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잃어버리기

by 시원시원

언제 한 번은 조카가 산에 올라갔다 에어팟과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날 조카는 매우 상심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지갑과 에어팟을 사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조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조카는 새로 생긴 지갑과 에어팟과는 별개로 자신이 멍청한 실수를 했다는 것에 몇 날 며칠 자책을 했다.


우리는 평생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수많은 이유로 수많은 강의를 듣거나 물건을 사거나 사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우리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한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다 우리가 죽음날 평생을 얻어온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다. 후회를 남기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우리는 잃어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관계, 직업, 사랑 같은 것들 역시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을 만든다. 미래를 사는 우리는 언제나 얻기 위해 노력한다.


늘 미래만 생각하는 우리는 얻기 위해 상황을 통제한다. 울타리는 만들고 들어올 문을 만든다. 마치 산에 내려오는 물을 모두 받기 위해 댐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물 한 방울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울타리의 높이는 점점 거대해진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통제하려는 상황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넘쳐나는 물로 인해 거대한 울타리는 한순간에 붕괴되고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상황도 역시 통제할 수 없다. 그냥 흐르도록 놔두는 게 최선이다. 다만 잠시 나에게 머물고 갈 수 있도록 내 안에서 잘 잃어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준비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끝난 것은 잃어버리면 끝난 것이 된다.


잘 잃어버리는 노력은 인정으로부터 시작한다. 관계의 끝남, 일의 끝남, 사랑의 끝남과 같은 모든 상황의 끝남을 붙잡지 말아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끝남을 인정하면, 그릇된 이유로 미래를 바라보던 나로부터 현재의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과정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