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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un 01. 2023

리더의 품격

'상대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이타의 마음으로 판단하는 일들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성공했다'

-이나모리 가즈오-


얼마 전 다녀온 클럽메드라는 리조트에서 '왜 리더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공교롭게도 클럽메드의 경영 마인드를 떠올리게 되었다. 고객을 생각하는 이타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이 클럽메드가 전 세계 100개가 넘을 정도의 규모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거라 나는 생각한다.


클럽메드의 시작은 방을 나서면서 시작한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린 내가  방을 나서면서 만나는 직원들 하나하나는 정답게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건넨 인사가 쑥스러워 피했다. 하지만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을 모른 체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내 나는 눈인사와 미소를 건넸고, 짧은 영어 인사를 하였다. 내가 이렇게 바뀐 시간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모르는 누군가와의 인사가 나는 그토록 정겹고 즐거운 일인지 몰랐다. 


한 번은 식사를 할 때 일이었다. 우리 가족 옆 테이블에 혼자온 나이가 지긋한 외국여자가 있었다. 이내 GO(20여 나라에서 온 직원)는 그녀에게 같이 식사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덕분에 그녀의 식사는 외롭지 않았다. 이처럼 GO들은 때로는 친구처럼 손님을 대했다. 그래서 혼자오더라도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에는 많은 친구들이 생겨 즐겁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클럽메드 메인 풀 옆에는 칵테일 바가 있다. 여기서 아침 9시부터 저녁 12시까지 무한으로 칵테일을 제공한다. 물론 가격은 무료이다. 하루 100잔을 마시든 모두 무료다.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하고 비싼 가격에 칵테일 바를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클럽메드의 이런 운영 덕분에 나는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칵테일을 마음껏 마셨다. 물론 대부분의 칵테일은 'NO 알코올'을 말하며 마셨다. 때론 석양을 바라볼 때는 알코올을 허용했는데, 붉게 물든 석양이 나의 얼굴도 물들게 하였다. 나는 비취 의자에 누워 칵테일 한잔을 마시며 책을 보며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클럽메드의 저녁이 되면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제부터는 어른들의 시간이 다가온다. 매일 다른 공연을 시작으로 리조트 안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된다.  이때부터는 직원 손님의 경제는 없어진다.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하나가 된다. 언어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새로움이 가득하다. 이 모든 것이 손님을 위한 클럽메드의 리더의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손님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숙소에서 메인 풀로 이동하고 있었다.  16~17세 정도 보이는 프랑스 아이들 셋이 다가왔다. 외길을 두고 서로 교차되는 시점에서 내 귓가에 '뿌르륵'이라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렸다. 프랑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갔다. 나는 잘못 들었거니 생각하고 아내가 있는 메인풀로 향했다.


나는 아내옆 비취의자에  앉잤다. 평소 같은 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텐데 그날따라 나의 감각은 최절정이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프랑스 아이들과 마주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아내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했다. 아내는 프랑스 아이들 중 하나가 자신에게 'toilet'라고 말하며 '뿌르륵' 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아내는 고개를 돌려 화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고 인종차별을 한 아이는 순간 움찔거렸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아이는 자신의 말을 알아채지 못할것라 생각한 것 같았다. 


나와 똑같이 아내가 당하자 화가 치밀었다. 당장 뛰어가 그 아이들 있는 곳으로 달려가 한바탕 해주고 싶었다. 이내 마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이대로 넘기고 싶진 않았다. 나는 한국인 G.O를 찾아가 나와 아내가 겪은 일에 대해 말했다. 한국인 G.O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뿐,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나는 인종차별을 한 프랑스 아이에게 화가 났을 뿐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였다. 나 이외의 다른 아시아인 부모들과 그들의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클럽메드 책임자는 그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가서 다시는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받아줄 것을 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리조트에서 쫓아내라는 말은 아니다. 같은 (프랑스) 자국민이라서 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아시아인에게 인종차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한다. 비록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라도 말이다. 그 아이들 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들이 인종차별을 하는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설명해야 할 의무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그 아이들이 인종차별을 하지 않도록 그 아이들 부모는 가족 리더로서 품격을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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