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타협
일요일 아침 폭염 경보가 있던 날 나는 산악 달리기를 하기 위해 집 뒤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한동안 디스크 파열로 쉬었던 몸의 세포하나하나가 달리는 욕망에 가득 차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8개월의 쉼에 나의 체력은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달리기란 쉽지 않았다. 200m 남짓 달렸을 때였다. 나의 폐가 숨을 받아들이지 못해 온몸이 납덩이로 느껴졌다. 그때 나의 뇌는 멈추고 쉬라는 신호를 연신 보내왔다. 하지만 한달음에 달렸던 8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교차되어 실망과 무력감이 들었다. 당연히 지금 멈추면 편하다. 하지만 지금 달리는 것을 멈춘다면 나는 다시 달리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폐가 숨을 받아들일 때까지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내가 멈추지 않은 한 나의 뇌도 뛰는 것을 인식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과의 타협은 지금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나와의 타협이지 않을까?
3분이 지나자 폐에 다시 숨이 들어왔다.
지면의 열기와 나의 거친 숨, 길옆에 늘어선 나무들 그리고 나를 앞서가는 자전거 라이더들과의 경쟁에 온몸에 흐르는 땀은 산 정상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나는 2km를 달려 산 정상에 올랐다. 나는 이 세상을 다 포용할 정도로 나의 팔은 최대한 벌렸다. 세상의 모든 산소를 다 삼켜주겠노라 큰 숨을 쉬었다.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세상의 모든 것을 보며 나는 말했다. '오늘도 나는 한걸음 더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