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덮밥과 황금송이버섯 된장국
나는 밸런스 게임을 좋아한다. 터무니없는 선택지를 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하나를 고르는 그 과정이 재미있다. 어떤 건 끙끙대다 겨우 고르고, 어떤 건 질문을 보자마자 바로 답이 나올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평생 육류만 먹기 vs 평생 해산물만 먹기’. 이 질문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산물!”을 외친다. 물론 고기도 좋아한다. 삼겹살도, 갈비도, 치킨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회, 생선구이, 조개, 개불, 해삼… 이런 해산물들을 포기할 순 없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나와 할아버지는 늘 '생선 귀신'이라 불렸다. 할아버지와 나는 그야말로 생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신선한 생선회의 맛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할아버지는 항상 "이 회가 얼마나 신선한지 알아?" 하시며, 내게도 생선의 본 맛을 알게 해 주셨다. 그때의 그 맛이, 나의 해산물 사랑을 키운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름마다 가족과 함께 포항으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의 바다 내음 나는 시장 골목은 언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다. 물결에 부서지는 햇살 속, 바다의 푸른 물결은 반짝이며 내 마음을 흔들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거센 파도 소리와 상인들의 활기찬 외침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신선한 생선, 조개! 회, 회!’, 시장 사람들의 소리가 귀를 간질였고, 그 옆에서 아빠와 할아버지, 그리고 나는 작은 상자에 담긴 생선 한 마리를 곰곰이 살피고 고르곤 했다.
상인들의 손길은 빠르고 정확했다. 한 손으로 회칼을 휘두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생선의 특징과 신선함을 설명해 주셨다. 그들의 얼굴엔 자부심이 느껴졌다. 회가 담긴 접시를 아빠가 내게 밀어줄 때, 그때의 고소한 향과 신선한 맛은 아직도 내 입 속에 생생하다. 그 순간의 바다 내음과 함께 먹었던 회 한 점은, 나에게 바다와도 같은 기억이 되었다. 또한, 그때 할아버지는 “이렇게 신선한 회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며, 나는 어릴 적부터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게 됐다. 해산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할아버지 덕분에 더욱 커졌다.
이렇게 모든 생선을 사랑하지만 좋아하는 종류를 딱 세 가지만 고르라면, 그중 하나는 단연 연어다. 시장에 가서 볼 수 있는 생선은 아니지만 크면서 비교적 접하기 쉬워 자주 먹게 되었다. 회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으면 촉촉하고 고소한 기름이 배어 나온다. 잘 구워낸 연어에 살짝 바삭한 껍질과 살점을 한입에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오마카세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연어머리구이도 일품이다. 그중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어 좋아하는 방식은 바로 연어 덮밥이다. 밥 위에 잘 익힌 연어를 올리고, 송송 썬 쪽파를 솔솔 뿌린다. 고추냉이를 살짝 얹어 젓가락질을 하면, 그 향이 코끝을 톡 쏜다. 거기에 좋아하는 버섯들을 함껏 담은 된장국 한 그릇을 곁들이면, 여기가 바로 나만의 작은 일식당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하나씩 차려놓고 앉으면, 그 순간덕에 하루가 행복해진다. 쓰는 지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음식을 통해 나는 언제나 기억 속의 그 여름을 떠올린다. 바다 내음과 함께했던 시장 골목, 할아버지와 아빠와 함께 고른 신선한 회, 그리고 나만의 작은 일식당에서의 한 끼가 내게는 그 어떤 여행보다도 특별하다. 음식은 단순한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잊지 못할 순간들을 되살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그리운 사람들과의 연결을 느끼게 한다.
<연어 솥밥 양념장>
간장 3T
미림 1T
다진 마늘 1t
다진 생강 1t
다진홍고추 1개
매실청 1T
참기름 1T
연어 100g
불린 쌀 1C
쪽파 반줌
다시마 1장
홍고추 1/2개
소금, 후추
톳 1T
표고버섯 1개
황금송이버섯 10g
1. 연어는 소금, 후추 밑간 한 뒤 달군 팬에 구워준다.
2. 냄비에 물 2C, 다시마 1장을 넣고 끓인 뒤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는 빼고 가쓰오부시를 5분간 우려 가쓰오다시를 만든다.
3. 표고버섯은 편 썰어준다. 톳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4. 냄비에 불린 쌀과 가쓰오다시를 동량을 넣어 준다. 간장 1t, 미림 1t도 잘 섞고 표고버섯을 위에 깐다.
5. 중강불 3~4분 -> 약불 7~9분-> 확인하기 -> 뜸 3~5분 동안 가열해 밥을 짓는다.
6. 밥 뜸을 들일 때 구운 연어와 볶은 황금송이, 톳을 밥 위에 얹어 뜸을 마무리한다.
7. 쪽파는 송송 썰어주고 홍고추는 씨를 제거해 다져준다.
8. 밥 위에 쪽파를 얹고 구운 연어를 올려준다.
9. 분량의 양념장을 만들어 연어를 으깨어 밥과 비벼 먹는다.
두부 1/4개
가쓰오부시 5g
잘린 미역 1/2T
대파 1/8개
미소 된장 1T 가득
다시마 직경 7cm
느타리버섯 10g
미니 새송이 버섯 10g
시치미 3g
1. 잘린 미역은 찬물에 불려준다.
2. 느타리와 새송이 버섯은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3. 두부도 작은 크기로 썰어준다.
4. 대파는 송송 썰어준다.
5. 냄비에 찬물 1.5C, 다시마, 가쓰오부시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6. 끓으면 다시마는 버려준다.
7. 다시마육수에 된장을 풀어 준다. (청주 1T)
8. 준비한 재료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완성한다.
9.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춰준다.
10. 기호게 맞게 시치미를 뿌려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