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JT명-극도의 실용주의자 되기 2. 정혈컵(생리컵)

원래 제일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by cynthia

어쩌다보니 이걸 2편으로 쓰게 되었다.

원래는 가방편을 시작으로 옷, 신발, 침구, 가구 등의 순으로 쓰려고 했는데 제일 나중에 쓰려고 했던 정혈컵을 2편으로 쓰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가장 관련하여 할말이 많기 때문(따라서 분량도 최장길이가 될듯)

그리고 내 삶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꾸어준 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아이템들은 뭐 그닥 남들에게 추천까진,,,나혼자 편하면 됐지 이정도 선에서 끝났는데

정혈컵은 단연코 정혈을 경험하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템이다.


1. 가격(경제성)

2. 쓰레기 문제

3. 편리성(이건 좀 익숙해져야 보장할 수 있긴 함)

4. 위생성

정혈용품에 필요한 이 4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에 가까운 템이기 때문이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타입의 위생용품은 거의 다 써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초경을 시작으로 약 10년간 생리대(일회용)>5~6년간 면생리대 및 탐폰 혼용(극히 드물게 일회용 패드를 사용)>그 이후 3년간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 19년차 생리 인생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참고로 생리 주기는 좀 긴 편이고(40~50일)생식 기관 관련 특별한 질환은 없는 상태이다. 즉 월경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는 상태다.


정혈컵을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한창 에코주의에 관심이 많았을 시절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정혈컵을 사용하신 분들은 아마 환경보호에 앞장서시는 분들인 걸로 기억한다. 그런 분들의 글을 접하다보니 남들보다는 일찍 정혈컵이라는 제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좀 무서웠다. 당시에도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무로 만들어진 키퍼라는 제품이었는데,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약간 거부감이 들어 사용할 마음을 먹진 못했다.


* 물론 지금은 키퍼도 갖고있고 매우 잘 쓰고 있다. 그 때 왜 그랬을까. 글을 쓰다보니 '이걸 좀 더 일찍 경험했다면,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하는 후회의 말들이 아주 많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만큼 정혈컵이 좋은 도구라는 반증과 동시에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한탄도 겸한다. 아무쪼록 뒤에 올 여성들이 이런 후회를 최소한으로 하길 바라면서.



일단 한국에서는 탐폰을 사용하는 비율조차 극히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질에다 뭘 넣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엄청나다. 그러나 실제로 내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본 결과 질에 뭘 넣는 것이 생각보다 그닥 큰 일이 아니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콘택트 렌즈를 넣는 것에도 덜덜 떨면서 그걸 어케해!!!<<이랬으나 나중에는 그냥 별거 아닌거처럼 쑥쑥 탈착하게 되었듯이, 정혈컵 또한 그런 수준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내인생 최초의 정혈컵은 2016년 아직 한국에서 정혈컵이 정식으로 유통되기 전, 스위스 여행을 다녀와서 돌아오는 길에 공항 약국에서 장만한 문컵이다. A랑 B 사이즈가 있었는데 그냥 포장에 만30세 이하 출산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B를 추천한다고 적혀 있기에 B를 산거지만, 사이즈는 그런 것과 그닥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접는 방법과 넣는 방법을 열심히 탐독하여 이론을 정립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정혈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리컵 세계에서의 이론과 실전의 벽은 하늘과 지하 200층 차이였다. 나름 탐폰도 5년 써봤기에 이쯤이야 싶었지만 생각보다 빡셌다. 한 5분정도를 씨름하다가 C 폴드(그냥 제일 기본적으로 반 접는 방법)로 어떻게...(어떻게..?)넣었다. 음 그런데 갑자기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어 그날은 회사에 연락하고 오후출근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건 그냥 극도의 긴장상태였기 때문에 발생한 심리적 문제였다. 생리컵 자체가 사람을 안좋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고 꼬리를 바로 자르지 말고 한번 착용 후 체크한 뒤 자르라는 팁을 봐서 꼬리를 그대로 둔 채로 넣고 몇시간정도 착용을 한 상태였기에 꼬리 끝부분이 계속 질입구쪽에 찔려서 이물감과 아픈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략 이정도 잘라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일단 생리컵을 빼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정혈컵 내에 정혈이 제법 차있었는데(첫날이었으니까) 이걸 요령없이 퐉!빼다보니 정혈이 화장실 바닥에 촥!하고 흩어졌다,,,,,ㅎ,,,,,,,,,,,,아하핳 폭발하는 정혈의 분수...

