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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카츠 나베와 나의 첫 위로

나의 첫 알바와 따뜻한 음식

by 미죠떼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뭐든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는 아빠의 지지 덕분이었다. 엄마는 아직 어린 내가 사회에 나가는 걸 걱정했지만, 나는 용기를 냈다. 중학생 시절, 백화점 식품관에서 시작한 첫 알바는 내게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낯설다는 걸 금세 실감하게 해 줬다.


처음에는 손님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더 무서웠다. 말을 건넬 타이밍조차 몰라 며칠을 조용히 눈치만 살폈다. 반찬을 쏟고는 화장실에 숨어 울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나는 일의 흐름을 배우고, 틈틈이 손님들과도 서툴게나마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시험이 끝난 뒤 짬짬이 알바를 이어갔다. 그중 일식 돈까스를 파는 매장에서 친구의 소개로 일하게 된 곳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친구가 친구를 데려오고, 또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소개하며 우리 고등학교 학생들이 바통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나는 혼자 그 식당에서 일을 했지만, 어느새 식사 시간마다 돈까스를 먹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눈치가 보여 가장 기본적인 로스까스만 조심스레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뉴 하나하나가 궁금해졌다. 매콤 달콤한 철판 매운 돈까스, 달달한 고구마무스에 치즈가 듬뿍 올라간 고구마치즈돈까스, 그리고 지금도 유난히 그리운 김치돈까스 나베.


일이 끝난 저녁, 조리실에서 종이 포장에 싸 온 돈까스를 들고 자취방에 돌아오면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 작은 방 안에서 우리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어느 날은 누군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흉내를 내며 모두를 웃겼고, 또 어느 날은 하릴없이 옛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다들 힘들고 지쳤지만, 그 순간만큼은 힘든 일도 잊을 수 있었다.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는 낯선 환경에 긴장하고, 실수도 잦았다. 서툴러서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저녁 시간이 큰 힘이 됐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방 안에서 친구들과 나눈 웃음과 작은 위로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알바 일에 익숙해졌고, 일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뜨끈하게 끓여 나오는 김치돈까스 나베는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나에게 작은 위로였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익은 김치의 시큼한 향이 먼저 올라오고, 고소한 육수와 어우러져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살짝 눅눅해진 돈까스는 국물 맛을 머금어 부드럽고 진해졌으며, 김치의 매콤한 감칠맛이 혀끝에서 은은하게 번져 속을 깨우는 듯했다. 그 아래 깊숙이 깔린 우동면은 마지막까지 뜨거운 온도를 간직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면을 건져 한입 먹으면 그 따뜻함에 속까지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 그 돈까스는 단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마음을 채우는 한 끼였고, 위로였으며, 익숙함이었다. 그리고 곁을 지켜준 친구들과의 소중한 연대이기도 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따뜻한 음식 한 입이, 누군가에겐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지금도 김치나베를 끓일 때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일 끝내고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오던 내 모습, 기다려주던 친구들의 웃음, 그리고 그 안에 녹아 있던 ‘같이’라는 온기.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


나베.jpg


돈카츠 김치나베 레시피


재료 (1~2인분)

<돈카츠>

돼지등심 100g

소금, 후추

베타믹스 (또는 밀가루 + 계란 + 빵가루)

빵가루


<나베>

잘 익은 김치 1팩

대파 ½대

양파 ¼개

팽이버섯 약간

쑥갓 한 줌

체다치즈 1장

우동면 1인분


<육수>

물 3컵

다시마 1조각 (5x5cm)

쯔유 3큰술


만드는 법

1. 돼지등심은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밑간 해둔다.

2. 냄비에 물 3컵과 다시마를 넣고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뒤, 다시마를 건져내고 쯔유 3큰술을 넣어 간을 맞춘다.

3. 양파와 대파는 얇게 슬라이스 하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한 뒤 결을 나눠두며, 쑥갓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4. 밑간 한 돼지등심에 베타믹스를 묻힌 뒤 빵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겨낸다.

5. 육수에 김치, 양파, 대파를 넣고 끓인다.

6. 국물이 끓어오르면 우동면과 팽이버섯을 넣고 면이 익을 때까지 끓인다.

7. 면이 다 익으면 튀겨놓은 돈카츠를 얹고, 그 위에 체다치즈를 올린다.

8. 마지막으로 쑥갓을 얹어 불을 끄고, 기호에 따라 후추를 살짝 뿌려 마무리한다.



tip: 베타믹스는 밀가루와 계란이 섞인 튀김옷 믹스로, 없을 경우 밀가루 → 계란 → 빵가루 순으로 입혀도 되고, 시판 튀김가루와 물로 반죽을 만들어 사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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