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에 감정을 바꾸어보았습니다

괜찮아, 오늘의 너도

by 시원시원

내가 머무는 곳엔 늘 시간 방전이 일어난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도 어김없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며, 나는 시간의 에너지를 꾸준히 소모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오늘이 낯설어진다. 나라는 존재는 여전한데,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새로울 것 없는 오늘’이 가끔은 방향을 바꿔 내 앞에 나타난다.


요즘 나의 시간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 걸려 있다. 발은 오늘에 닿아 있지만 마음은 언제부턴가 ‘그때’에 머무르고 있다. 로또 번호를 떠올리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면서도, 정작 나는 과거의 감정 속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매일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일정, 똑같은 생각, 똑같은 후회와 비교. 한때는 남들의 시선 속에서 나를 정의했고, 그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점점 초라해졌고, 시간 방전은 더 빨라졌다.


그런데 오늘, 창밖에 비가 내린다. 그때 내 마음속 감정이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는 속삭이듯 나뭇잎 위를 두드리고, 옥상 위엔 고요가 깃든다. 세상과 살짝 멀어진 듯한 이 순간, 고독이 편안한 쉼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새로움이란, 내 안의 시선이 머무는 방식이다.'


늘 지나치던 길도, 늘 만나는 사람도, 늘 마시던 커피도. 내 마음이 새로움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들은 전혀 다른 오늘이 된다. 특별한 사건이 아닌, 특별한 ‘감정’이 오늘을 바꾼다.


가로수에 손을 얹는 일, 동물에게 말을 거는 일, 창가에 비친 나를 한 번 바라보는 일처럼,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특별한 이유는 오직 하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그 작은 기분 전환이, 나의 시간 방전을 멈추게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창밖을 바라보길 바란다.


지금 당신의 기분은, 조금 괜찮아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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