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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Feb 20. 2023

'하다 하다 책방이라니' -대화식 서평

작가 안현주


'동네서점'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백화점의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 인해 동네 서점들은 사라져 갔다.

동네서점이 사라진 지금 학창 시절 학교 앞 작은 서점에서 문제집을 샀던 향수가 그립다.


시대는 변했다. 동네 서점도 변하고 있다.

지금의 동네서점이 학창 시절의 동네서점과의 틀린 점은 카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만 팔아서는 동네서점이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동네서점은 생존수단으로 택한 것이 카페와의 공존이었다.

그것으로 인해 옛 서점의 향수는 사라졌지만 대신 차와 책이 가져온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하다 하다 책방이라니'의 저자 안현주도 동네 서점을 운영 중이다. 남편의 북카페를 옆에서 보는 아내의 솔직한 리뷰 같은 책이다. 책방 주인인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심정을 같은 남자인 내가 전부 헤아릴 수는 없다. 만약 내가 북카페를 차렸을 때, 곁에 있는 나의 아내의 심정을 작가를 통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작가의 시선에 담긴 동네 북카페를 운영에 따른 애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자영업을 22년 하고 있는 덕분에 운영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오롯이 작가의 애환을 알 수 없다. 나는 남자들의 로망인 자신만의 '북카페'를 건설한 작가의 남편이 존경스럽다.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한 남편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의 결단력에 존경한다. 나는 그럴 용기가 아직 없어 22년째 같은 일을 하며 언제가 나의 북카페를 운영할 그날이 오길 바란다.


'하다 하다 책방이라니'란 책이 내 손에 끌어 들어온 건 헤이리에 있는 '쑬딴스 북카페'란 동네 서점에서 사 왔다. 동네서점에 있는 동네 서점에 관한 책이라니.. 분명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이끌림이다. 그 이끌림 덕분인지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책방은 꼭 가봐야 할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이 집단으로 발견된 곳이라 해서 마을 이름이 상지석이란 파주에 작은 마을, 그 마을 길에는 '오래된 서점'이라는 북카페가 있다. 한적한 길 옆에 지워진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서점'은 이름만으로도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미끄러지듯 작은 흙먼지를 일으키면 서점 문을 열었다. 책의 특유한 종이 냄새와 갓 내린 커피 향에  나의 뇌는 '잘 왔다'를 각인시켰다.



"작가님, 어떻게 이곳에 책방을 차릴생각을 하셨어요?"

"저도 여기에 차릴 줄을 몰랐어요"

"남편이 북카페를 한다고 하길래 따라왔는데 여기더라고요"

안현주 작가는 커피를 내리는 남편을 흘깃 보았다.

그녀는 처음 남편이 북카페를 한다고 말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북카페를 인테리어 비용을 많이 든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난생처음이라 경험도 없었다. 무엇이든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남편을 말렸다. 그녀의 말에 남편은 준비해서 할 생각으로 미루다 보면 책방을 영영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말에 일부분 동의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어졌다. 이미 남편은 오리고지집을 계약한 상태였다. 그녀는 바닥에 흐른 물을 담으려니 컵 속에 남아있는 물마저 흙탕물에 될 것 같아 승낙을 하였다.


서점 안 책들은 갖가지 모양의 책장에 꽂혀있었다. 하나씩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책장들인데, 이상하게도 그것들은 오래된 책방의 어울림이 되었다. 묘한 조합이 때로는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나는 그것이 트렌드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된 서점의 트렌드는 책장들의 묘한 조합에서 나온다. 나는 세세히 책장들을 살펴보았다. 

"작가님, 책장이 서점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센스 만점이신데요"

안현주 작가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책장들 대부분은 아파트 분리수거에서 가져왔거나 당근마켓에서 사 온 것들이라 말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서점 운영에  비용을 절감해야 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새 책상들을 사지 않은 게 다행이었어요"


양촌리 핸드드립 장인이 내려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눈을 감고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향기에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천국이었다. 언제부턴가 차 한잔에 감동하고 피아노 연주곡에 때론 눈물을 흘렸다. 막연히 나이가 들어 감정이 그러거니 생각하며 주책맞은 나를 창피해했다. 


"굿"

"사장님 커피맛이 끝내주네요"

"사실 전 핸드드립 좋아하진 않은데, 사장님 커피 덕분에 핸드드립의 편견이 사라졌어요"

나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 말했다.


단순히 물질은 그 공간에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끌어당김의 연속이다. 특히 물은 모든 것을 저항 없이 흡수하는 성질을 가졌다. 내 손에 들려있는 커피도 그 안에는 오래된 서점 사장님의 인생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커피는 묵직하면서 가볍다.


