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우리 집 찾기 (2)

#31 오클랜드에서 살 곳을 찾았다!

by 뉴학생

(#29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 집 뷰잉을 다녀오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클랜드의 미친 렌트비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내고도 괜찮은 집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집 컨디션은 괜찮았으나 조금 멀기도 하고 부동산 담당자가 일을 엉터리로 처리했던 집이 아른거렸다. 아직 부동산 홈페이지에 떠있기에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집은 나갔으나 업데이트를 아직 못했다고 한다. 그냥 우리가 살 운명이 아니었으려니.


전화를 끊고 한국인 커뮤니티를 구경하는데 우리가 알아보던 동네는 아니었지만 꽤 가까운 동네에 매물이 올라와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노스쇼어 매물이야 늘 있지만 우리 동네는 흔치 않은데. 재빨리 문자를 보내고 남편이 같이 갈 수 있는 날로 뷰잉 약속을 잡았다. 원래 살던 곳에서 직선거리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기본 가전과 가구가 갖춰져 있다. 주말 남편 퇴근 후 뷰잉을 가면서 맘에 들기를, 다른 경쟁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조용한 주거단지의 단독주택 중 아래층을 렌트 놓은 곳으로, 집이 언덕에 위치해 있어 도로변에서는 반지하, 반대편에서는 1층인 곳이었다. 다행히 1층인 방향이 북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오고 주차자리도 별도로 있다. 화장실을 제외하고 인테리어를 한 지 얼마 안 돼 맘에 쏙 들었다. 기존에 지인에게 빌려주었다가 나간 후 비어있으니 이사 일정도 자유롭다고 했다. 맘에 너무 든다고 여러 번 말씀드리고 이사 일정을 정해 연락을 다시 드리기로 하고 나왔다.




첫 직장 동기 중 해외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 K가 외국에서는 한국인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을 때만 해도 코웃음을 쳤었다. 대학생 시절 해외에서 만났던 어른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봐서일까. 몽골에서 만났던 한 남자 어른은 해외에서 고생하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곳에서 식사대접을 한다며 룸살롱으로 안내를 하기도 했고, 독일 스트립쇼 공연장 앞을 지나던 중 한 무리의 어른들이 빨리 들어가야 좋은 자리를 잡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종교도 없는 나이니 괜히 한국인과 얽히지 말고 살아야겠다며 커뮤니티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해외에 장기로 나와있으니 도움을 받을 일이 많다. 결국 우리 차도, 집도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좋은 매물을 찾았다.


내가 학교를 안 가는 날과 남편이 쉬는 날로 골라 이사 날짜를 정하고 이사 갈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골라 담았다. 습도가 높은 겨울이니 의류건조기는 필수고 집밥을 자주 먹는 우리라 밥솥도 세일에 맞춰 사 왔다. 한국인 커뮤니티 중고장터를 오가며 귀국예정인 사람들로부터 전통문양 장식장과 드라이기, 새 수저세트,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모았다. 가전과 가구가 딸린 집에도 필요한 게 한가득인데, 용감하게 옵션이 없는 집으로 가려했던 나. 이 집을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이삿날은 우리 차로 네 번을 오가며 짐을 날랐다. 신혼집을 정리하고 1년 2개월 만에 생긴 공간에 신나기도 하고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그냥 소소한 재미가 그리웠다. 추운 날 씻고 나와 수건을 두르고 이불에 바로 뛰어 들어가고, 미역국 한 솥 끓였다가 계속 데워 먹으면서 흐물해지는 맛, 남편이랑 둘 다 쉬는 날 느지막이 일어나 씻지도 않고 널브러져 있는 그런 것들.


이사 온 집에도 단점은 있다. 그래도 뉴질랜드에 생긴 첫 우리 집이니 애정 듬뿍 담아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과제 기간이라 낮에 혼자 보내는 시간 동안 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사온 집에서 보이는 밤 하늘 별 (아이폰 13미니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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