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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Dec 11. 2023

면접1

자영업자 생존기

면접


대학을 졸업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갈 때쯤이었다.

나는 사촌형 매장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한참 제품가격을 외우는 와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잘 지냈니?"

휴대폰 너머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함교수야, 너 혹시 취직은 했니?"

"아... 네.. 네, 교수님 잘 지내시죠?" 

갑작스러운 함교수의 전화에 나는 너무 놀랐다.

" 아직 취업준비 중입니다."

함교수는 취업준비 중이라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됐네, 다름이 아니라 내 친구가 직원을 구해서 말이야"

"너 전산 전공했지?"

이 상황이라면 함교수는 친구회사에 추천서를 써줄 모양이었다. 근데 왜 나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학 시절에 함교수와 친한 건 내가 아닌 다른 친구였다. 항시 그 친구는 함교수의 방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하였다. 그렇기에 함교수의 이런 전화가 의아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복수 전공했습니다."

"그럼 이번주 금요일 10시에 구로에 있는 제약회사에 가봐"

"내가 미리 친구에게 말해 놓을게"

"면접은 그냥 보면 될 거야"

이런 함교수의 말이 당시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아직 나는 회사에 다닐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낯선 이들과 같이 일한다는 것도 몹시 부담이었다. 과연 내가 잘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래, 너라면 잘 다닐 수 있을 거야"

"그럼 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니 걱정 한 무더기가 파도에 밀려 나에게 다가왔다. '함교수는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어떻게 설명을 한 걸까?' '함교수가 나를 보아온 것처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닐 텐데...' '혹시 내가 함교수에게 민폐가 되면 어쩌지?'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아버지가 하는 자영업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남대문에 있는 사촌형에 가서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함교수의 제안에 외길이었던 나의 길이 양 갈래 길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면접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 몇 번이 전부였는데 그런 나에게 갑자기 취직이라니.... 나는 떨리고 무서웠다.


다음날 말로만 듣던 교수의 추천서라 이미 합격한 것과 다름이 없어 꽤 비산 양복을 샀다. 거울에 비친 양복 입은 내 모습을 보니 얼뜨기 사회 초년생 회사원 같았다. 그래도 양복 입은 모습에 점점 나의 갈림길은 한 방향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면접 당일날 아버지가 물려주신 겔로퍼를 몰고 함교수가 추천서를 써준 제약회사로 갔다. 면접 시간 10분 전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위쪽에 빨간 숫자 12는 작은 숫자들로 변해갔다.  점점 작아지는 숫자 박자는 나의 심장을 조여들고 있었다. 내 영혼은 그곳을 빠져나와 멀찍이 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이유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도 나는 탈 수가 없게 만들었다.  지금 MBTI로 말하자면 그 당시 나는 최상의 I였던 것 같다. 나의 30초의 망설임은 내 뒤에 오는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로 인해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얼뜨기 사회 초년생인 나를 몇 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몇 층 가세요?"

"아... 7층이요... 감사합니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안쪽의 빨간 숫자가 점점 높은 숫자로 변해 가는 동안 나의 심장은 뇌를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발자국 이면 나는 다른 세상의 내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한 발 자국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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