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날들

나는 자영업자입니다.

by 시원시원

요즘 따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자영업자의 하루는 어제와 다르지 않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일을 마치면 그대로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마음은 왠지 계속 비어간다. 반복되는 일상에 시간이 쌓이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기분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위기라 불리는 자영업의 현실 때문일까.

책을 펼쳐도, 펜을 들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블로그에 올리는 열쇠 관련 글은 10분이면 끝이 나고, “10분만 보자” 켜놓은 유튜브는 어느새 4시간이 지나 있다. 무력감은 퇴근 시간 무렵이 되면 더욱 선명해진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자주 ‘위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내 하루를 설명한다. 하지만 어쩌면 위기보다 더 큰 문제는 ‘선택하지 않는 나’일지 모른다.

장사가 잘 되는 날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며칠은 버텨진다. ‘괜찮겠지’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속으로는 안다. 그건 위안이 아니라 회피라는 것을. 그날도 괜찮지 않았고, 나는 그냥 괜찮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을.

며칠 전, 나이 지긋한 어머님이 매장에 들어오셨다.

그분은 조심스레 이야기하셨다. 누군가 자꾸 자신을 감시하고, 집에 몰래 들어온다고. 경찰이 뒤를 쫓고 있다고도 하셨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집회에 나가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어떤 집회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조차 의심의 대상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며칠 전에도 다른 열쇠 가게에서 디지털 도어락을 교체하셨단다. 하지만 불안은 그대로였고, 심지어 누군가 자신에게 몰래 약을 먹이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계셨다. 그분은 한 시간 넘게 나에게 말을 건네며 몇 번을 울먹이셨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것을.
그저 조심스레 말했다.
“어머님, 마음이 놓이신다면 도어락은 교체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게 더 중요해 보이네요.”

하지만, 어머님은 결국 교체를 원하셨고, 나는 어머님이 직접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안내해드렸다. 불안이 스며들 틈을 줄이기 위해, 설치 과정 하나하나를 함께하며 확인하실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함께한 끝에 어머님은 조심스레 말했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여요. 고마워요.”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안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며칠 뒤, 어머님이 또다시 매장에 오실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끝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


문득, 내 마음도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나 역시, 괜찮지 않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늘 괜찮다고 말하며 하루를 넘긴다.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심지어 내 앞에서도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정말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불안도, 위기도, 공허함도 사실은 모두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 그래서, 더 외롭고 어렵다.


그래도 오늘, 나는 작은 다짐을 한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버틴 날들을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자고.
두 달 넘게 멈춰 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내 안의 멈춘 감정과 마주해보자고.


지금도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흔들리고 있고,
여전히 괜찮지 않지만,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에게 건네는 작은 다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