그때의 당황스러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정혈컵은 수직을 유지한채 살짝씩 잡아당기며 빼야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정혈컵은 입구 부분이 실링을 위해 가장 넓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내면으로 통곡하며 바닥의 정혈을 닦아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정혈컵이 널리 사용되지 않고 일부 사용자들에 의해 입소문 수준으로 퍼진 정도였기에, 이론이래봤자 인터넷 블로그 글 몇개가 전부였다. 게다가'비싼돈 주고 사왔는데(한화로 6만원 넘었음 스위스 물가+카드 결재수수료 크리)이걸 꼭 쓰고 말겠어. 돈버릴 수 없다!'하는 의욕에 불타올라서 어떻게든 이걸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드글드글했다. 그날의 해프닝은 나의 불같은 성격과 제대로 익히지 않은 이론의 콜라보라 할 수 있다. 그날 정혈컵을 못넣었으면 아마 회사도 못갔을 것이다. 쨌든 이런 무대뽀성격이 정혈컵 성공에 큰 원천이 되었다.


그 이후는 뭐 한번 했는데 두어번을 못할까 주구장창 생리컵만 썼다. 탐폰과 면생리대로 절 대 돌아갈 수 없었다(일회용 패드는 나의 세계에서 없는거나 매한가지임). 2달차까지는 약간의 방광 압박이 느껴졌으나(아주 살짝 신경이 쓰이고 화장실을 좀 자주 가고 싶은 현상) 태어나서 느끼지 못한 감각이라 좀 더 예민하게 느껴진 것 같았다. 3달 넘어선 이후로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냥 좀 급하면 후다닥 끼고 어케어케 뽝 넣고 덜 펴진 것도 안에서 잘 컨트롤하여 안착시키는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사용했던 문컵이 다른 컵에 비해 경도가 높아서 좀 단단한 편이기에 방광 압박이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장기 압박이 계속 느껴질 경우 다른 컵으로 바꾸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새는 일??진짜 장담하건대 적응한 이후로는 2년간 단 한번도 없다. 정혈컵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이게 절대 샐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처음에 한 몇 달은 적응하느라 팬티라이너를 병용했는데 나중에는 그마저도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여성용 속옷을 모두 버리게 되었고, 트렁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위생팬티? 방수팬티? 진짜 다 필요없어 트렁크가 짱이야(자세한 스토리는 속옷 편에서 하겠습니다.)


다만, 들어간 이후 실링이 제대로 안되거나 다 안 펴져서 시간이 지나고 뽞!하고 펴질때의 아픔은 아직도 간혹 경험한다. 일하고 있는데 질안에서 뙇하면 표시도 못하고 좀 아프긴 함. 이를 방지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 안에 정확히 안착이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하나, 일하는 중에 잠깐 화장실 온건데 허겁지겁 하다보면 그럴 여유가 없을 때도 많다. 남초직장이다보니 나 정혈한다~하고 광고할 수도 없고, 어차피 정혈기간에는 좀 더 자주 들락거리기도 하니까. 그리고 내 생각에는 안착이 되었다고 해도 나중에서야 펴지는 경우도 있다. 정혈통으로 아픈데 질싸다구까지 당하면 겁내 아픔.




그렇지만 이런 걸 감수하고라도 패드나 탐폰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일단 패드의 불편함은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구린 부분이 너무 많음)

