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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Oct 12. 2016

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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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면서 꿈을 꾸었다. 어느 고등학교에 전교생이 다 모여있는 곳에서 우연찮게 단상에 올라가 "대학을 가는 거보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꿈에서 깨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닌데 뿌듯하기도 하면서 뭔가 이상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비교적 확실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쭉 돌아보니, 특히 인생의 갈림길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들이 있다. 비보이를 하면서 느꼈던 공연의 짜릿함, 군대 가기 전 교수님이셨던 이모부와의 합숙생활, 군대에서 읽었던 두 권의 책 등. 그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강의가 아닌 강연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간절하면 꿈에서까지 이루고 싶은 모습이 나올까 싶었지만, 정작 재밌는 건 내 행동에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이제 열심히 해내면 되는데, 정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모습.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른다. 혹시라도 더 깊이 들어갔다가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멈춰있는, 즉 일을 그만두고서 쉬고 있는 그 시간은 나에게 재충전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멈춰있는 순간이 맞는 표현일지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는 시간도 중요하고, 멀리 떠나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분명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멈춰있는 상태에서 앞으로의 계획도 생각도 다 부질없는 건 아닐까.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던 나도 어느 순간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일까 하고. 산을 오를 때 너무 힘들어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가 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앉아서 쉴 때 까지는 좋다가 정작 출발하려니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정신없이 걷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산을 오르게 된다.


꿈을 대하는 내 모습도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했던 거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았지만, 의자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막상 또 쉴 수 있을까 싶은 걱정과 언제 다 오를 수 있는 건지 모르는 막막함, 내 체력이 받쳐줄 수 있을까 하는 오지랖까지. 지금 나에게 제일 필요한 건, 그 누구의 조언도, 주변의 지원도 아닌 그저 발걸음을 한발 내딛는 것은 아닐까. 


확실히 이불 밖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렇다고 이불속에만 있는다고 바깥 날씨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지 추측하는 것뿐이지. 방법이 어떠하든 일단 내 발걸음을 이불속에서 밖으로 옮겨보자. 상상 그 이상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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