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과정과 떠나기 직전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막상 도착하면 긴장과 피곤이 몰려와 다음날까지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나와 아내가 추진하는 여행 대부분은 10일 안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여행 갈까?'라고 하면 주저 없이 그날 예약을 하는 편이다. 3년 전 싱가포르 여행 때는 3일 전예 약해 떠났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떠난 푸켓은 과거 어떤 여행보다 설렘과 준비과정이 즐거웠다. 두 달 전 이사한 터라 기존 물건을 다 버려 다시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과 쌓여가는 박스들을 분리수거하느라 힘든 것을 빼면 매일 날짜를 세며 카운트 다운을 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그 덕분에 일이 손에 잡히는 날은 거의 없었다. 이미 나의 마음은 푸켓 어느 바다 비치에 누워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와 키에 제법 민감한 막내 아이 그리고 일에 지친 나와 가사와 아이들 케어에 힘든 아내를 위해 우리는 리조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가 가능한 '클럽메드'라는 리조트를 택했다. 일반 여행이라면 계획하고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특히 외국에 나가면 항상 먹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대부분 '맥도널드'나 '서브웨이' 같은 곳을 찾아다니면 끼니를 해결했다. (우리 가족은 입도 짧고, 향신료에 특히 민감했다.)
그에 반해 이번 여행은 내가 정해야 할 건 따로 없었다. 괌 PIC 여행 이후 13년 만에 베짱이가 되어 주는 밥 먹고 하고 싶은 것들 하면 되었다. 그게 올-인크루시브가 가능한 리조트를 찾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였다. 일찍이 과거 괌여행 때 올-인클루시브가 가능한 PIC를 경험했던 나는 그 매력을 잘 알아 이번 여행을 선택할 때 어려움은 없었다.
여행은 떠나야 할 순간에 지금의 내가 아닌 초등학교 시절 소풍 날짜가 되면 전날 잠을 못 이루는 어린 나를 만든다. 나의 마음은 순수해지고 설렘이 가득하다. 호기심 어린 나는 다른 세상에서 막내 아이보다 더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어 마음껏 뛰어논다. 이 순간 어른과 아이의 경계는 없다. 그래서 여행은 즐겁다.
나와 아내는 인생의 목표를 여행으로 삼았다. 그래서 여행이 내가 돈을 버는 이유가 되고 시간을 쓰는 이유가 되었다. 나와 같이 아이들이 커서 여행자의 삶을 걸으며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의 여행은 인생의 길이 되고, 목적이 되고, 목표가 되어 삶이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