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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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 집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고 집을 너무 투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불편했다. 전세로 충분히 좋고 넓은 집에서 지낼 수 있는데 굳이 왜 집을 사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집을 구매하려면 한 달에 원금+이자가 최소 140만 원은 고정적으로 지출이 생기는 것이 부담스럽고 이걸 30년 동안 낸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8년부터 부동산 시장은 유래 없는 상승세를 겪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용인에 3~4년 동안 5억 이상 오르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아파트를 볼 때마다 이게 왜 이렇게 비싸지? 생각을 매 년 해왔지만 지금도 너무 비싸다고 그 가격에 구매하는 바보가 어딨냐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다른 누군가의 노력과 판단을 폄하하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으니 관련된 자료나 영상을 전혀 찾아보는 노력조차 없이 그저 가격이 올랐으니 비싸다고만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출을 받거나 전세를 놓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 수 있었던 아파트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처럼 관심 없이 살다가 앞으로 영영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자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나는 그저 집 말고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을 두고 살았을 뿐인데 돌아오는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누구를 탓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 순간에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었다. 다시 예전처럼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거라는 희망적인 말보다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시점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집을 구입해야겠다는 불가능하고 막연한 결심을 했다. 하지만 이미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지금 여력으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구입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까지 올랐고 조금 더 아래쪽으로 눈을 돌려서 동탄에 구매가 가능한 곳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전부 처분하면 현금이 어느 정도 생기는지, 대출을 받으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거의 2주 정도 새벽 4~5시까지 알아보고 또 방법을 찾아보고, 주말에 실제로 집에 가보고 악에 받쳐서 잠도 안 자고 계속 알아보고 또 알아봤다.
처음에는 대출이 70% 나온다는 오래되고 잘못된 정보만 가지고 예산을 짜느라 70%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그동안 잠도 못 자고 알아봤던 것들이 다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이라고 믿고 있을 때 옆에서 도와주던 친구가 쓴소리를 정말 많이 해주었다. 안된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뭐라도 더 알아보고 찾아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 차근차근 알아보기 시작했다. 50%는 가능하다는 대출상담사의 말을 토대로 다시 예산을 잡아보기 시작했다.
다시 정확한 예산이 나왔고 이번에는 주변에 도움이 있으면 약간 무리해서 갈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시간을 보냈고 그 사이에 내가 가려던 집은 다른 사람이 벌써 계약을 하고 말았다. 노력을 정말 많이 쏟아부은 만큼 더 크게 좌절해야 했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좀 더 정확하게 알았더라면 가고 싶었던 집에 갈 수 있었을 텐데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몰랐을 뿐인데. 이번에도 친구가 큰 힘이 되었다. 가려던 곳과 비슷한 금액대 아파트를 알아보자는 말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또 매일같이 새벽 6시까지 알아보고 어디가 괜찮은 곳일까 공부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지금은 아파트 계약금을 걸어두고 잔금을 치르는 과정만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많은 관문들이 남아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도 정리를 해야 하고 대출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신용등급 관리도 해야 하며 현금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손해보고 현금화하지 않도록 말이다. 혹여나 이번에도 해야 하는 일들이 중간에 혹여나 잘못된다 하더라도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불가능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시도조차 못 했던 것들이 눈앞의 현실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일들을 이뤄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그저 될 때까지 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되길 기도하지만 누군가는 이미 로또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달에 40~50만 원 수익을 올리지만 누군가를 회사를 운영하며 10억~20억이 넘는 돈을 받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기적 같고 꿈같은 일들이 누군가의 일상이고 그저 반복되는 하루일 뿐이다. 누구나 각자의 역할이 있을 테고 그 모습에 만족한다면 상관없지만 지금의 삶보다 더 가치 있고 기적 같은 일들을 해내고 싶다면 주변에 모든 것들을 다 바꿔야 한다.
"당신이 되고 싶었던 어떤 존재가 되기에는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