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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Dec 13. 2023

면접2

자영업자 생존기

면접 2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 대학교 강의실 책상 간격과 비슷한 사무실 책상과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은 내가 몇 분을 서있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 강감은 나를 누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얼뜨기 사회초년생을 본 한 직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면접이 있어서요"

"아, 네"

그는 짤막한 대답을 한 뒤에 다른 사무실로 들어갔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내 앞으로 온건 3분 남짓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그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 오늘 이분이 면접이 있으신가 봐요"

라고 말하고 그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가 데리고 온 사람은 꽤 고지식한 모습이었다. 두꺼운 뿔테안경 너머의 강렬한 눈빛과 먼지 없는 광이 나는 구두는 전형적인 인사 담당관이었다.

"시원 씨 되시죠"

"네"

"이리로 오세요"

그의 짤막한 대화가 나를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나는 그를 따라 책상들이 즐비한 사이의 공간을 걸어갔다. 그때마다 사무실 직원들이 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이따금 나를 지나치는 직원들의 고개 돌림의 시선은 내 시선이 앞에만 있어야 되는 이유가 되었다.

어느 한 사무실에 도착하자 그는 문을 두드렸다.

"이 과장입니다"

"들어오게"

문안에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가 문을 열자 두 사람이 나를 맞이했다.

그는 나에게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대표님이시고 이쪽은 전무님이십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나는 제발 같이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2분 남짓의 짧은 만남도 의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바람과 달리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 대표는 나에게 말했다.

"반가워요, 함교수에게 말 많이 들었어요"

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 번도 면접을 경험하지 않는 나라도 '드디어 면접이구나...'라는 것을 인식하였다.

대표와 전무는 차량 보유, 자택소유, 가족관계, 부모님이 하시는 일까지 물어보았다. 솔직히 이때는 이런 것을 왜 물어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한 것보다 내 주위에 있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이런 내 표정을 인식했을까?  대표는 의미심장한 말로 물었다. 

"아들 혼자면 아버지 가업을 이어받아야 되진 않나요?"

그의 물음에 나는 함교수님을 생각해서라도 솔직히 대답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대답에 대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이때 당시 나의 모습은 짧은 머리에 젤을 발라 세웠고 얇은 금테 안경에 찢어진 작은 눈이 고스란히 보였던 외모였다. 그래서 내가 한 말이 솔직하더라도 나의 외모로 인해 상당히 건방져 보일 수도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긴장한 탓에 대표의 눈을 싸움할 듯이 공격적이게 바라보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나의 인생 첫 면접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는 가벼웠다. 차 안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를 보니 왠지 낯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당연히 함교수님의 추천이니까....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면접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생각은 후배에게 들리는 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로부터 3일 후 한통의 문자가 왔다.

제약회사에서 온 문자였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귀하는 우리 회사와는 안타깝게도 인연이 닿지 않을 뜻 합니다 "

"면접에 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귀하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탈락한 문자를 보니 어찌 된 일인지 가슴 한편에 있는 응어리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차라리 잘됐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회사에 들어가 일할 자신이 없었다.

 

훗날 후배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지만 함교수님의 강의실에서 어떤 선배가 개떡같이 면접을 봐서 다된 밥에 코를 빠뜨는 적이 있다는 말이 하셨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내 면접이 개떡 같고 얼마나 최악으로 면접을 보았는지 말이다. 그 때문에  함교수님 얼굴에 먹칠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함교수님은 추천은 안 하셨다는 말이 들렸다. 후에 다른 교수님 어머님 장례식에서 한교수님을 뵈었고, 그때 사죄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나를 추천해 주신 함교수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처음이자 끝인 나의 최악의 면접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창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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