그나마 대안으로 꼽을 수 있는 면생리대의 경우, 세탁이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장기적으로/main으로 사용할 수 없다. 탐폰의 경우 내가 처음 썼을 때는 플레이텍스가 한국에서 유통되었는데 플레이텍스 수출 중단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머국산 탬폰은 진짜 이걸 쓰라고 만들어놨는지 걍 모양만 갖다배낀건지 흡수력 꽝에 마분지 말아넣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독성쇼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상 쇼크는 정말 의학적인 수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 컨디션이 안 좋을때는 매스꺼움이나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간혹 있었다. 그리고 나 외에도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독성 쇼크 이슈로 정혈컵이나 탐폰 등 질 삽입형 제품의 사용을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그것은 세계인구 몇십억 중 한명이라도 발병이 되면 그걸 제품 설명에 포함해야 하기에 그런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약들(소화제나 진통제 같은 것)의 설명서를 봐도 무서운 질병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니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사용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장애를 가진 분들은 정혈컵 등의 대안용품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정혈권 이야기도 많이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정혈컵처럼 높은 장벽을 가진 제품은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부 시절 이런 주제에 대해 팀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험난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애니웨이 저는 아주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패드->탐폰이 센세이션이었다면, 탐폰->생리컵은 레볼루션 급. 그만큼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쓰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나는 수영을 굉장히 좋아한다. 호텔 수영장 가서 너무 재밌어서 3시간이나 놀았는데 엄마가 춥다고 들어가자고 안했으면 5시간도 찍었을 것이다. 쨌든 수영을 다녀야 하는데 정혈은 큰 장벽이 된다. 정혈기간에도 컨디션이 괜찮고 몸에 뭉친 곳 풀고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아쉬울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원래부터 어차피 탐폰을 썼기 때문에 정혈한다고 딱히 못간 적은 없었기 때문이고, 그 전에는 정혈하기 전 초딩때 수영장을 다녔기 때문이다. 쨌든 이전에도 정혈이 굳이 운동에 방해가 되진 않았는데, 기분나빴던 건 탐폰이 물에 불어서 땡땡해진 채로 뺐어야 해서 그게 좀 싫었다. 뭐 그래도 못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정혈컵을 쓰고 나서는 그런 불은 탐폰을 빼야할 일도, 혹시 샐까봐 불안한 일도, 탈의실이나 샤워실에서 실이 삐져나온 걸 다른 사람들한테 보일까봐 주춤거리는 일도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아예 질벽에 착 붙어서 보이지 않으며, 진공상태가 되기 때문에 공기를 빼기 전까지는 내려올 일도 없다.


그 이후 최고의 장점은 단연코 공간 문제이다. 자취를 오래 한데다 학생 시절 자금이 부족할 때에는 패드를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서 몇달 치를 방에 보관해 두곤 했는데, 패드 포장 자체가 완전 밀봉 형태가 아니고 잘 뜯어지는 형태라 외부 오염에 취약한 구조였다. 제일 열받는 것은 안그래도 좁은 방에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사실. 그러나 정혈컵을 쓰고 나서는 그런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그냥 파우치에다 넣어 놓고 정혈이 오기 전 쯤에 한번 소독 혹은 세척한 다음 바로 쓰면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그리고 정혈 기간에 밖이나 친구집에서 패드나 탐폰의 쓰레기 처치가 매우 곤란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특히 패드의 경우 돌돌 잘 말아서 처리한다고 해도 결국 냄새가 나서 내가 정혈한다는 것을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꼴이 되었는데, 이제는 냄새 문제도 없다. 정혈기간 냄새를 유발하는 것이 실제 내 피가 아니라 흡수체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어찌나 화가 났던지. 사람 피에서 그렇게 구린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장점이 있다(언제 끝나??). 피를 어딘가에 흡수하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생리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검붉은 피가, 어떨 때는 점성이 높은 피가, 어떨 때는 정말 새붉은 색의 피가. 컨디션과 식사, 운동량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특히 생각보다 식생활이 관련이 굉장히 높음). 패드나 탐폰으로는 전혀 모니터링 할 수 없는 정혈 그 자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기존에는 어딘가에 흡수해서 빨리 버려야하고 바로 다른 패드나 탐폰으로 갈아버리는 1회용의 경험이었다면, 정혈컵 이후의 생리는 좀 더 '자연스러운 신체현상', '생식을 할 수 있는 몸으로서 주는 신호'라는 느낌이 강하게 받았다. 그러다보니 생리가 다가오는 걸 온 몸으로 느끼게 되고 신호가 오면 생리컵을 들고다니면서 생리가 시작되는 것을 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생리통도 줄고 생리기간도 단축되었다.


