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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리기는 운이 좋게도 산악 달리기로 시작했다. 매일 걷던 산행이 달리는 산행으로 바뀐 것이다. 곁눈질로 달리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걷는 것에 만족하던 나로부터 매일 뛰는 트레일 러너가 되었다. 그 시작은 항상 나와 같이 뛰던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와 나는 서로를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다. 단지 나는 걷고 그는 뛸 뿐이었다. 우리는 산 중턱에서 그는 내려오고 나는 올라갈 때 만나는 사이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와 나는 한 지점에서 같이 서있다. 나는 마음속으로 '오늘도 파이팅입니다'를 외친다. 의식하지 않지만 의식한다는 말이 그 순간 알게 된다. 그는 달려 내려가고 나는 걸으며 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거의 오면 그의 발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이번에는 같은 방향으로 같은 지점에 또 한 번 찰나의 순간이 맞이한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이번엔 그가 나에게 마음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달리는 모습은 경쾌하다. 주말이 되면 꽤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하는데 그처럼 가볍게 달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마치 발바닥에 스프링이 있는 것처럼 통통 튀며 오르막길을 가볍게 달린다. 너무나 쉽게 달리는 모습에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그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한 번은 그의 뛰는 모습에 내가 뛰는 모습이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 달리는 나를 보면 그때 그에게서 내 미래의 모습은 본건 아닐까? 아무튼 그에게 세뇌를 당해 트레일 러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달리기 첫날 내 몸안의 공기가 들어오는 공기를 방해했다. 숨은 턱밑까지 올라오고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고작 200m 뛰었을 뿐인데 저절로 몸은 숙여지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컥컥거렸다. 1분을 그렇고 있으니 늘 듣던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창피했다. 그래서 큰 숨을 한번 쉬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걷기 시작했다. 가쁜 숨이 목에서 올라왔다. 아직 그와 같은 지점에 만나기까지는 좀 더 있어야 했기에 참아야 했다. 서로 교차되고 멀어질 때쯤 나의 숨이 진정이 되었다. 산 정상까지 400M 남짓 남았을 때 다시 뛰었다. 목표가 눈앞에 있으니 숨도 처음보다는 괜찮았다. 드디어 목표 정상에 도착했다. 기분이 묘했다. 매일 만나는 정상인데 달리는 첫날의 정상은 달랐다.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 나무와 풀과 하늘 구름까지 모든 풍경이 트레일 러너 첫발을 내디딘 나를 반기는 듯했다. 비록 2.5킬로의 산행길에 600m 남짓 달렸지만 뿌듯함이 밀려왔다. 게다가 그와 만나는 지점이 오늘부터 틀리기 시작했다.
같은 환경에도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지속적일 수 있다. 산악 달리기가 나에게 그랬다. 어제와 오늘이 틀리고 내일이 틀렸다. 시간은 누구나 흐르지만 달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의 시간은 전진한다. 마치 강산에의 강을 거꾸로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말이다. 트레일 러너가 된 지 4개월이 되었다. 달리기 4개월 달린 이 가 트레일 러너라고 하다니 너무 거창한 표현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달리기를 하루를 했더라도 당당히 자신을 러너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달리는 시간에 누군가도 달리고 있을 것이고 그 누군가는 유명한 러너일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은 같은 지점에 서있다. 빠르다, 멀리 오래 달린다가 아니라 달리는 시간 동안 함께 달린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 나는 그들과 동등하다. 생각이 같고 몸이 달리기 때문이다.
시간은 누구나 흐른다. 그러나 러너가 되면 나의 시간은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