탁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최 이사장은 상하수도 전문가로 취임 이후, 공단 업무를 빠르게 습득하고 미래지향적 리더십으로 직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최근 최 이사장이 시의회에 참석해 보인 모습은 직원들의 반감을 샀다. 공단 설립 취지에 벗어나, 하수처리장 민간위탁이 낫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뉴스하다는 송도1하수처리시설을 둘러싼 인맥들이 민간위탁 동의안에 힘을 싣는 이유를 추적했다.
인천시는 송도1하수처리시설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기로 결정하고 절차를 밟았다. 지난 7월 황효진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이 전결 처리했다. 유정복 시장은 9월 민간위탁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공단이 다른 입장을 냈음에도 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는 인천시 입장은 완고했다.
김정범 인천환경공단 물환경본부장은 지난 10월 14일 시의회 민간위탁 동의안 심의과정에서 “민간위탁 근거로 든 이유는 적합하지 않고 적당하지 않고 적법하지도 않다”며 “(민간위탁) 동의안에 대해서는 환경공단 측에서는 동의하기 어렵고 (중략) 공단에서 운영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철수 환경국장은 “송도1하수처리시설을 바로 위탁 운영받기는 지금 환경공단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별도 조직이긴 하나 인천시 사업을 대신하는 공단 입장에서, 시의 결정에 반기를 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 시청 하수과에서 열린 시와 공단 간 회의 후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회의가 있었던 지난 5일 공단의 하수처리시설 위탁의사를 묻자 물환경처장은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고 이사장님에게 말씀을 (드려야 한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시의회에서 직접 운영을 주장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업을 우리 쪽에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었다”며 “공단이야 사업화할 수 있으면 좋고, 조례상으로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맡겨주면 거기에 맞춰서 다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계운 이사장은 “시에서 국장님을 만나뵙고 서로 좋은 방안을 찾자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중”이라며 “공식적으로 시와 결정이 된 다음에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이 언급한 ‘결정’은 지난 18일 인천환경공단을 대상으로 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최 이사장은 “지난주에 시와 공단이 회의를 했는데 앞으로는 필요하면 공단 직원들을 서로 파견 근무라던지 해서라도 기술을 습득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시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면 운영을 해봤거나 하는데가 (민간기업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험이 있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기겠다는 시의 결정을 사실상 공단이 수용한 것. 공단 내부에서는 최 이사장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단 노동조합은 최계운 이사장이 시장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사람이라, 공단 직원들을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 이사장은 공단노조가 퇴진운동을 벌인다고 하자 그제서야 공단 직원들과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시장과 최 이사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와 시교육감 후보로 서로 지지하며 러닝메이트처럼 비춰질 만큼 가깝다.
유 시장은 최 이사장이 예비후보였을 때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하는 축사를 했다. 최 이사장 역시 화답하듯 후보였던 유 시장의 교육 정책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선거 결과 최 이사장은 낙선했지만 유 시장이 당선 이후 인천환경공단의 수장으로 임명하며 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 5일 최 이사장은 시가 공단에게 협조를 요구한 것이냐는 제작진 질문에 “그렇지는 않고 어쨌든 시나 공단이나 서로 인천의 환경시설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게 맞다”며 “시에서 방안을 내면 서로 의견을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의 입장 변화가 이사장과 시장 간 친분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 공단의 이사장인데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오는 28일 민간위탁 동의안이 시의회 산경위를, 이후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면 운영사는 브니엘네이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송도1하수처리시설 운영업체 선정을 전국 입찰로 나라장터에 공고하지만, 지역업체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특히 1만t 이상 하수처리장 운영 경험이 있는 지역업체는 브니엘네이처와 삼성베올리아인천환경뿐이다. 두 회사는 지금 송도1하수처리시설을 같이 운영 중이다.
브니엘네이처는 유 시장과 가까운 기업이다.
유정복 시장은 재선으로 시청에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박정호 브니엘네이처 대표이사를 ‘인천시장 경제사회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특별보좌관은 주요 정책현안과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출마를 이유로 2024년 1월 31일 면직됐다.
