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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Aug 28. 2024

한 곳에서 24년 된 자영업자의 고충

자영업자 생존기

자영업자 대부분은 임차인이다. 나 또한 임대인에 세 들어 장사하는 임차인이다. 자영업을 하면서 임차인이 얼마나 고달픈지 임대인은 알 수 없다. 임대인은 월세만 또박또박 들어오면 별 문제를 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 임대인은 월세를 24년 동안 하루도 밀리지 않는 나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나 나는 임대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청춘을 받친 24년 된 매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제 임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옆매장 인쇄도 올려준다고 했으니 열쇠도 올려줘야겠어요" 

임대인은 요즘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이 시기에 자기 권리인 5%를 올리겠다 말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 심장이 매우 요동쳤다. 이런 반응은 3년 전 임대인이 30%라는 월세를 올렸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3년 전 월세를 30% 올렸을 당시 나는 그에게 말했다. 5년 계약을 해주세요. 하지만 그는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간곡히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올려드릴 테니 다음에는 생각 좀 해주세요" 이런 나의 말이 무색할 만큼 시간이 3년이 흘러서 임대인은 5%를 다시 올리려 했다.

나는 임대인에게 말했다.

"일단 알겠으니,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임대인과 전화를 끊고 가슴속 무언가 소용돌이쳤다. 이것은 화가 분명했다. 임차인으로써 월세를 24년 동안 하루도 밀리지 않은 것에 도리를 다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임대인에 대한 서러움이 폭발했다. 금융위기 때에도, 코로나 때에도 그 힘든 시간에 나는 월세를 하루도 밀리지 않고 월세를 주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노력은 임대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건 임대인의 일방적 통고였다.  


예전에 임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렇다면 결국 자영업을 하려면 자신의 건물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일까?


임대인 건물에는 인쇄, 커튼, 열쇠 세 점포가 있다. 예전에 계약날 임대인은 우리 셋이 모인 걸 보고 화를 냈다. 나는 임대인이 화를 왜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대인 입장에서 우리가 강성노조처럼 보였을까? 그때부터 임대인은 인쇄를 먼저 공략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쇄가 셋 중 가장 마음이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셋 중 하나가 계약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두 집 모두 올려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 3년 전 그날도 그랬었다.


3년 전 코로나 시절 뉴스에는 월세를 깎아주는 임대인도 있다던데, 우리 임대인은 30%나 월세를 올렸다. 당시 나는 21년째 열쇠매장을 운영 중이었고, 10년의 임대차 적용도 끝난 상태였다. 그러기에 나는 임대인이 원하면 언제든 나가야 했다. 게다가 20대 시절부터 지금 40대 후반의 나이가 될 만큼 나의 청춘이 묻어있는 이 매장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걸 임대인도 알터였다. 그러니 이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을 테니 말이다. 그 당시 나는 매장 손님을 잃을까 두려워 무리한 계약임에도 응했다. 사실 임대인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거부했어도 되었는데, 시간을 돌려 다시 생각하니, 나는 너무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이 시기에 임대인은 다시 월세를 5%로 올리려 한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5%를 올리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임대인은 인쇄에게 '3년 동안 올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실 3년 전에 매년 5%씩 올린다고 해도 지금의 월세보다 적었다. 그런 이유로 나의 생각은 임대인은 올리지 않았던 게 아니라 올리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3년 동안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임대인의 시각인 것이다. 


그런 임대인이 있는 건물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네이버, 유튜브를 찾아봐도 24년 이상 한자리에서 자영업을 한 나 같은 케이스를 찾을 수 없었다. 10년 임대차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임대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정당히 임대인에게 5%의 거부할 권리가 있을까?, 나에게 무례를 범한 임대인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 하물며 정말 나를 버리고 미친 사람이 되어 무례해야 하는가?


이제 나는 '한 곳에서 너무 오래 자영업을 하는 것도 때론 독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임차인의 도리를 다해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쁜 임차인일수록 임대인이 함부로 못한다.'라는 무례의 교훈을 깨달았다. 


내가 당연한 것을 지킬 때,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이 오늘 유난히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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