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미루었던 위생교육을 받으러 수원 상공회의소에 왔다. 1시간 일찍 강의실에 도착한 나는 맨뒤에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맨 앞 강단이 보였고, 하나 둘 빈자리가 채워질 때 고등학교 시절 노량진 학원을 다닐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바빴는데, 오늘은 맨뒤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강의 전 시간이 많이 남아 100번 쓰기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현실을 쓰며 생각했다. 위생교육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옮겨온 나는 바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섰을 것이다. 지금 나와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같은 목적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은 이끌림으로 한 날 한 장소에 모였다. 그리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우린 오늘 교육이 마칠 때까지 한배를 탔고, 출항하기 위해 로프를 풀 것이다. 그리고 우린 지침서 대로 항해를 할 것이다.
나는 지침서가 가리키는 위생으로 별 탈 없이 순항 준비를 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순항은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무언가 내 눈에 나의 오른쪽 무릎 옆에 다섯 발가락 살색 신발이 보였다. 그 신발은 내 옆사람의 오른쪽 맨발이었고, 내 오른쪽 무릎 가까이에 있었다. 순간 나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는 내가 마스크를 쓴 덕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의 순탄할 것 같은 항해에 뜻하지 않은 방해꾼에 고통스러운 6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필 그 방해꾼이 바로 옆자리 사람이었다니... 그리고 160석 이상 좌석이 있는데 하필 그가 내 옆이라니... 그는 무슨 끌림에 내 옆에 왔을까?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신경선을 튕기기 시작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 수 없는 그는 발가락을 만진 손으로 얼굴과 몸을 긁기 까기 했다. 나는 그의 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최대한 의자를 왼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좁다란 책상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제한되었다. 작은 눈을 가진 나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만큼은 망원경 보다 그의 발이 선명하게 보였다. 점점 위생 지침서는 내 눈앞에 사라지고 있었다.
강의실에는 120여 명 남짓 수강생들이 보인다. 그중 내 옆자리에 있는 그를 포함해 슬리퍼를 신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위생과 맞지 않는 상태가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들 모두라고 는 할 수 없지만 휴게 음식점을 차린다면 과연 위생적으로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을까? 물론 자기 몸만 깨끗한 사람들도 있다. 한 번은 새벽에 출장일에 한 여자 손님의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그때 그녀는 황급히 몸으로 나를 막았다. 그러더니 나를 현관문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았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연 순간 집안의 상황을 다 보고 말았다. 그녀의 원룸 구조의 오피스텔은 온통 쓰레기 장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의 모습과는 전혀 상상이 안될 정도로 집안은 처참했다. 그녀도 그런 상황을 알았는지 문을 열자마자 나를 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그런 그녀처럼 자신의 몸만 깨끗한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 위생에 철저하단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위생이란 첫째는 자기 관리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위생교육보다 중요한 건 자기 관리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그가 내 옆에 나타난 이유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