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밝음

by 이은

요즘처럼 밤이 길고, 어둠이 짙게 느껴지는 날이 없다. 모두 새벽같이 등교하는 아이 때문이다. 깜깜한데다 날도 추워져서 차로 데려다주고 싶은데 한사코 혼자 걸어가겠단다. 아이는 이제 내년이면 고3이 된다. 학교에선 이미 예비 고3이라며 아이들을 압박한다고 했다. 그래선지 아이는 스스로 등교시간을 한 시간이나 앞당겼다. 기숙사 아이들도 보이지 않고, 스쿨버스도 도착하지 않은 시간에 아이 홀로 등교를 한다. 등교만큼은 전교 1등이다.


그래도 여름에는 나았다. 다섯 시면 이미 세상이 환했다. 동지가 며칠 남지 않은 요즘 같은 12월엔 날이 너무도 더디게 밝는다. 아이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일 것이다. 날 좀 밝으면 가라, 아니면 데려다 주겠다 해도 아이는 고개를 젓는다. 등교길에 잠도 깨고 걸으면 기분도 상쾌해진다는데 무슨 말로 설득할 것인가. 염려되는 마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아이 뜻을 따른다. 내 마음 편한 일, 내가 해주고 싶은 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부모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주고 싶은 일이 아이에게는 통제나 간섭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새벽길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이 일어나는 불안감을 다스려 본다. 무겁고 느린 한 겨울의 어둠 속으로 좋아하는 푸른 색 책가방을 메고 빠르게 걸어가는 아이가 보인다. 희미한 푸른 빛이 점점이 나아가다 시야에서 곧 사라진다. 하루의 첫, 밝음이다.


#첫밝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