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즐거움

by 시원시원

매장 리모델링이 끝이 보인다. 이제 스탠드 등과 몇 가지 소품이 오면 끝날 것이다. 3주간 지치고 힘들었던 리모델링이 드디어 막을 내린다. 하지만 완성이라는 해방감 탓에 벌써부터 허전함이 밀려온다. 오히려 힘들고 지친 3주간의 시간이 더 즐거웠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할 때 과정이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즐겁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가시밭길을 선택한다. 그래서 늘 과정을 힘들고 지친다. 게다가 목표를 달성해도 과정의 즐거움 따위는 없다. 일에서 얻는 삶의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허전함이 밀려온다. 그런 감정이 나의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같다. 종착역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과정의 길이 아닐까? 그 과정의 길 위에 수많은 목표라는 정거장 있을 거고 그 때문에 지나온 과정의 길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종착역인 죽음에 다다랐을 그토록 바라던 '후회 없이 잘 살았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3년 전까지 18년간 나는 열심히 일했다. 휴일도 일 전화가 들어오면 만사 제쳐두고 나갔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 돈을 벌어 생활은 나아졌다. 하지만 나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런 돈에 대한 나의 열망은 진실한 삶의 영위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언제 한 번은 골목 페인트 사장님이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매장에 놀러 오셨다. 그는 병원에 잘못된 당뇨약 처방으로 인해 건강이 꽤 나빠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 걷지도 못했던 그는 30년간 운영을 했던 페인트매장을 접어야 했다. 그는 나에게 은퇴하고 나서 아침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10시쯤에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4시경 동네 한 바퀴를 걷고 밤 12시에 잠을 잔다고 했다. 그런 행동은 평소 그에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새벽 6시에 매장에 도착하면 늘 골목을 쓸고 있는 그였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이 한순간 은퇴라는 무력감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일 하나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은퇴는 그와 같을 것이다. 3년 전까지의 나도 같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나는 하루빨리 은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나의 인생의 과정길에서 하고 싶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목표를 만들고 과정을 실행하게 만들었다. 나는 목표를 이룬 허전함을 과정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은퇴하고서 즐긴다는 생각은 멀리 보내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않고서는 은퇴는 죽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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