외진 곳의 매장을 운영하려면 사람들의 소문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같이 트렌드에 빠른 MZ세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들의 SNS가 활성화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누군가의 유행이 마치 자신의 안성맞춤 옷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막상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오래된 서점을 파주 동네 책방에서 사 온 작가의 책으로 만났지만, 오래된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끌림에 의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그곳이 정겹고 편안하고 좋아 단골이 된 것일 테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다시 찾는 장소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오래된 서점은  그런 곳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내가 너무 늦게 알았나' 하는 걱정의 마음이 드는 손님의 말에 오래된 서점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충분히 넘쳤다.


"이런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의 말에 안현주 작가는 말했다.

"저희 2층에 북스테이를 하고 있어요"


오래된 서점의 특징 중 하나는 북스테이는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빠듯한 서점운영에 반대를 했지만 남편의 실행력을 막지는 못했다. 서점 2층  13평 규모의 방 두 개에 작은 거실 그리고 옥상이 있는 공간, 서점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는 이곳, 흉내만 내는 책 몇 권의 북스테이가 아닌 진심의 북스테이 였다.


안현주 작가는 얼마 전 책방길 건너 빌라로 이사 온 손님에 대해 말했다. 이 동네 책방 때문에 이사 왔다는 손님의 말에 지친 하루가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말했다.

"우리 책방 때문에 이사 온 손님은 그 이후로 한 번도 저희 책방에 들린 적이 없어요"

"남편은  '산이 있는 게 좋아서 그 동네로 이사를 했지만 그렇다고 그 산에 자주 오르지 않잖아'"

"'한 번도 산에 안 간 사람들도 많을 걸'이라고 말했어요"

"저는 남편의 대답이 이상했지만 무언가 맞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작가 남편의 말에 뜨끔했다. 지금 사는 곳이 바로 그 이유였다. 산이 있어 선택했던 곳에 나는 10년 넘게 한 번도 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마 여유가 없어서일 겁니다"

"여유요?"

"네, 제가 생각하는 여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유와는 다릅니다."

"사람들은 휴식을 여유라고 생각하거든요"

"휴식은 사회에서 주어진 시간이지만 여유는 제가 만드는 시간이죠"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요"

"이런 것들은 반드시 자기 인식이 필요하거든요."

"하면서 무언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죠"

"반면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유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쉰다는 휴식이 여유라는 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말한 그 손님도 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방이 좋아 가고 싶지만 내일 출근을 위해 쉬는 것을 선택한 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것은 자기 인식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유는 바로 그런 시간이다. 

나는 11년이 지난가을 어느 날 산에 산책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여유라는 쉼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래된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직업 불문하고 끌어당긴다. 그래서 작은 책방에 뮤지컬 공연을 하고 음악회를 하며 각종 소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끌어당김으로 책방이 그저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창조된다. 그것으로 책방 주인과 손님들의 관계는 사고파는 관계에서 그 이상의 관계로 넘어간다.


안현주 작가는 말했다.

"언젠가 저희는 갑자기 치맥 번개를 모의했더랬죠"

"조금은 특별했으면 했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책방에 치맥이라... 상상도 별난 상상이 재미있잖아요"

"하하하"


책방에 치맥이라니 역시 안현주 작가 부부는 별을 쏘는 사람들이었다.

"오래된 서점을 하면서 책방을 좋아해도 책은 읽지 않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은 걸 알게 되었어요"

"부담 없이 좋아하는 문장 하나씩 들고 만나서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서로 들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SNS에 올렸답니다"

"다섯 명이 모였고 저희까지 일곱 명이 치맥 문장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생각한 것보다 대성공이었답니다"

"처음 치맥으로 모임을 주선했지만 막상 모임을 하면서 문장이 모임을 주선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문장이 치맥을 주도한 것처럼요"

"사람들의 마음에 문장이 그 사람만의 삶의 모습을 말형태로 튀어나온 것 같았거든요"


우리는 살면서 여러 모임을 하는데 이야기 주제는 대부분 회사일이나 가족일을 말한다. 우리는 거기서 부정을 말하며 공감하거나 긍정을 말하고 부정에 공감한다. 이런 것들이 나온 이유는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래된 서점의 모임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같은 것을 말하지만 긍정을 말하고 그것에 공감한다. 


안현주 작가는 '하다 하다 책방이라니'를 읽고 오래된 서점 같은 동네 책방에 한 명이라도 애정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 역시 동네 책방을 찾는 여유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하다 하다 책방이라니'의 책은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찾아낸 나에게 쉼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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