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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Nov 20. 2024

내가 만든 마음의 병

나는  자영업자입니다.

요즘 들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루틴은 변함이 없지만 삶은 그렇지 않나 보다. 자영업의 위기가 아직 남아서일까?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익숙해져 가는 위기는 내 하루의 시간을 무료하게 만드는 것 같다. 


수많은 책을 읽어도 하루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위기라는 명목으로 글 쓰는 것도 잊은 채 위기를 극복하고자 쓰는 열쇠 블로그를 열중한 지 두 달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뿐, 상업적 블로그를 작성하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나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해도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10분만 보자던 유튜브는 어느새 4시간이 넘보록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퇴근 무렵 날 공허함에 빠뜨렸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자영업 위기를 핑계 삼아 나는 선택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다 장사가 잘되는 날이 있으면, 그것으로 며칠 위안을 삼는 것도 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마음의 병 같은 거다. 이런 공허함과 거짓위안은 '괜찮다' 하면서 괜찮지 않은 하루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지금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도둑침해를 가지고 계신 나이 지긋한 어머님이 들어왔다. 어머님은 경찰이 자신을 감시하면서 자신의 집을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 어머님은 자신이 집회에 나가서 그런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무슨 집회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나까지 의심을 받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도둑침해를 앓던 어머님은 며칠 전에도 다른 열쇠전문점에서 디지털 도어록을 교체하였다. 하지만 도둑맞은 느낌은 여전하다. 심지어 자신에게 잠자는 약을 먹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불안이 휩싸여 있다. 1시간 남짓 나에게 말하면서도 몇 번을 울먹거렸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님이 불안하시면 디지털 도어록을 교체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디지털 도어록 교체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신중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잠재우질 못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며칠 전에 설치된 열쇠 기사가 의심스럽다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했다. 나는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를 차에 태웠다. 현관문에 설치할 디지털 도어록도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내가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하는 동안 내 옆에서 지켜보도록 했다. 나는 최대한 그녀가 의심할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며칠 전 열쇠 기사는 자신이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고 말해 나는 비밀번호 설정은 방법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설정하는 동안 나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잠시 후 다시 올라가 비번은 맞는지 디지털 도어록 버튼을 눌러 잠금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나는 다시 올라가 잠금장치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문을 닫고 열어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가 문을 열동 안 나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러길 몇 번을 더한 뒤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님 설치 시 의심이 가거나 문제는 없으셨죠?"


그녀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런 것이 그녀의 불안은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불안은 없앨 수 있어도 새로운 불안이 생길 것이다. 며칠 내에 다시 전화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끝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랄까?  


이처럼 불안은 내가 만든 마음의 병이다. 지금 위기도 내가 만든 마음의 병이다. 오늘 하루의 공허함도 내가 만든 마음의 병이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치료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 나이기에, 오늘만큼은 몇 번에 다짐 끝에 두 달 동안 미러 둔 치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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