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둑에 당하지 않는 기술

크레이그 재로

by 시원시원
출처 시원시원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식 서평입니다.


등장인물

팅커벨, 시원시원


요즘같이 추운 날은 해가 짧아서인지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어제도 아침의 루틴대로 4시 30분에 일어났지만 독서는 잠깐 하고 산행을 갔다 오니 6시 50분이었다. 10분 동안 근육운동과 씻고 출근 준비 그리고 매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 20분을 가리켰다. 물론 아침은 루틴대로 해서 그런지 시간 타임을 제법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부터 나의 문제는 시작되었다. 매장에서 2시간 정도 독서를 할 요량으로 산 독서대는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속적인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내 성격상 한 번에 길게 독서 시간을 필요한데, 책을 읽다 보면 손님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손님이 와야 먹고살겠지만 독서에 빠져 있을 때 오면 손님이 나가고 나서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러다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시간을 허비할 때는 손님이 안 온다는 거다. 전화벨도 안 울린다. 머피의 법칙처럼 누군가 내 생활을 지켜보며 방해하는 것 같은 생각을 가끔 한다.


당일 계획은 꼭 이루리라며 계획을 세우지만 종잡을 수 없는 어떤 것에 의해 무산되어버린다. 어제도, 그제도....

어젯밤은 너무 신경질이 나서 나를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멍청이,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해"

"다 핑계야, 네가 의지가 약한 거야"


나의 못난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잘 시간까지 놓쳐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뜬 눈으로 보이지 않는 천장만 바라보며 괴로워할 때쯤 날벌레가 날아들어온다.

겨울에 날벌레라니...

날벌레의 날개 소리가 신경을 건드린다.

가뜩이나 오늘 할 일을 하지 못해 화가 나 있는데 기름을 붓다니, 난 이불을 박차고 방안의 불을 밝혔다.

순간 믿지 못할 무언가를 보았다.

투명 날개를 하고 초록의 원피스를 입었으며 금발의 아주 작은 여자가 내 눈앞에서 날고 있었다.

설마 요정? 에이 진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몇 번을 눈을 비볐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요정이 말한다.


"왜 지금까지 안 자고 뭐해?"

"너 때문에 내가 시간을 가져갈 수 없잖아?"


요정의 말소리는 정확히 내 귀속으로 들어와 머리로 전달되었다.


"말도 하다니..."


난 자리에 털썩 앉자 버렸다.


"야! 너 왜 안 자냐고?"

"빨리 자야 할 것 아냐"

"너 때문에 버린 내 시간 네가 책임질 거야?"


요정은 나에게 계속 자라고 재촉했다.

잠이 와야 잘 것 아냐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정신이 제정신 인지도 몰랐다.

근데 가만히 요정을 보니 어디서 낯익은 모습이었다.

초록색 원피스, 금발머리 하며 서구적 얼굴 ,,,,, 그래 피터팬

난 조심히 요정에게 물었다.


"혹시 팅커벨?"


요정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듯이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래 , 내가 팅커벨이야"

"흔히 너희들이 말하는 피터팬의 팅커벨이 바로 이 몸이지"


설마 했던 것이 사실로 된 순간 난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정말? 팅커벨?"

"믿을 수 없는걸"

"그런데 왜 우리 집에 네가 있는 거야?"


팅커벨은 양손에 자신의 허리를 잡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말했잖아"

"네 시간을 가지러 왔다고?"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물어봤다.


"무슨 시간?"


팅커벨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내 코로 날아와 발로 걷어찼다.


"아얏"


시큰함에 눈에서 눈물이 그렁거렸다.


"왜 때려!"


팅커벨은 그런 내 모습이 웃기는지 깔깔대며 웃는다.


"하하하"

"야 거기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난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팅커벨이라며"


팅커벨은 입술을 삐죽 내민다.


"야! 그건 너희들이 내 이름을 지은 거지"

"난 시간 요정이야"


시간 요정이라는 말이 더 황당했다.

지금은 믿지 않는 딸에게 예전에 이빨요정에 관해 이야기해준 적은 있지만 시간 요정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웠다.

