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엄격한 채식 식단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채식 지향의 음식을 해 먹으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자.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오래 지속가능한 실천만이 삶을 바꿀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은 <52일 채식주의자>의 세번째 그린데이였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훨씬 적은 확진자 수에도 겁먹었던 지난 해와 달리 이제는 몇 천대의 숫자에도 덤덤한 분위기이다. 백신 정책과 맞물려 격리와 통제 수준도 느슨해졌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 후 음성이 판명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학교는 전면 등교를 단행했다. 중고등 학생은 백신 접종이 가능하지만 접종률이 높지 않고, 초등학생 아래로는 접종 대상자가 아니기에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에 격리대상으로 분류된다. 미성년자의 격리는 곧 이들 보호자의 격리를 의미한다. 혼자 격리할 수 있는 유치원생, 초등생은 이 세상에 없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 중증 장애인 역시 같은 상황이다. 코로나에 확진된 모든 사람들이 홀로 격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돌봄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되신지 꽤 오래 되셨다. 걸음이 불편하고, 한 손을 못 쓰시지만 다른 한 손으로 밥도 드시고, 핸드폰도 사용하신다. 하지만 스스로 밥을 해 드시거나 차려드시는 건 어렵다. 아버지의 식사는 동거 가족 모두, 그리고 결혼한 나에게까지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일요일마다 아버지 점심을 챙기러 본가에 간다.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 가능하면 잘 챙겨드리려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때로 한 끼 한 끼에 연연하는 아버지의 집착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주 아버지 댁에 사는 동거 가족 한 명이 확진됐다. 확진 결과를 받자마자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음 날 아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족들의 머릿 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만일 아버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어떡하나? 만일 아버지는 음성인데, 다른 가족은 양성이면 어떡하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쩌나? 경우의 수를 그려가며 아버지를 어떻게 케어해야 할 것인지 수많은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모두가 확진되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 같이 집에서 격리하면서 아버지를 돌봐드리는 게 제일 쉽고 속편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생업이야 어떻게 되든, 코로나 후유증이야 어떻게 되든 돌봄 공백은 생기지 않을테니 말이다.
만일 아버지는 음성이고, 나머지 가족 모두가 확진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 때는 내가 들러 아버지를 챙겨야 할 것이다. 며칠 경과를 지켜보며 아버지의 식사는 내가 매일 챙기는 게 맞으리라. 본가 방문을 잠시라도 삼갔으면 하는 남편의 마음을 모르지 않고, 미접종자인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돌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이어져 왔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가장 거리가 먼 일 중의 하나가 돌봄이다.위험을 모르지 않지만 혹여 혼자 계시다가 갑자기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어쩔 것인가? 혼자 챙겨 먹기가 어려워 며칠 끼니를 거르시면 어쩔 것인가?
정말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밥이다.
돌봄 공백이다.
다음 날 다행히 모든 가족이 음성 결과를 받았다. 그래도 3~4일은 조심하지는 마음으로 가족 모두가 자가 격리 중이다.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라 격리가 필요없다고 안내를 받았으나,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스스로와 가까운 타인을 보호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오늘 본가에 가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배달 음식을시켜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상황에서도 매주 배달음식으로 충분하면 좋겠다는 마음을숨길 수 없다.
코로나가 무섭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혼자 격리할 수 없는 가족이 있다는 건 더 무서운 일이다.
물론 시설에 입원해 케어를 잘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상이 부족한 요즘 반신마비 장애인 아버지가 병원에서 어떤 케어를 받을 수 있을까. 보호자 없이 침대에 홀로 누워 몸조차 움직이기 힘드실 걸 생각하면 시설 격리는 정말 마지막 옵션처럼 느껴진다. (물론 무증상, 경증일 경우 이야기이다.)
언제까지 이런 시절이 계속될까.
아버지가 무탈하시길, 방학전까지 아이들이 제발 코로나에 노출되거나 격리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날들이다.
The 3rd Green Day
비건 샐러드에 빠졌다. 하머스가 딱히 맛있진 않았는데, 전체적인 조합과 살짝 매콤한 이탈리안 드레싱이 좋았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아침으로 먹고, 오후까지 배가 불렀다.
점심으로는 쫄면을 먹었다. 시판 쫄면에 콩나물과 계란을 삶아 넣으면 되는 초간단 요리. 맛은 좋았다. 몇 주 연속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파게티 소스와 두부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단 한 끼가 저녁인데, 밥하기가 귀찮았다. 아침,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탓인지 저녁 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내 배가 안 고프면 남의 밥도 하기 싫어진다. 그게 배고프지 않은 엄마를 둔 아이들의 불행이다. (그래서 우리집엔 아이들 간식이 넘친다. 언제든 배고프면 꺼내먹을 수 있도록 조치해 두고 산다. 반전 행복도 있어야 공평하니까.^^) 배달 요리를 시킬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그린데이"이므로 초간단 요리라도 해주기로 했다. 파스타 소스에 두부면을 볶았다. 파마산 치즈를 뿌리고, 식빵을 한 쪽 구워서 반씩 잘라 올려줬다. 초간단 요리에도 아이들이 맛있다 엄지척 해준다. 배고프지 않은 엄마에게 적응해 뭐라도 해주면 잘 먹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맛있고, 건강한 식탁을 향해가야 할텐데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