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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매운맛 황비홍 새우볶음

입안에서 얼얼하게 터지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한 접시

by 미죠떼

“아, 땀 좀 흘려야겠다! 안 되겠네.”유난히 마음이 무거운 날이면, 나는 자연스레 마라를 떠올린다.

얼얼하고 매운 그 맛.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면 늘 그 녀석이 생각난다. 마라는 어느샌가 우리 일상 속 깊이 들어와 있다. 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떡볶이, 마라 컵라면까지—이제는 마라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麻)’는 산초의 얼얼함, ‘라(辣)’는 고추의 매운맛. 입안 가득 퍼지는 강한 자극은 맵찔이들에겐 도전이고, 매운맛 애호가들에겐 중독이다.


처음 마라탕을 먹었을 땐 솔직히 당황했다. 뭐랄까,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맛에 '이게 무슨 맛이지?' 싶었달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 지나니 또 생각나는 거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점점 마라를 찾게 되었고, 이젠 ‘스트레스받은 날 = 마라’ 공식이 내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건, 볶음 스타일의 마라 요리다. 바삭하게 튀긴 새우에 황비홍 고추 부각을 넣고 마라 소스로 볶아낸 ‘마라 황비홍 새우’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메뉴다. 고소하고 달큼한 고추부각, 바삭한 새우, 얼얼하고 매콤한 마라가 입 안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콧물이 찔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그게 또 좋다. 땀과 함께 쌓인 감정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요리하는 입장에서 마라는 꽤 섬세한 재료다. 산초를 너무 넣으면 씁쓸하고, 향신유는 온도에 따라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 그 미묘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마라 요리의 묘미이자, 나에게 주는 작은 힐링이기도 하다. 다행히 요즘은 시판 마라소스와 향신유가 잘 나와 예전처럼 일일이 비율을 맞출 필요는 없다. 조리는 쉬워졌지만, 여전히 ‘맛있게’ 만들려면 감각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선 마라탕 먹고 탕후루로 마무리하는 게 인기 코스였다던 데, 부모님들은 꽤나 걱정하셨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그 마음, 솔직히 좀 알 것 같다. 입안은 얼얼하지만 기분은 가벼워지는 그 느낌. 어쩌면 마라는 ‘먹는 자극’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극’ 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매콤하게 휴식한다. 뜨겁고 얼얼한 한 입으로, 묵직한 하루를 데워본다.

마라 한 그릇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진하고 오래간다.



입안에서 얼얼하게 터지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한 접시


재료

새우 15마리

황비홍 고추부각 70g

마늘종 5g

마늘 3알

생강 1톨

대파 1/8대


양념

고추기름 1T

마라소스 1T

굴소스 1/2T

간장 1t

설탕 약간


만드는 법

1. 새우는 깨끗이 씻어 수염과 뿔을 제거한 뒤, 소금·청주·후추로 밑간해 잠시 둔다.

2. 마늘종은 4~5cm 길이로 썰고, 마늘과 생강은 편으로 썬다. 대파는 송송 썬다.

3. 비닐봉지에 새우와 전분가루를 넣고 고루 흔들어 튀김옷을 입힌 뒤 바삭하게 튀겨낸다.

4. 팬에 고추기름과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 생강, 대파를 넣어 약불에서 향을 낸다.

5. 향이 올라오면 튀긴 새우를 넣고 볶다가 붉은빛이 돌면 마라소스, 굴소스, 간장, 설탕을 넣는다.

6. 간이 맞춰지면 마늘종을 넣어 함께 볶고, 마지막에 황비홍 고추부각을 넣어 10초간 살짝 볶아 마무리한다.


Tip!

황비홍 고추는 오래 볶으면 탄 맛이 나니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아요.

마라소스의 염도가 제품마다 다르니 간장은 조금씩 조절하세요.

새우는 껍질째 사용하면 풍미와 식감이 더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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