팅커벨은 그런 나의 모습을 눈치를 챘는지 말한다.


"당연히 믿을 수 없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네버랜드에서 왔다고"

"거긴 절대 늙지 않는 세계지"

"피터팬이 왜 늙지 않는지 이야기해줄까?"


'그거야 당연히 책의 내용이잖아'라고 반문하다간 또 걷어 차일까 봐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은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들을 버리고 있지"

"난 그런 시간들을 모아 네버랜드의 시간을 조정하는 거야"

"미래로 갈 수 없게 과거도 갈 수 없게 현재의 시간만 존재하도록 말이야"

"이것 때문에 피터팬도 늙지 않고 거기에 사는 애들도 영원히 늙지 않는 거지"


버린 시간을 모은다니 난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나도 거기 가면 늙지 않는 거야?"


호기심 어린 내 질문이지만 팅커벨은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야 그걸 말이라고 해?"

"넌 어른이라 적용이 안된다고"

"멍청한 질문할 거면 어서 잠이나 쳐 자"


팅커벨의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팅커벨은 시간 요정"

"내게 왔으니 내가 버린 시간이 많다는 건데..."


지금 상황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팅커벨이 말한다.


"무슨 속셈이야?"

"무슨 사악한 생각을 하길래 속으로 중얼거려?"


팅커벨의 물음에 흠칫 놀랐다.


"그게 ,,, 아니고"

"네가 나에게 왔다는 건 내가 버린 시간을 많다는 거잖아"


팅커벨이 고개를 끄덕인다.


"난 요즘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변수가 많아 시간을 허비해 고민이 많아"

"그래서 말인데"

"네가 좀 도와줄 수 있어?"


계속 날갯짓을 하니 팅커벨이 방안의 물건을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손짓한다.

그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딸아이가 놔두고 간 인형의 방석이 보였다.

난 검지와 엄지로 방석을 잡고 바닥에 놓았다.

팅커벨은 방석에 사뿐히 앉더니 날갯짓이 힘들었는지 날개를 만졌다.

앉아있던 나는 팅커벨을 향해 엎드려 두 손에 주먹을 쥐고 포개어 턱의 괴었다.


"아휴 힘들어"

"나보고 도와달라니?"

"난 네 시간을 가지러 왔다고 아까 말했잖아"

"네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렇지 말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잖아"

"나 하나 시간을 안 가져간다고 네버랜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 좀 도와줘"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귀여운 표정을 섞어가면서 팅커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웩!, 야 그런 표정 하지 마"

"아침에 먹은 이슬이 넘어오려고 하잖아"

"알았어 알았다고 해주면 되잖아"

"뭘 알고 싶은 건데?"


그녀의 마음이 바뀔까 봐 재빨리 말했다.


"시간관리에 대해서 모든 알려줘"


그녀는 다리를 꼬고 양손으로 방석을 짚었다.

투명한 날개에서 영롱한 빛이 반짝거렸다.


"넌 사람들이 왜 시간에 쫓긴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물음에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물론 하는 일이 많아서 지"


내 대답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녀는


"그 말을 할 줄 알았어"

"하여간 너희들의 생각은 어쩜 거기서 거기니?"

"방금 네가 한 이야기도 까먹다니.... 쯧쯧"

"사람들이 왜 시간에 쫓기는 이유는 시간관리를 안 해서야"

"시간이 모자라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지"

"덕분에 난 풍족한 버려진 시간을 모을 수 있지만 말이야"


그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낸다.

유심히 작은 유리병을 쳐다보았다.

그 유리병 속에는 기다란 금색 끈이 보였다.


"이게 바로 너희 들이 버린 시간이지"

"왜 금색인 줄은 아니?"


설마 이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난 말했다.


"시간은 금이니까..."


그녀는 놀란 눈치였다.


"생각한 것보단 멍청하진 않군"

"그거 처음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터라 말할 수 없었다.

내 표정이 뚱해 보였는지 그녀는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난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대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옆으로 가져다 대고 말했다.


