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삶을 떠나려 한다.

by 시원시원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이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 내 앞에 큰 빙하가 가로막혀 있더라도 나는 지금 이 자리를 지키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빙하에 부딪쳐 내 배가 침몰하면 지키려 했던 것에 후회를 한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나는 무엇을 하든 언제나 내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후회는 처음에는 내 탓으로 시작해 점점 그들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까지 그들의 탓이 된다. 마침내 나는 침몰하는 배안에서 모든 것을 품는 결정을 하고 고귀한 희생자가 되려 한다.


인생의 변화는 우리는 생각하는 것처럼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로 나타나진 않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꿈꾼다. 편하고 고통스럽지 않게 어느 날, 갑자기 눈떠보니 부자가 된 자신을 바라며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위해 그들의 삶에 들어가 고귀한 희생자가 되려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의 위대한 도전과 노력덕에 그 위치에 있다. 그들은 수많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과도기가 만들어낸 공백기를 거쳐 끊임없는 위대한 도전을 통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위대한 도전 따위는 관심을 가지진 않는다. 단지 그들이 족집게 과외처럼 무언가 콕 집어주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지난 10년 전 나의 이야기다. 수많은 강의를 들으면 그들과 같이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 열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의 인생이 그들의 삶 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얻기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하루빨리 부자가 되려 한 마음에 가짜 부자들의 현란한 말에 그릇된 선택을 했다. 몇 번의 좌절을 맛본 뒤로부터는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원래 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라는 속담이 가슴에 맺히는 순간이었다. 그 후로 다시는 중간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 사회의 인간으로서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3년 동안 읽은 수많은 책에서 죽음 근처까지 경험한 저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극히 중간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 나는 무엇을 위해 중간의 삶을 떠나려 하는가?


종이를 반을 접으면 선명하게 중간의 선이 이어진다. 종이 위아래가 바뀐다고 해도 중간은 절대 바뀌는 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중간을 살기로 했다. 무언가로부터 절대 흔들리지 않아 내가 원하는 안락한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러나 중간의 삶을 사는 나는 안락한 삶을 살지 못했다. 중간의 삶은 종이 중간의 선처럼 가느다란 외줄 타기와 같다. 항상 중간정도의 치임과 관계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의 연속이었다. 혹여 떨어질 것이 두려운 나머지 나의 몸과 외줄을 감아 고정시켰다. 덕분에 나는 바람으로부터 떨어질 위험을 감소시켰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어찌 보면 올라가기는 힘들고 떨어지기는 쉬운 곳, 그곳이 중간이 삶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중간의 삶에는 내가 원하는 안락한 삶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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