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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Oct 11. 2016

두려움은 결국 내가 만들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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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가 다 되어서 순천만습지에 도착을 했다. 갈대밭을 구경하다가 용산전망대가 있다는 걸 보고 올라가 보기로 결정하곤 1.3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다. 올라와서 굉장히 보람차고, 날씨가 흐렸지만 경치도 아주 이뻤다. 그러나 막상 내려가려고 하니까 해는 이미 저물었고 내려가는 길이 어두워서 발밑으로는 보이지만 앞은 캄캄했고, 주변에도 불빛이라고는 없었다. 무심코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시 산에 이상한 사람이라도 갑자기 나타나면 어쩌지?' ,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서 온갖 걱정과 불안이 나를 감쌌다.



산을 내려오면서 최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했다. 노래를 중얼거리기도, 기합을 질러보기도 했다. 내 발걸음 소리에 내가 놀래서 뒤를 자꾸 돌아보고 옆에 산소라도 있으면 무서워서 고개를 돌리지도 못 했다.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다. 산을 내려와 갈대숲을 지날 땐 발 밑에 적혀있는 '나가는 곳'만 보고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걷고 나니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에 있던 불안들도 차츰 없어지기 시작했다. 



불빛이 환한 거리를 걸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건지. 실제로 산을 내려오면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고,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았다. 있지도 않을 일을 괜히 나 스스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내려왔다. 나의 두려움은 결국 내가 만들어냈다. 만약 그 상황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내려온다면 다른 좋은 생각들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선택했고 그 시간을 겪어보니 굳이 내가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걱정하고 불안해야 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나타나지도 않을 괴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괴한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실제로 괴한이 나타났다고 해도,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극복할 수 있는 상대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다. 제일 확실한 건 그 상황에 맞게 바로바로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미래라는 것도 그렇다. 보이지도 않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불안하며 두렵기도 하다. 



오늘 내가 산을 내려오면서 느꼈던 두려움은 내가 요즘 많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깜깜한 어둠이 깔린 갈대숲을 지나 빛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 오는 안도감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가 겪게 될 감정은 아닐지 미리 추측해본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오늘 느꼈던 감정들을 꼭 기억해야겠다. 내가 만든 두려움에 나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 당시에는 절대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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