"나도 몰라"


어이없다는 내 표정을 보며 손으로 배를 잡으며 숨넘어갈 듯 깔깔대며 웃는다.


"하하하"

"야! 내가 다 안다는 생각을 버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아마도 너처럼 내 유리병을 보았을 거야"

"그나저나 못된 후크선장도 지금 네 얼굴을 보면 자지러지게 웃을 거야"

"하하하"


그녀의 놀림에 화가 나 입으로 세게 불어볼까라고 생각을 했지만 참아야 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빨리 시간관리 좀 알려줘"


내 말에 그녀는 겨우 웃음을 참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오래간만에 눈물을 흘려보네"

"어디까지 했더라"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하루 시간은 24시간이야"

"누구나 공평하지"

"바쁘다고 시간관리를 잘하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한가하다고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간단하게 하는 사람이야"


"간단히라고?"


"그래 쉽고 단순하게 해야 돼"

"우선 단순하게 하기 위해선 할 일 목록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분류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30분 이내로 잡도록 해봐"

"흔히 계획을 세우는데 적게는 몇 시간부터 많게는 몇 날 며칠을 세우기도 하는데 정말 멍청한 짓이거든"

"뭐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먹고사는 거지만"

"시간관리에 드는 시간보다 그로 인해 아낀 시간이 더 커야 되는 거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습관처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가장 단순하면서 쉽게 계획을 세워야 하지"

"넌 하루 계획이 어떤데?"


그녀의 물음에 난 대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독서하고 운동하고 그리고 출근 그리고 독서, 글쓰기, 운동, 매장에서의 일을 하지"


최대한 간단하게 내 계획을 말했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쉰다.


"어휴,,,, 역시였군"

"아침을 그런대로 잘 활용하는데 문제는 출근 후 네 시간 관리는 엉망이네"

"첫 번째 문제는 막연한 네 할 일이라는 거야"

"그저 독서, 글쓰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선 거지"

"네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매장일 때문에 변수가 많이 생길 텐데"

"그지?"


팅커벨은 내 한마디에 정확히 파악한 것 같았다.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방금에 서도 말한 것과 같아"

"출근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너에게는 그게 가장 먼저야"

"겨울인데 입술이 자꾸 트네"


팅커벨은 말하다가 입이 건조한 지 아주 작은 립밤을 꺼내어 바른다.

그때 코로 들어온 장미향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미안 미안"

"어디까지 했더라"


난 장미 향을 날아가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선순위"


그녀는 한 손으로 머리를 치더니


"요즘 들어 깜박깜박하네"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면 네 시간을 찾게 해 줄 네 가지 무기가 필요해"

"네 가지 무기?"

"그래 네 가지 무기"

"첫째 할 일 목록을 작성해야 되지"

"그 이유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일은 '할 일 목록'에게 맡겨 둔 채 지금 네가 당장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지"

"두 번째는 일정표야"

"자신의 일정을 추적하고 언제 어디에서 어떤 약속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줘"

"세 번째는 주소록이야"

"어지럽게 만들어 놓은 주소록 때문에 찾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제대로 된 주소록이 필요하지"

"네 번째는 메모 노트 작성이야"

"메모용 노트를 따로 마련해서 모든 기록을 거기에 남겨봐"

"그러다 보면 네가 오늘 잘못된 점이나 잘한 점을 찾을 수도 있고 중요한 정보도 쉽게 알아볼 수도 있지"


팅커벨은 메모 노트를 꺼내어 나에게 보여준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원이 버린 시간 가져오기"


그녀는 볼펜으로 줄을 긋더니 이렇게 적었다.


"시원에게 시간관리에 대해 말해주기"


그런 모습을 보고 그녀가 말한 4가지 무기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할 일 목록, 일정표, 주소록, 메모 노트'


팅커벨은 손으로 배를 문지른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아주 작은 소리가 가끔가다 들렸다.

팅커벨은 고개를 들더니 양손을 쭉 피며 손바닥을 보였다.


