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힘들게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왔다.
7월 중순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후 남편은 일주일 만에 짐을 챙겨 먼저 뉴질랜드로 떠났다. 깨지기 쉬운 커피 짐은 기내 수화물로 들고 가고, 부피가 큰 짐 몇 개는 EMS로 보냈다.
연애하면서부터 2주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남편이 옆에 없으니 어색했다. 바로 일을 시작한 남편은 매일같이 영상통화로 뉴질랜드 현지 상황을 전해왔고, 난 한국에서 뉴질랜드 소식을 접하며 가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을 시작했다. 그 사이 난 부모님이랑 일주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준비하는 언니네 집을 오가며 조카 둘이랑 찐한 시간을 보냈다. 8월 중순 드디어 비자 승인이 났고 8월 말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드디어 가긴 가는구나.
출국을 닷새 앞두고 액땜을 제대로 했다. 5년 반을 잘 타던 차를 친구에게 출국 전날 넘기기로 하고 정비며 세차를 끝마쳤는데,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를 침범했던 트럭이 미처 내 차를 보지 못하고 후진을 하다 부딪혔다. 운전면허 딴 지 십 년 만에 처음 겪는 교통사고라 순간 멍, 다행히 멈춰 있다 살짝 움직였던 지라 충격은 약했지만 순간 아찔했다. 덤프트럭 기사아저씨가 내려 바로 사과를 하고, 왕복 10차선에 교통량이 많은 도로라 갓길로 차를 빼고 상대방 보험사를 불렀다.
불과 며칠 전 정비하러 다녀간 차 서비스 센터에 가니 범퍼에 그릴 교체인데, 얼마 전 쏟아진 폭우로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많아 출국 다음 날에야 차가 고쳐진단다. 다행히 차를 인수하기로 한 친구는 별 상관없다고 해서 보험사랑 몇 차례 씨름 끝에 차는 수리 후 친구 집까지 탁송해 주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 목이 살짝 뻐근한 것 말고는 내 몸은 괜찮아서 대인접수는 하지 않았다. 비행기표 바꾸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뉴질랜드행.
비 오는 8월 30일, 밤새 아팠던 둘째 조카에 잠을 설치고 형부가 태워주는 차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일본을 경유하는 비행 편을 끊었는데, 인천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가 아시아나라 골드회원 혜택을 누려 빠른 수속에 수화물 비용도 좀 아꼈다. 나리타에서 환승하는 일곱 시간은 알차게 면세구역에서 일본식 라멘을 먹고, 면세점 구경하고, 일본과자를 쇼핑하면서 보냈다. 나리타 공항에 앉아 뉴질랜드 한인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구경하다가 괜찮은 중고차 매물을 발견해 남편한테 연락해 보라고 채근도 했다. 나리타에서 에어뉴질랜드를 타고 10시간 만에 드디어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
여름의 끝에 출발했는데 늦겨울 찬바람이 부는 날씨가 낯설었다. 아직 차가 없는 남편을 대신해 남편의 고용주인 카페 사장님이 공항에 픽업을 나왔다. 짐을 싣고 우리나라와 반대인 조수석에 타 남편이 일하는 곳이자 임시숙소에 도착했다. 한 달 반 만에 만나는 남편이 어색하기도 하고, 우리 둘 다 오랫동안 계획했던 곳에 온 게 잘 실감 나지 않았다. 남편은 새로운 곳에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치고 동네 카페에서 단골손님들을 맞이하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출발 전 주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EMS 상자가 나보다 두 시간 빨리 매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하고 이웃 잡화점에서 유심카드를 사서 한국 가족에 잘 도착했다는 보고를 했다. 밤새 아팠던 둘째 조카는 컨디션을 회복하고 급히 출동한 외할머니랑 잘 놀고 있다고 했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뉴질랜드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