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Oct 15. 2016

먼 미래를 위해 오늘을 낭비하지 말자.



#

학창 시절 우리는 대학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쉴 틈 없이 달렸고, 80~90%에 달하는 비율로 대학에 진학하기에 이른다. 대학에 가게 되면 그동안에 고생했던 것들이 해소되는 줄 알았으나, 곧이어 다가오는 군대 문제, 취업 걱정에 남들이 하는 자격증이나 토익공부에 매진한다. 취업을 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취업이 마지막 관문 같았던 우리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고 만다.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 잦은 회식과 반복되는 생활에서 오는 회의감 등등.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언제 행복할 수 있는 걸까.


가만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거나, 축구를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경험이 있다. 분명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해가 어둑어둑 해지고, 완전히 밤이 될 때까지 몰입했던 최소의 순간들이 아닐까. 회사에서도 주어진 업무에 몰입해서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점심 먹을 시간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비슷해 보이는 몰입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들이 주는 사소한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들고 있다.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살 수 없기에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지만,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정작 내가 하고픈 것들을 놓치고 살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대학을, 취업을, 이후에 결혼과 육아, 더 나아가 노후준비까지 평생을 해야만 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노후준비까지 마치고 그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는 뜻인가.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분명 지금보다 더 오래 사는 만큼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나를 위해서 했던 모든 것들이 정작 나를 위한 것들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달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결혼과 육아를 건너 나름 결승선에 도달했지만,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다면? 


아등바등 살아가던 적이 있다. 평일에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에 월수금은 영어회화, 화목은 운동, 토요일도 인문학 강의를 듣고, 일요일에도 축구모임에 나가면서 내 나름대로 바쁘게 지내보기도 했다.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이, 시간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를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하나둘씩 줄여나갔다. 평일에 다니던 학원도, 주말에 나가던 축구도 가끔 빼먹고 말이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바쁘게 살아가던 그 순간들보다 훨씬 생기가 돋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더 했던 건 아니다. 그저 푹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먹고 싶은 게 생각나면 주변에 맛집에 가고, 친구들은 만나 같이 게임을 하거나 소소하게 음료수 같은 것들을 내기하고.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하고픈 것들을 조금씩 섞으니까 예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적어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미래를 위해서가 아닌 지금의 나를 위해 선물하는 건 어떨까.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던 그 순간만큼은 어떤 목적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몰입했으면 좋겠다. 나를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내가 나를 만나는 순간일지도 모르니까.

작가의 이전글 꿈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