"너에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배에선 불쌍한 소리가 나네"

"그런데도 넌 내게 무엇 하나 내어주는 것이 없는 것에 화가 나려 해"

"눈치가 없으면 소리치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녀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는 나로서 되물어야 했다.


"그게 무슨 말인데..."


팅커벨은 ' 이놈한테는 비유를 쓰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프다고!!"

"몇 번을 소리로 알려줬는데 그걸 모르네"

"네가 이러면 그냥 확 떠날 수 있어"


그녀가 떠난다는 말에 서둘러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녀에게 줄 음식을 찾았다.

마땅히 줄 음식이 보이지 않았다.

치즈케이크 말고는...

저건 내일 내가 그윽한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사 온 거라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때 팅커벨이 내 어깨 위에 앉더니 말한다.


"치즈 케이크 맛있겠군"


그녀의 말에 '젠장'이라는 소리가 하마터면 입으로 튀어나올뻔했다.


"오! 이런 게 있었네"

"잘 됐어, 이거 정말 맛있거든"


난 최대한 아쉬운 표정을 없애야 했다.


'설마 들키진 않았겠지'


팅커벨은 내 마음은 상관이 없었다. 자신의 배고픔과 치즈케이크를 빨리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치즈케이크를 집어 접시에 담고 방으로 갔다.

어깨 위에서 팅커벨은 내 손에 들려있는 치즈케이크가 구멍이 뚫릴 정도로 쳐다보았다.

치즈케이크가 담겨있는 접시를 방금 전 팅커벨이 앉아있던 인형 방석 앞에 놓았다.

팅커벨은 날갯짓을 하여 내 어깨 위에서 날아올라 방석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가 날아오를 때 몇 가닥의 내 머리카락이 움직임을 느꼈다.


"포크가 마땅한 것이 없는데.. 어떡하지?"


포크가 없다는 내 말에 팅커벨을 괜찮다면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몸속에서 풀로 만든 포크를 꺼낸다.


"작은 몸에 저런 게 다 들어있다니.."

"그래도 몸이 작으니 치즈케이크도 조금 먹겠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착각임을 몇 분 후에 알 수 있었다.

치즈케이크를 다 먹은 팅커벨이 말한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네"

"아 배부르다"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4가지 무기'라고 말해주려고 했지만 팅커벨이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말하지 마!"

"나도 알아"

"4가지 무기까지 했잖아"

"그럼 그 4 기지 무기에 대해 알아보자고"

"첫 번째가 뭐지?"


나는 팅커벨의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대답했다.


"할 일 목록"


그런 내 모습이 기특한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할 일 목록"

"할 일 목록의 임무 중 하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나의 뇌 대신 추적해 주는 거야"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생각해 봐 "

"너의 머리는 그것들로 인해 터지고 말 거야"

"그런 너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할 일 목록을 작성하면 네 머리는 여유 공간이 생겨 지금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그럼 할 일 목록은 언제 해야 할까?"


팅커벨의 물음에 조금 머뭇거렸다.


"그게~~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닌가?"


라고 말하고 있는데 팅커벨이 어느새 눈앞에 날갯짓을 하며 눈앞에 서있었다.


"넌 칭찬해 주면 안 돼"

"에잇"


난 다시 한번 코를 맞았으며 이전보다 더 빨간 코가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알았냐고?"

"기분 내킬 때만 쓰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돼, 목록을 작성하는 의미는 너의 할 일과 의무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추적할 때에만 생기는 거야"

"할 일 목록은 여러 군데에 쓰지 말고 하나로 통합해"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라고"

"그게 핵심이야"


팅커벨은 오른손 검지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인형의 방석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알았으니깐 코는 그만 때려줄래"

"내가 알면 너에게 물어보겠어?"

"모르니깐 물어보는 거잖아"


코끝의 시큼함이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이 말이 나왔다.

