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매장 리모델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스탠드 조명 몇 개와 소품 몇 가지가 자리를 잡으면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다.
3주 동안 이어진 고단한 작업, 온몸으로 버텨낸 시간.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무리의 기쁨보다 허전함이 먼저 찾아온다.
완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 속에서, 나는 오히려 그 지난날들이 그립다.
하루하루 지치면서도 설렜다.
무언가를 새롭게 바꾸어 간다는 감각, 내 손으로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실감.
그 모든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 힘듦이 어쩐지 기분 좋았다.
우리는 보통 결과를 위해 산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고,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고단함을 견딘다.
하지만 정작 그 목표에 도착하면, 묘한 공허함이 몰려온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과정’을 놓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에서야 느낀다.
무언가를 향해 걸어가는 그 시간이
결과보다 훨씬 더 나를 나답게 만든다라는 것을 말이다.
3년 전까지 나는 21년 동안 쉴 틈 없이 일했다.
하루도 예외 없이 일터로 나갔고, 휴일에도 전화가 울리면 미련 없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늘 입 밖으로 길고 묵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경제적으로는 조금씩 여유가 생겼지만,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어느 날, 골목 페인트 가게 사장님이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매장에 들렀다.
병원에서 잘못된 당뇨약 처방을 받고 건강이 악화된 그분은,
30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문 닫고 은퇴했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는 아침 10시에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엔 동네 한 바퀴 걷고… 그러다 밤 12시에 잠들지.”
그 일상이 어쩐지 낯설고 쓸쓸했다.
언제나 새벽이면 골목을 쓸던 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시작하던 분이
이제는 시간을 흘려보내듯 지내고 있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은퇴라는 건 단순한 쉼이 아니라, 방향을 잃는 일일 수도 있겠구나.’
이제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가려 한다.
나는 여전히 매장에 출근하고, 손에 공구를 들지만,
그 안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쌓아갈 것이다.
리모델링처럼, 땀 흘리며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이제는 단지 일의 결과가 아니라 나를 채우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나는 목표를 이루고 허전함에 빠지지 않는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떠올리며,
또다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은퇴하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말은 핑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다면,
은퇴라는 이름은 단지 멈춤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시간을 새롭게 채운다.
매장 한편을 정리하면서,
고객을 맞이하면서,
글을 쓰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때는 몰랐던 이 시간, 지금의 내가 참 좋다.
땀이 흐르던 날도, 한숨이 길던 날도,
다 지나고 나니 결국 나를 살아있게 만든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