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Feb 18. 2019

연애와 노력.

일상의 기록#41

#

2년 전 벚꽃이 활짝 피어날 정도의 어느 봄으로 기억한다. 나와 친했던 친구와 최근 들어 가까워진 동생이 있었는데, 둘 다 괜찮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 둘을 소개해 주는 자리를 만들었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는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고, 서울에 가서 데이트를 했던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잘 만나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민이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부리나케 달려가 술을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사귀고 있는 중인데 불구하고 자주 혼자 있는 느낌이 들어서 외롭고, 본인은 상대방을 위해서 뭘 좋아할지 생각하고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고 시간을 쓰고 노력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서 받는 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고민이었다. 무언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표현이나 행동들이 만족스럽지 않고, 사랑받는 느낌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친구는 말했다.


그 이후로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둘은 헤어졌고, 우연한 기회로 이번에는 그 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근래 들어서 만났던 사람 중에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고마운 마음에 이것저것 많이 표현하고 노력하려고 했으나 그 친구는 더 많은 표현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고 알아주지 못하는 내 친구에게 서운함과 실망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된 나는, 중간에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연애에 간섭하는 것도 내 성격에 맞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도 다시 비슷한 이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두 사람 중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단지 서로 다른 것뿐이니 말이다. 나의 관점에서 헤아리고 이해하려고 해 봐도 100% 이해할 수 없으니 괜히 나서고 싶지 않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거니 생각하고는 마무리했다.


나 또한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노력들을 하곤 했다. 여자 친구의 생일에 돈이 없어서 몰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선물을 사거나, 변해버린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두장, 세장씩 써서 건네기도 했다. 평일에 일하느라 스트레스받고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도 내색하지 않고 같이 저녁을 먹거나 카페를 가기도 했고, 평소에 친구들 만나는 시간들의 대부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목이 안 좋다고 말하면 목에 좋은 음식이나 차 종류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선물하기도 했다.


내가 했던 많은 노력들 중에 어떤 것은 상대방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많은 것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거나 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맛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그 맛집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내가 지불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남을 줄여가며 시간을 쏟아붓거나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관계가 끝을 향해 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생각이 의심이 아닌 확신이 되어버리면 어김없이 이별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었나 오랜 시간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지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단지 서로 달랐을 뿐이다.


지금은 오히려 예전에 비해서 그런 노력들에 있어서 조금 더 초연 해지는 과정에 있다. 누군가는 나의 노력에 감동할 것이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또 누군가는 시큰둥하게 느낀다면 나의 노력의 결과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저 나는 최선을 다 할 뿐이고, 그 최선에 대한 결과는 항상 옳은 일 일 수 없으니 말이다. 정말 진심을 다해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실망해서도 안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건 나의 생각일 뿐 사실이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권한 밖에 있는 일들까지 끌어들여서 나의 감정이나 기분을 망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상처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들의 합이 쌓이고 축적이 될수록 내면이 따듯하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래야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힘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무엇이든 오늘 할 수 있는 일들을 오늘 해내면 되니까 말이다. 우리가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온전히 존중받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08화 일상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