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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Oct 31. 2023

탈모, 나에게 오다.

매장 근처  미용실  내 머리 위 열을 내뿜는 천사링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형형색색 롤이 내 머리를 휘감고 나는 창문 밖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거울에 반사된 외계인이 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파마를 하다니...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걸까?


나의 속알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이다. 워낙 숱이 많아 별 대수롭지 않았다. 붕 뜬 머리가 진정되지 않아 매일 아침마다 손으로 눌러 고정시켜야 했기에 차라리 머리가 좀 더 빠지길 원했다. 그랬던 내 앞머리가 M자를 그리며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모습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빠지고 대머리가 된들 어떠한가?. 나는 머리도 자연에 섭리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랬던 나였는데...


2달 전 내 머리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달라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하나같이 머리가 비어 보인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며  '머리가 빠지면 빠진 채 살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지  주변이들에게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자꾸 들으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셀카모드로 바꾼 후 머리뒤쪽을 찍었다. 그리고 찍힌 화면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검은 수풀 속에 나도 모르는 원형 광장이 터를 닦고 있었다. 간간히 자리 잡은 나무들은 광장을 가리기엔 너무 가느다라서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머리 뒤쪽이라 보이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그런 나의 생각은 점점 남의눈을 의식하여 밖을 나갈 때마다 머리를 매만졌고, 휴대폰으로 찍어 확인을 했다. 그리고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머리를 매만졌다. 


단점을 감추려고 하면 더 부각되어 나타나는 것일까?  내 빠지는 머리도 단점이라고 생각하니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탈모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미래의 나의 모습일 것 같아 초초했다. 나는 탈모약을 먹어야 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탈모약의 부작용이 남성기능저하라니.... 나는 선택해야 했다. 남성성과 머리털 둘 중 하나를...


그래서 지금 나는 머리에 형형색색롤을 감은채 앉아 있다. 파마로 최대한 약을 먹는 것을 늦출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도 머지않아 소용이 없어질 것이다. 자연에 섭리를 거스르려 하면 부작용이 더 빨리 오는 법이다. 나는 다시 옛날처럼 머리털에 관심을 거두어야 한다. 언제가 언젠가 부작용이 없는 약이 개발된다면 나는 그때 가서 기꺼이 먹으리라. 하지만 그때까지는 내 머리털이 버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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