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오늘은 과연, 황금알이 나올까?”
날개를 슬쩍 펴보고,
다시 조용히 몸을 일으켜 부지런히 집을 나선다.
이 거위가 말이다,
매달 한 알씩 꼬박꼬박 황금알을 낳아야 한다.
그게 계약이다. 그게 책임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삶이다.
황금알을 품에 안고 주인 아주머니께 드리면
그분은 꼭 같은 말을 남긴다.
“수고했어, 다음 달에도 잘 부탁해.”
그 말은 묘하다.
칭찬 같기도 하고, 다음 미션 같기도 하다.
아마 둘 다겠지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어깨가 다시 무거워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황금알 낳는 일이
그리 쉬울 줄 아는가?
천만에.
조류독감에, 경기침체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황금알은커녕,
금빛 동그랑땡도 만들기 어렵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앉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게 다 무슨 의미지?’
그러면 황금알은 안 낳고,
생각만 잔뜩 낳는다.
그렇게 철학적인 거위가 되어버리는 날도 있다.
가끔은
포일로 싼 은박알을 내밀기도 한다.
그럴 땐 아주머니가 슬쩍 눈을 좁히며 말한다.
“이건… 황금이 아니라 은박인데?”
그래도 받아주시긴 하신다.
그 순간만큼은 거위도 인간처럼 안도한다.
너무 피곤한 날은
친구 오리나 백조랑 연못에 가서 논다.
오리발도 새로 사고,
깃털에 기름칠도 하고,
하늘도 보고, 햇살도 좀 받고…
그렇게 겨우겨우 충전해서 돌아오면
그달의 황금알은 금이 가 있다.
깨진 알을 조심스럽게 건넬 때,
아주머니는 말없이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 침묵이 제일 무섭다.
차라리 혼내시지…
며칠 동안 아무 말 없으면
결국 내가 먼저 자백한다.
벌이 뭐였냐고?
한 치수 더 큰 황금알을 낳는 것.
진짜 벌 중의 벌이다.
그달은 몸통이 빠질 뻔했다.
가끔은 운 좋게 두 알을 낳는 달도 있다.
하나쯤 숨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귀신같이 안다.
“이거 말고 하나 더 있지 않니?”
들켜서 내밀면
그제야 아주머니는 웃는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그 웃음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고,
어깨가 으쓱해져서 날개가 접히질 않는다.
그럼 아주머니는
특별식을 보내주신다.
비둘기 배달로 물고기, 새우, 감자튀김 같은 것들.
왜인지 메뉴는 늘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간식들뿐이다.
말없이 그것들을 바라보다
슬쩍 째려보면
아주머니는 다시 웃으며 말한다.
“그럼 황금알 세 알에도 도전해볼래?”
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군말 없이 그날도 밥을 먹는다.
황금알을 품어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가끔은 이 일이
내 사명인지, 숙명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사랑이었다.
누구도 모르게
묵묵히 새벽을 여는 당신.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억울하면서도
말없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황금알을 품어내는 당신.
나는 안다.
그 알을 낳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갯짓이 있었는지,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인내,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읽는 모든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에게
고개 숙여 말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비록 그 황금알이
때론 금이 가고,
때론 너무 작고,
때론 너무 무거워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모든 가장들, 부모들,
그리고 오늘도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거위들께.
“오늘도 황금알을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