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의 바닥을 언제였을까?

by 시원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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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저자의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사례들이 나온다. 저자는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더 높게 날아오를 힘을 얻는다. 떨어져 본 사람만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고, 추락해 본 사람만이 다시 튀어 올라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저자를 나는 진정 공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저자와 같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는 한 그 말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절실함을 알지 못한다. 나는 저자와 달리 지극히 평범하다. 대부분 사람들 역시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때때로 고민과 걱정으로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진 않는다.


어릴 때 아버지 사업 실패로 사촌집의 지하실에 꽤 오랫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바닥은 아니었다. 비록 지하실에 살았지만 별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 시절 나의 걱정은 먹고 싶은 게 있거나 더 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아버지는 그때의 어려움이 자신의 바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바닥은 언제였을까?

그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일주일간 생각에 잠겼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에겐 저자와 같은 바닥은 없었다. 이것이 바닥일까?라는 기억들이 몇 개가 떠오른 긴 했지만 그 역시 절망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사기 맞은 적도 있고, 거래처가 배신한 적도 있었으며, 물건을 주고 돈을 못 받은 적도 있었다. 매장이 몇 달 동안 어려운 적도 있었고 , 아내와 갈등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저자가 말한 나의 바닥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그것들은 내가 인생의 바닥을 찾기 위해 기억을 헤집고 찾아낸 과거 중 그저 몇 가지 에피소드에 불가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서서히 인내심은 한계를 드러났다. 어쩌면 없을지도 모를 나의 바닥이었다. 더 이상 바닥을 찾기를 포기할 때였다.

"바닥을 찾아서 뭐 하려고?" "저자의 바닥처럼 살고 싶어?"라는 물음이 들려왔다.

순간 나는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 속에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얼마 후 세찬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고요함이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겪은 고통이 제일 아프다고 말한다. 그 말에 부정하진 않는다. 오히려 공감한다. 그러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는 책 속의 저자의 바닥보다 더 큰 고통일 것이다.


2년 전 갑자기 찾아온 하나의 물음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것은 나의 매장이 어렵거나 가족 간의 사이가 나쁘거나 해서가 생긴 물음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지친 마음이 하는 말이었다. 그러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거야?" " 이대로 사는 것이 정답일까?"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에 만족하고 위안하며 사는 삶을 나는 정말 원하고 있는가?" 란 질문들이 들어왔다. 그 뒤로 삶에 대한 후회나 반성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바닥은 삶에 대한 물음이 찾아올 때가 아닐까?


나는 인생의 바닥은 삶에 대한 물음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 번이 아닌 살면서 여러 번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똑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의 바닥은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있었을 것이었다. 지금에서야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나의 인생의 바닥이었다.


인생의 바닥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잃은 순간을 말하지 않는다. 단지 반복된 일상에 지친 내 모습에 인생의 질문이 왔을 때, 그 순간이 인생의 바닥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일상도 환경도 변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질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책과 인연이 생겼다. 일기도 안 써본 내가 글을 쓰고, 새벽잠이 많은 내가 새벽기상과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매장 입구에는 21년 만에 카페를 만들었으며 독서모임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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