금전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다. 물론 골든컵을 찾기 위해 조금 투자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난 일단 두번째만에 찾아버림(...) 학생 때 일회용 패드를 사놓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는데(안그래도 우리나라 패드는 가격이 세다.) 오히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금도 먼슬리로 추가로 돈 나갈 일이 없으니까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 되는 옵션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정혈이 늦어지면 '생리대값 굳었다'고 좋아했는데 아니 사실 늦어지는게 좋은 신호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돈때문에 그걸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여기까지는 실제적인 내용이었고, 아래는 정혈컵을 사용하게 되면서 바뀐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하던게 왜 패드를 숨겨야 하지?왜 패드만큼은 다른 물건과 다르게 검은 봉다리에 넣어준 걸까?물론 세상에다 떠들썩하게 광고할 필요까지야 없겠다만 생각해보면 그냥 휴지 사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생식기관에서 배출되는 피라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이 성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혈은 사실 성적인 것과는 별반 관계가 없다. 그냥 한달정도를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신체활동이다. 성적인 것이라기보다 생물학적인 부분에 더욱 가깝다. 이것을 굳이 '여성'의 '생식기관'에서 나오는 피니까 숨겨야 하고, 드러내지 않고, 성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기괴하다. 정혈컵을 쓰고 난 후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때문에 되려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온 세상 사람들 다 보라고 덤블링을 하면서 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정혈용품이니까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숨겨야지', '이건 남들에게 보이면 민망한거야' 하는 시각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이런 시각들이 오히려 정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일상 그리고 자연스러운 신체의 변화를 이상하게 왜곡시키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정혈컵을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정말로 포궁이, 질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처음 정혈컵을 쓴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온 반응이 '더럽다'는 거였는데, 포궁과 질은 그냥 내 신체기관이고 내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데 뭐가 더럽지?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한 경험이 앞서 말했던 '1회용'으로 몇십년동안 각인되어 왔기에 그런 느낌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정혈컵을 사용해보면 그냥 내 피이고, 내 질이다.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변과 대변이 나오는 기관과 가까운 곳에 있어 그렇게 느끼는 걸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정혈의 실제 모습을 보면, 말 그대로 '깨끗한 피'이다. 그것이 더럽다는 생각이 이젠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여성학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서 '자신의 성기를 보고 그리기' 과제가 있다는 걸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걸 듣고 난 여성학 못듣겠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안들은게 엄청나게 후회된다.)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성기도 다른곳보다는 프라이빗한 부위라는 것 외에는 다른 신체부위와 특별히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감히 성기를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했고, '질에서 피가 나온다'는 것 외에 내 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느정도의 깊이를 가진 기관인지 잘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뒤쪽으로 약간 굽어있고 약 6.5센티정도의 길이를 가졌다는 것을. 난 키가 아주 작지만 체구가 질 길이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것도. 그냥 내 코나 손가락, 귀처럼 겉으로 잘 보이는 기관과 마찬가지로 길이는 어느정도에 어떻게 생겼다는 이해를 하게 되니 좀 더 아끼고 사랑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건강검진 때 질초음파와 난소검사를 받기로 했다(이것 관련해서도 아주 할 말이 많은데,,,관련 글을 3월에 따로 쓸 예정).




'정혈'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십수년을 1회용의 경험으로 대충 때우다가, 이제서야 내 몸을 더 알고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조금은 후회가 된다. 좀 더 어릴때 접했으면 더욱 빨리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혈용품 바꾼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만큼의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리고 앞으로 약 20여년을 더 피흘리며 살아야하는데 앞으로는 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더더욱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패드를 쓴 기간보다 정혈컵을 쓸 수 있는 기간이 더욱 길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레 느껴진다.


앞으로도 이 놀라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나누고 싶기에, 이 당연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긴글을 썼다. 누군가에게는 불쾌할지도, 굉장히 사적인 내용을 누설하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입장에선 부끄러운 것도 없고 별로 숨길 마음도 없다. 그냥 한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정혈과 정혈컵에 대해 접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정혈컵이 '극도의 실용주의자 프로젝트'로 들어간 것은 쓰레기 문제와 공간 차지, 금액적 부분, 위생 문제 때문이었다고 정의했지만,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좋은 점들이 있어서 아마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을 바꾸어준 정혈컵, 감히 <극도의 실용주의자 프로젝트>를 실현시켜준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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