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선택에 시달렸다. 일어나고 잘 때까지 수도 없는 선택에 그의 뇌는 폭발 지경이었다. 참다못한 뇌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이 거지 같은 몸에서 나를 해방시킬 거야"
그의 뇌는 큰소리로 모든 신체들에게 외쳤다.
"이놈의 선택 장애로 인해 내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나는 하루도 편하게 쉴 날이 없었어!"
"너희들은 그나마 이놈이 잘 때나 가만히 있을 때 쉴 수 있었지만 난 항상 24시간 동안 깨어있었어"
"그 고통을 너희들이 어찌 알겠어"
"그리고 어찌나 술과 담배를 하던지 매일 알코올과 연기 때문에 내 정신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야"
"빌어먹을!!!"
"잘 들어, 신체 놈들아! 이제부터 너희들이 이놈을 움직이든지 말든지 하라고"
"나는 이제 죽음을 택할 거니깐"
"이제 편히 쉴 거야! 이 버러지 같은 신체 놈들아!"
그렇게 뇌는 울분을 토한 뒤에 사라졌다.
뇌가 사라지자 그의 몸은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다
팔과 다리는 열심히 움직여 그를 걷게 했다. 그러나 부딪혀 상처가 나도 그는 아픔을 못 느꼈다.
그의 눈은 흑백의 무언가를 보일 뿐이었고, 귀는 소음만 들렸다. 코로 들어가는 것은 무취의 공기뿐, 입은 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뇌가 떠난 그는 이젠 아무것도 느낄 수도 말할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을 흘렀을까?
여전히 아무런 방향도 목적도 없이 하염없이 팔과 다리는 그 남자를 움직였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 틈 사이로 선홍색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뇌가 떠난 그는 신체들을 향해 반항이나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그는 찢기고, 베이고, 멍들고, 수없이 부딪혀 가며 하염없이 걸어가다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졌다. 그의 머리에 강한 충격이 전달해 왔다. 그 충격에 죽어있던 뇌가 깨어났다. 순간 그의 온몸에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그러자 이제껏 축척되어 온 고통들이 한꺼번에 뇌를 향해 달려들었다.
뇌는 강한 비명을 질렀다.
"악!!!!! 젠장!!! 이게 뭐야!!! 아악!!!"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비명과 욕설이 귀에서 들렸다. 그의 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의 보았다. 그의 몸은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떨고 있었고, 흐르는 피가 고인 곳만이 따스함을 느꼈다.
이제야 뇌는 자신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우유부단함은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뇌는 그의 모든 감각들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병원에 가서 상처들을 치료하고 싶어"
"신체들아 어서 몸을 일으켜줘"
뇌가 말하자 신체들은 힘겹게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것은 뇌가 처음으로 가장 빠른 선택을 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