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가출했다

by 시원시원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생각 없이 결정하는 사람과,
결정하기 위해 생각만 하다 하루를 보내는 사람.


이야기의 주인공은 후자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문득 생각했다.
"빨간 양말을 신을까, 파란 양말을 신을까?"
그 사이 시계는 30분이 지나 있었고,
발은 결국 아무것도 신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메뉴판 앞에서는 더욱 심각했다.
김치찌개를 먹자니 된장이 아쉽고,
된장을 고르자니 김치가 눈물을 흘린다.
그는 종업원에게 늘 말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요…”


그의 뇌는 하루에도 수백 번
"이게 맞을까?" "저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렸고,
결국 어느 날 폭발했다.


“이제 못 참아! 이 거지 같은 몸에서 해방시켜줘!!!”

뇌는 고함을 질렀다.
심장은 놀라 멈칫했고, 간은 술 냄새에 코를 막았고, 폐는 연기에 기침을 뿜어댔다.


“나는 하루도 쉬지 못했어!
너희는 그래도 주인이 잘 때는 좀 쉬잖아!
나는 꿈속에서도 시나리오를 짰다고!”


뇌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의 머릿속을 빠져나갔다.
지친 여행자가 짐을 내려놓듯,
그는 모든 감각과 연결을 끊고 떠나갔다.


그 순간, 몸은 혼란에 빠졌다.


눈은 색을 잃고,
귀는 소음을 헛되이 받아들이고,
입은 말을 잃었으며,
가슴은 뜨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몸은, 그저 움직였다.
방향 없이, 목적 없이,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넘어지고, 부딪히고, 찢기며도
고통을 인지하지 못했다.
생각이 없는 삶이란 이런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몸은 어느 날, 튀어나온 돌에 걸려
쾅!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그 충격에,
죽은 줄 알았던 뇌가 “꺄아아악!!!”
소리 지르며 되살아났다.


“아악!!! 이게 뭐야! 어디가 다 이래! 살려줘!”


뇌는 돌아오자마자,
이제껏 억눌려 있던 고통과 마주했다.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그의 감각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뇌를 몰아쳤다.

그제서야 뇌는 깨달았다.
그의 우유부단함이,
자신의 두려움과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내가 잘못했어… 지금이라도 병원 가야겠어.”


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체들아, 다시 함께하자.
이번엔... 진짜 선택할게.”


그 순간,
마치 모래 속에 뿌리내린 씨앗처럼
조금씩 조금씩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팔이 움직이고, 다리가 떨리며,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것은 그의 뇌가
처음으로, 가장 빠르게 내린 선택이었다.
망설임이 없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선택이란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이며,
책임을 지는 성장이며,
삶을 움직이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선택"보다, "한 걸음 내딛는 선택"이
진짜 인생을 살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글은 뇌가 진짜로 가출해버리는 바람에
삶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선택이 두려워 한참을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낸 경험.
그 후회와 피로, 무력감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하지만 어쩌면,
내 안의 ‘뇌’는 지금도 조용히 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너 지금도 선택을 미루고 있잖아.
그래도... 다시 시작하면 돼.”


그 한 걸음이,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가장 빠른 선택은, 다시 일어나는 것.
그 용기를 오늘도 응원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인생의 바닥을 언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