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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15. 2023

나는 기분이 좋다

내가 머무는 곳에는 항상 시간 방전이 일어난다. 직장, 집, 버스 안, 지하철 안에서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곤 한다. 우연히 다른 오늘이 오기도 하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다. 새로울 것 없는 오늘의 사는 나는 시간 방전을 내뿜고 있다. 


요즘 나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금에 서있지만 언제부터 인지 모를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가끔 로또를 살 때 과거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정작 나는 그토록 원하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어제와 똑같은 일과 똑같은 감정은 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날을 만든다. 그런 나는 언제나 보통의 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찾아온 기분 좋은 날도 시간방전을 일으켜 그저 그런 날이 되어버린다. 보통의 하루를 안식처처럼 사는 나는 남들과 같은 하루에 만족하며 살았다.


나는 늘 다른 이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걱정스러웠다. 나의 시선은 다른 이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시간방전을 일으켜 초라해졌다. 나의 시선은 나만 볼 수 있지만 정작 나는 내가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마다 시간 방전을 일으켜 언제나 같은 걱정과 후회를 했다. 정작 나는 내 모습을 보려 다른 이의 시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창 밖에는 눈이 흩날리고 있다. 내 시선은 창밖에 눈을 정확히 인식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이 순간만큼 오늘은 새롭다. 나는 최대한 그것을 길게 의식하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떨어지는 눈은 찻길도 나무도 건물도 하얗게 인테리어를 한다. 바라보는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움은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새로움을 찾는 것이다. 고정된 일상에 나의 시선이 새로움이 되어야 나는 조금씩 변화한다. 가로수에 손을 대어도 좋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에게 말을 걸어도 좋다. 하늘을 올려보아도 좋다. 버스 창가에 비친 나를 보아도 좋고, 일을 하다가 잠시 기지개를 켜도 좋다.


아무것도 아닌 감정에 말 한마디에 새롭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차 한잔이 새롭다. 아무것도 아닌 계절에 날씨가 새롭고, 아무것도 아닌 관계에 소통이 새롭다. 늘, 항상 있던 곳에 새로움을 더하면 특별해진다. 


보통의 하루는 특별한 하루를 만들고, 머물러 있는 나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내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이 특별해지고 새로움을 찾는 이유도 내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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