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겨울나기

#34 포근하지만 추운(?) 뉴질랜드의 겨울

by 뉴학생

뉴질랜드행을 꽤 오래 준비하다가 코로나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다른 나라로 가야 하나 생각을 한 건 코로나 2021년 연말이었다. 해외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던 우리 부부에게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영어를 쓰는 나라일 것, 둘 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이 외에 이왕이면 친절한 사람들이 있고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게 추가되었다. 우선순위를 꼽아보니 1) 뉴질랜드 2) 캐나다 & 호주 3) 그 외 나라로 추려졌다.


캐나다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하다는 점과 이민 문호를 적극적으로 연다는 게 장점이었지만, 겨울에 눈이 1미터씩 쌓인다는 점은 수족냉증이 심한 나에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그즈음 캐나다에 정착한 작가의 웹툰을 읽으며 반년 정도 기다려보고 안되면 추위를 감안하고 캐나다를 고민해 볼 참이었다.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큰 시장이라 남편과 내가 일 할 기회가 있는 건 장점이지만, 오래전 여행하면서 당했던 인종차별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어차피 뉴질랜드나 호주나 국경을 비슷하게 닫았으니, 비슷하게 열리면 뉴질랜드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넘어와 살고 있는 뉴질랜드 북섬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오클랜드. 건조한 여름과 습한 겨울이지만, 겨울에도 최저 온도가 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니 나에게 적합한 도시라 생각했다. 작년 8월 말 사실상 겨울이 끝나고 뉴질랜드에 도착했고 올해 처음으로 뉴질랜드의 겨울을 맞이했다. 이불을 돌돌 말고 찜질기를 두르고 내 사전준비나 공부가 부족한 걸 깨닫고 기록으로 남겨두리라 마음먹었다. 1년 중 가장 추운 7월을 보냈다. 아침 최저기온이 5도이고 낮 최고 기온은 13도이니 한국으로 치면 포근한 겨울로 느꼈을 정도이다. 뉴질랜드가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 있다.


1. 목조 건물과 단일창의 환장의 콜라보.

이사 오기 전 살던 상가주택의 2층도, 이사 온 1층 주택도 목조 건물이다. 여기 자연환경과 건축환경에 맞는 자재인 건 맞지만 단열에 취약하다. 게다가 여기는 여닫는 홑 창문이 대부분이니 실내외 온도 차이가 없다.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빛 좋은 날에는 밖이 더 따뜻하다.


2. 비싼 전기세.

한국에서 많이 쓰는 보일러는 일부 한인 업체들이 시공을 한다고 들었다. 여기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난방도구는 히터와 히트펌프, 오래된 집에는 굴뚝 난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전기를 사용하는 난방기구 들이다. 단열이 안 되는 목조건물에서 내가 원하는 온도를 유지하려면 전기세가 제법 나올 걸 각오해야 한다.

히트펌프는 한국에서 보는 벽걸이 에어컨이랑 똑같이 생긴 난방기구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로 실내를 데운다.
출처: google, electricity rates nz


3. 큰 일교차

겨울에도 햇빛이 좋을 때면 민소매에 반바지, 슬리퍼를 많이 볼 수 있다. 쨍한 햇빛이 있다가 갑자기 손톱만 한 우박이 쏟아지니, 날씨가 좋은 줄 알고 얇게 입었다가 오들오들 떨기 쉽다. 결국 가방에 필수품은 경량패딩과 우비이다.


오클랜드의 겨울을 보내며 단연 내 필수품은 고무핫팩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생리통이 있는 날이면 끌어안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밤마다 내 손발을 데워주는 필수품이 되었다. 최근에 한국에서 가져온 핫팩이 수명을 다하고, 동네 마트에서 산 핫팩이 날 지켜주고 있다. 연초 한국에서 사 온 경량패딩은 교복이 되었다.


다행인 점은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지난여름에 미리 쏟아부어서인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겨울 초입에 몸살기운이 있어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동백꽃과 목련이 보인다. 겨울이 다 지나갔구나! 몸도 마음도 따뜻한 날이 더 많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