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우개, 튜브 등에 첨가된 화학첨가제로 발생하는 체내 물질이 동물 생식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로 인해 발생하는 대사산물을 사람과 유전자 구성이 비슷한 제브라 피시에 노출해 그 유해성을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신체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다. 지우개나 펜과 같은 학용품, 튜브 등 물놀이 기구, '액체괴물(슬라임)'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이처럼 아이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물품에서 과다 발견된 후 논란이 돼 수입 규제가 이뤄진 바 있다. 향수, 무스, 매니큐어, 목재 가공용품, 가정용 바닥재 등에서도 검출된다.
연구 대상이 된 'MEHP'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에 노출된 신체가 생성하는 대사물질이다. MEHP는 인체나 환경에 오랫동안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MEHP를 21일 동안 제브라 피시에 노출했다.
실험 결과 MEHP는 제브라 피시에 산란 감소, 배란 지연, 성호르몬 변화 등 생식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호르몬인 '코티졸' 증가도 유발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창범 박사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돼 현재 규제 화학물질로 지정돼 있지만, MEHP 등 주요 대사산물에 대한 유해성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화학제품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의 대사산물이 인체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