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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Oct 02. 2016

당연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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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함에 관하여.

얼마 전에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 친구로서 이 정도는 부탁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주느냐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탁을 들어주고, 말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인데, 안 들어준다고 왜 서운하다고 하느냐고. 사실은 정답이 없는 다툼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말다툼을 해야 하는 주제도 아니었겠지. 친구의 입장에서는 사소하다고 느끼는 부탁이라 부탁을 했을 것이고, 사소한 부탁조차 들어주지 못한다는 서운함이 있었을 거 같다. 나로서는 부탁의 정도가 작다고 느꼈지만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작고 사소한 부탁이라고 하더라도 내 마음에서는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물론 어렵지는 않아서 부탁을 들어줘도 금방 해결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와 내 친구는 공통적으로 당연함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는 '친구로서 사소한 부탁쯤은 당연히 들어줄 수 있겠지' 나는 '어떤 선택을 하던지 당연히 내 마음이니까 거절해도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말이다. 결국은 제대로 화해를 못 하고 흐지부지한 상태로 끝나버렸다.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양보해서 부탁을 들어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본질은 아녔을 것이다. 친구는 나에게 사소한 부탁을 주기적으로 할 테고, 계속 양보만 하던 나는 스트레스에 못 이겨서 역정을 내지 않았을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가치관이나 생각에서 많은 차이를 마주한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다른 가치관은 각자의 다른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나는 대학교를 가지 않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대학교에 진학을 했던 것이나,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인생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금의 나보다 좋지 않은 선택들을 하고 있는 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장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글을 적어 내려 가는 이 순간에도 친구와의 다툼에서 더 나은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싶다가도, 이미 지나간 일에 너무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당연함이라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어떤 선택을 했어도 후회는 분명히 남았겠지. 그리고 한 가지 마음에 새겨야겠다. 내가 생각하고 믿고 있는 것들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에 입장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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