난 놀랐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다행히도 팅커벨은 내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니깐 잘하라고"

"두 번째는 일정표 작성이야"

"너희 인간들은 참 이상해"

"자신의 일정표에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만 기록하거든"

"자기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일정표도 자기 것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지"

"일정표에 자신과의 약속부터 채어봐"

"그게 가장 중요하니깐"

"일정표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 이전에 내 일과 맺는 약속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해"


팅커벨은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더니 작은 꽃을 꺼낸다. 꽃을 하늘로 던지자 꽃잎들이 각각 떨어진다.

꽃잎들은 둥근 원을 만들고 그 안에 줄기가 10시 방향의 꽃을 가리킨다.

이는 시계와 같았다.


"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팅커벨은 나를 보며 말한다.


"이건 네버랜드 시간이야, 지금 네가 있는 곳 하고는 시간이 많이 틀리지"

"네버랜드의 하루는 네 시간의 일 년과 같거든"

"서둘러 말해 주고 가야겠는걸"


팅커벨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버랜드의 시간이 그만큼 천천히 간다는 뜻일 텐데 말이다.

지금 나와 있던 시간은 네버랜드에서는 많아야 1분 남짓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더 이상 난 말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주소록 작성이야"

"네가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게 너만의 목록으로 잘 정리하길 바라"

"이건 그뿐이니 넘어갈게"

"네 번째는 메모 노트 작성"

"너는 네 뇌를 믿니?"


팅커벨의 당연한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믿지, 내 뇌를 안 믿으면 어떤 아냐?"


반문까지는 안 할 생각이었는데 아까의 코끝에 시큼함이 조금 남아있었다.


"역시 넌 내 예상을 벗어나진 않는구나"

"인간의 뇌는 매우 경이롭지"

"그건 학자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

"하지만 다양하고 잡다한 정보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저장하는 일에 능숙하지 않아"

"만약 능숙하다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다 천재고 모르는 것이 없을 테니깐"

"넌 독서를 하면 내용이 다 생각나니?"


팅커벨의 물음에 우물쭈물했다.


"어.... 그러니깐 ,,, 아마도 한 50%쯤"


팅커벨이 큰소리로 놀라는 척 말한다.


"뭐!!! 50%씩이나"


난 주눅이 들어 다시 대답한다.


"그게 아니라..... 한 30%"


팅커벨은 다시 한번 큰소리로 말하려다 웃는다.


"자신 없어 하긴.."

"그렇게 자신 없어서 세상 어떻게 살래?"

"뇌가 가진 단기 기억력은 용량과 지속기간 면에서 한계가 있지"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는 것도 이 때문이야"

"메모 습관이 효율적인 시간관리에 중요한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뇌가 할 일을 덜어준다는 것"

"그런데 메모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군데에 메모를 해놓더라고"

"그런 비효율적인 메모는 안 하는 게 좋아"

"시간 관리하려고 메모하는 건데 이런 것은 오히려 시간을 버리는 모양이 되거든"

"메모는 꼭 한 곳에 모아두도록 해"


팅커벨은 방석에서 일어나더니 날개에 물약 같은 거를 바른다.


"요즘 날씨가 건조해져서 날개가 자꾸 갈라져"

"관리를 안 해주면 날다가 떨어질지도 모르니 관리를 해야 해"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제 가려고?"

"아직 가르쳐 줄 것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날개를 문지르는 손을 멈추고 나를 째려본다.


"야! 다 가르쳐주면 난 뭐 먹고살라고"

"이 정도만 해도 네가 말한 50%는 먹고 들어가는 거야"

"더 이상 욕심내지 마 알았어?"


팅커벨의 단호한 말투에 조금 무서웠지만 최대한 내 무기인 보조개를 앞세워 귀여운 40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잉 그러지 말고 좀 더 해주라"

"맛있는 치즈 케이크도 주었잖아"

"그리고 그동안 내 버려진 시간도 많이 가져갔잖아"

"제발~~~ 응~~~ 제발요"


한 손으로는 자신의 눈을 다른 손으로는 '우웩' 하더니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팅커벨은 한숨을 길게 쉰다.


