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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Sep 22. 2016

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될 때

밤에 치킨을 시킬까 말까 고민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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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일요일은 철인 3종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9월에 있는 대회를 목표로 나름대로 수영도 꾸준히 배우고 체력도 기르고 중간에는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도 하는 등 올해 목표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요일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전을 해서 한강에 도착을 했고, 잠을 제대로 못 자긴 했지만 컨디션도 꽤 좋았다. 선수 등록을 마치고 이제 자전거를  검사하는 곳으로 갔다. 검사하시는 분이 자전거를 딱 보시더니 손잡이가 일자로 되어 있어서 그 자전거로는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무릎이 좋지 않아서 완주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끝까지 해내야지 하는 다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제일 초급자 코스지만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보겠다고 회사까지 그만두고 목표했던 게 정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살면서 정말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발목을 잡을 때 실망감이 정말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었다. 자전거 검사는 2일에 걸쳐서 토요일에도 진행을 했기 때문에 하루 일찍 자전거 검사를 받았더라면 다른 자전거를 급하게 구해서라도 나갔을 것이다. 사실은 토요일에 미리 자전거를 검사하고 맡겨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니까 어차피 내일도 검사할 수 있는 건데 미리 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토요일에 아빠한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차를 빌렸으나 가지 않았다. 


나 스스로 합리화를 계속했다. 갈까 말까? 고민하는 그 순간에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 그게 맞을 거라고 합리화했다. 말 그대로 소탐대실은 이런 상황이 아닐까. 오늘 잠깐 귀찮더라도 미리 갔더라면 일요일에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해서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잠깐의 귀찮음이 나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가져갔다. 


세상에는 만약이 없지만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후회하려면 할까 말까 하는 일들에 있어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더라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적어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환경을 탓하는 건 비겁하지 않을까. 어제 배운 교훈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크게 작용한다면, 그것도 어쩌면 세상 그 어떤 것 보다 큰 가르침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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