브니엘네이처는 유 시장을 지지하는 단체와 인물들을 도왔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였던 유 시장을 지지한 인천정책포럼이 그 중 하나다. 인천정책포럼은 올해 초까지 브니엘네이처 등이 소유한 동춘동 집합건물의 주소를 썼다.
지방선거 당시 유 후보 캠프는 인천정책포럼 주요 간부 200여 명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서 이들은 “유 후보는 시장으로 있으면서 현안을 모두 해결하고 인천발KTX 등 인천 발전을 가져올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한 유능한 후보”라며 “인천 시민에게 희망을 주고 인천 발전을 가져올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 단체의 A대표는 유 시장 선거캠프 출신으로, 민선6기 시절 유 시장이 인천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이밖에 이사들 중에는 유 시장의 고교 동창과 인천시 전직 공무원, 유 시장 인수위 태스크포스 전문위원 출신 등이 포진돼 있다.
브니엘네이처는 이 단체가 주관한 행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2023년 인천정책포럼과 인천테크노파크가 주관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중소기업의 위기와 대응 방안’ 세미나를 후원했다.
당시 박정호 브니엘네이처 대표는 유 시장 경제사회특보로 활동 중이었다. 유 시장도 행사에 참여해 축사를 했다.
브니엘네이처 건물에 주소지를 둔 단체는 인천정책포럼뿐이 아니다. 설립 당시 박정호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은 ㈔환경과인문학이 지금까지 동춘동 브니엘네이처 건물 주소를 쓰고 있다.
이 단체에도 유 시장의 측근 이름이 확인된다.
박 대표는 현재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현재 인천시 시정혁신단 2기 부단장이자 유정복 당선자 인수위원이었던 이학규 씨가 이사로 있다. 이학규 이사와 함께 전직 공무원인 전 중구 부구청장인 B씨가 현재 대표이사다.
환경과인문학이 2023년 9월 개최한 제1회 ‘인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 유정복 시장이 참여했다.
공무원 출신 전관 인사들은 브니엘네이처와 관련된 다른 사업들에도 관여했다.
이학규 부단장, B씨는 과거 인천방송 주식회사에서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박정호 브니엘네이처 대표도 인천방송 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를 지냈다. 이 회사 주소지는 브니엘네이처 본점과 같다.
특히 환경과인문학으로 엮인 브니엘네이처와 유 시장 측근의 인연은 최계운 인천환경공단 이사장까지 이어진다. 최 이사장 또한 환경과인문학 이사로 등재돼 있다.
브니엘네이처는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회원사다. 최 이사장은 2023년 2월까지 이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꾸려진 6대 집행부에서 최 이사장은 고문, 브니엘네이처 공동대표 C씨가 이사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유정복 시장에게 “인천시가 송도1하수처리장을 민간위탁하기로 결정했고 공단은 직접 운영하고 싶어하는 상황인데, 시장과 박정호 대표 친분 때문이냐”고 물었다. 유 시장은 “제가 내용(송도1하수처리장 관련) 자체를 모르는데, 전혀 그런 건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박정호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은 맞냐”는 물음에 유 시장은 “당연하다”며 “그러니까 특보를 했죠. 근데 그건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 최계운 이사장과 친분을 묻는 질문에 박정호 대표는 “최계운 교수(인천환경공단 이사장) 같은 경우는 저랑 굉장히 지금 사이가 좋지 않고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사이”라며 “유정복 시장님하고도 제가 지금 전화(통화)를 하지 않고, 2월에 (경제사회특보) 그만두고 나서”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학규 그 분이랑은 험한 말까지 했었는데, 그게 좋다 안 좋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이게(대답하는 게) 저한테 이로운 게 아닌데, 이런 걸 질문하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환경과 인문학, B대표에 대해 박정호 대표는 “우리 자회사 부사장을 하고 있다”며 “그분(B대표)이 환경과 인문학이라는 걸 과거부터 관심이 많아서, 제가 조금 스폰을 해주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했는데 저하고는 지금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대표는 김정범 공단 물환경본부장 시의회에서 발언이 허위사실로 확인되면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박채린 뉴스어디 기자 rin@newswhe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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