"어휴~~~~"

"알았다고, 그러니 제발 그런 표정은 네 아내한테나 하라고"


'내 아내도 너랑 같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알았어 이제 안 할게"

"그러니 하나만 더 말해줘"


체념한 듯 팅커벨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너에게는 아주 중요한 말일 테니 잘 들어"

"바로 마무리를 잘하라는 거야"

"네가 너를 지켜봤는데 변수가 많은 네 시간이 마무리를 못하게 만들고 있어"

"가령 독서를 하다가 일이 생겨 나갔다가 오면 다시 독서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지"

"하지만 그런 너의 습관이 더 많은 일을 만들기 마련이지"

"너도 알지?"


팅커벨의 물음에 공감이 되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자꾸 미루게 되고 나중엔 일이든 독서든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팅커벨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걱정하지 마 이것만 제대로 하면 네 고민은 없어질 거야"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나중에는 지금보다 더 부족할 것이야"

"무슨 일이든 마무리를 잘할 생각을 해봐"

"특히 시간을 정해 놓고 해"

"무작정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시작 시간과 끝날 시간까지 정해서 하고 여러 가지 일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집중적으로 ,,,,무슨 말인지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팅커벨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다행히 손을 뻗어 팅커벨을 손바닥 위에 놓을 수 있었다.


"야!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 어떡해"

"아휴~~ 놀랬네"


놀란 팅커벨에게


"미안해"

"근데 나 한 가지만 더 물어보면 안 될까?"


팅커벨은 발로 내 손바닥을 찍으면서 화를 내었다.


"또 뭔데?"



"피터팬은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야?"


내 고민과 상관없었지만 평소 궁금했던 터라 망설였지만 물어보았다.


"아 그거 바로 이거 때문이지"


팅커벨은 몸에서 투명 호리병을 꺼낸다. 거기에는 소용돌이치는 반짝이는 금색 가루들이 보였다.


"혹시 금색 가루가 시간이야?"


팅커벨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오!! 대단한걸"

"그래 네 말대로 시간이야"

"이 시간을 혼란의 약을 섞으면 시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은 없어지고 시간만 존재할 뿐이야"

"너의 세계에선 무중력이라고도 하는데... 그것과는 약간 틀리지만 네가 이해하려면 무중력으로 생각하면 돼"


시간으로 날아다닐 수 있다니,.,.. 난 놀라웠다.


"그럼 나도 가루를 묻히면 날 수 있는 거야?"


팅커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긴 시간이 흐르잖아"

"네버랜드에서만 가능해"


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팅커벨은 그런 내 모습이 귀여운지 미소를 지었다.


"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게 뭔데?"


난 놀라 물었다.


"내 사촌이 래프라혼 요정들인데"

"내가 만든 혼란 시간으로 날 수 있는 꿈을 만들고 있지"

"오늘 가서 이야기해놓을 테니 내가 주는 알약을 먹고 너는 빨리 잠을 자"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가면 아마도 그 꿈을 살 수 있을 거야"


쌀알 크기보다 작은 알약을 내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래프라혼', '꿈 백화점', '달러구트'

이상한 말은 늘어놓는 팅커벨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 그게 무슨 말이야?"

"꿈을 살 수 있다니?"

"그럼 내가 그리는 꿈도 살 수 있다는 거야?"


내 물음에 팅커벨은 얼굴을 찡긋거렸다.


"그건 꿈 백화점에서 물어봐"

"그럼 난 가야겠어"

"피터팬이 기다릴 거야"

"안녕 잘 있어"


팅커벨은 몸속에서 하얀 반짝이는 가루를 하늘에 뿌린다.

하얀 가루들은 조그마한 원형을 만들더니 빠르게 회전한다.

원형 안은 다른 세계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난 그곳이 네버랜드인 것을 알았다.

팅커벨은 나에게 손을 흔들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원형은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사라졌다.


"안녕 팅커벨"

"근데 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숨겨놓은 거야"

"하~암"


하품이 밀려왔다.

팅커벨이 준 알약을 먹었지만 먹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을 뒤척이며 난 꿈에 빠져들었다.



이번 서평은 책과 책을 잇는 이야기로 만들려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야기가 잠깐 등장했습니다.

다음 서평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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