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PART.2

#4 회사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

by 뉴학생

2021년 봄이 되었는데도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았고 MBA 입학 허가서를 7월로 받았는데 뉴질랜드 국경은 열릴 기미가 안보였다. 벌어둔 돈을 그만 까먹고 무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취업포탈에 들어가 내 경력이랑 비슷한 계약직 자리 몇 군데에 지원해 한 회사와 온라인 면접을 보고 일을 하게 됐다.


4개월 계약직이라 혹시 7월에 입학을 하더라도 맞출 수 있는 일정에 무엇보다 재택근무였다. 다시 일을 하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생기가 돌았다. 일을 하는 사이 입학은 다음 해로 다시 밀렸고, 회사에서는 프로젝트가 지연되어 추가 한 달을, 다른 부서에서 사람이 필요해 부서를 옮겨 추가 여섯 달을 연장하다 보니 총 11개월을 일했다. 계약직이라 부담이 없고 내 경력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계속 늘어지는 일정이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 사이 남편은 거실에서 일하는 나를 배려하며 방에 갇혀 심심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커피쟁이로 10년을 살아왔으니 일을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특정다수를 만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오래 일 할” 사람을 원하는 사업장에 국경이 열리면 바로 떠날 상태로 들어가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을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제주에서 2주를 보냈다.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남편은 커피 한 잔 하고 오고, 꼭 가보고 싶던 수풍석 박물관을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퇴근하고 바닷길을 드라이브하며 한 때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가 된 거에 감사하기도, 한편으로 일이 바빠 야근한다며 투덜거리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다녀오던 남편이 찍은 제주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나


계약이 끝날 무렵 내가 일했던 두 부서 상사에게 온라인 면담을 요청했다. 이전 회사를 떠날 때 티타임을 청해 주었던 한 매니저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11개월 짧은 내 회사생활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싶었다. 다행히 두 상사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고, 난 혹시라도 다음에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를 통해 많이 배웠고 좋은 조직에서 일했다는 자부심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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