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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명란의 변신, 아보카도 명란 파스타

짭조름한 전통, 오늘의 스타일로 해석하다.

by 미죠떼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란젓'. 통통하며 연한 분홍색의 먹음직스러운 자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한다.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의 일종으로, 포슬포슬한 식감과 짭조름한 감칠맛이 매력이다.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구워 먹거나 밥에 비벼 먹는 것부터 계란찜, 알탕, 볶음밥 등 조리법의 폭이 넓다.


일본 요리에서도 명란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오차즈케, 계란말이, 파스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특히 명란크림파스타나 쯔유와 버터를 곁들인 명란파스타처럼 일본식 퓨전 요리는 명란의 짭조름한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멘타이코(明太子)’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명란을 일본 음식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사실 명란젓은 엄연히 한국의 전통 식재료다. 조선시대부터 명태를 활용해 만든 젓갈로, 식재료를 보존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부산, 통영, 속초 등지에서는 명란젓이 여전히 지역 특산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명란의 일본 내 인기는, 해방 이후 재일동포들이 한국의 젓갈 문화를 전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 명란젓에 매운맛을 가미해 현지화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멘타이코'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나 역시도 명란이 일본 식재료인 줄 알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전통 식재료가 타국의 식탁에서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도,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덜하다는 현실이 아쉽게 느껴진다. 단순히 추억의 반찬을 넘어서, 명란은 다양한 현대 요리에 어울릴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다.

개인적으로는 ‘아보카도와 명란’의 조화를 무척 좋아한다. 기름지고 밍밍한 맛의 아보카도와 짭짤한 명란이 만나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 둘을 활용한 파스타는 간단하면서도 맛과 식감, 영양까지 모두 갖춘 메뉴다. 명란 특유의 감칠맛이 크림과 만나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여기에 아보카도의 담백함이 어우러지면 별다른 재료 없이도 근사한 한 접시가 완성된다.



자칫하면 명란에서 나는 비린 향도 우유나 크림, 올리브유 등을 더해 부드럽게 잡아줄 수 있다. 치즈를 한 조각 얹거나, 쪽파나 김을 송송 썰어 올리면 식감과 향이 더욱 살아난다. 이 요리는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조합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 먹게 된다. 다음 페이지에 내가 즐겨 만드는 아보카도 명란 파스타 레시피를 함께 소개한다. 명란이 가진 가능성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다.


이처럼 전통 식재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조명하고, 단순한 향토음식에서 나아가 창의적인 조합으로 즐기려는 노력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명란뿐 아니라, 우리 식탁에 늘 존재하던 재료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자주 쓰이며, 더 다양하게 즐겨지기를 바란다. 식재료 하나에도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맛의 깊이를 되새기며 우리의 음식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가꿔 나갔으면 한다.



재료 (1인분 기준)

스파게티 면 80g

명란젓 1~2개

아보카도 1/2개

양파 1/4개 (채썰기)

마늘 3쪽 (편 썰기)

우유 200ml

생크림 100ml

달걀 1개 (수란용)

그라나 파다노 치즈 1T (또는 파르메산 치즈)

올리브유, 소금, 후추 약간

면수 1컵 (삶은 면 물)


조리 순서

1.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스파게티 면을 6분간 삶습니다.

2. 삶은 면은 올리브유에 버무려 두고, 면수 1컵도 따로 준비합니다.

3. 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썹니다.

4. 아보카도는 얇게 슬라이스 합니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양파를 볶습니다.

6. 향이 올라오고 살짝 색이 나면 삶은 면, 면수, 명란젓을 넣고 잘 섞으며 끓입니다.

7.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부드럽게 농도를 맞춰줍니다.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

8.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넣어 고소함을 더합니다.

9. 냄비에 물을 끓이고 소금과 식초를 소량 넣습니다.

10. 약불로 낮춘 뒤 달걀을 조심히 넣고 2분 30초간 익혀 수란을 만듭니다.

11. 완성된 파스타를 접시에 담고, 위에 아보카도 슬라이스와 수란을 올립니다.

12. 취향에 맞게 치즈나 쪽파, 김가루 등을 추가해 마무리합니다.


명란젓의 짠맛에 따라 소금은 적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아보카도는 너무 익지 않은 상태가 슬라이스 할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수란이 어렵다면 반숙 프라이드에그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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