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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 시원한 맛이 일품! 깍두기

깍둑깍둑 퍼지는 경쾌한 소리

by 미죠떼

무를 네모나게 깍둑 썰어 만든 깍두기는 고춧가루와 양념에 잘 버무려진 한국의 전통적인 김치 중 하나다. 예전부터 한국인들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었듯, 이 깍두기 또한 국밥집에선 빠질 수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나는 국밥을 먹으러 가면 가장 먼저 깍두기 맛부터 살핀다. 깍두기가 맛있어야 국밥의 맛도 제대로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국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깍두기가 맛없으면, 그 뜨끈한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하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깍두기가 맛있는 국밥집은 항상 우선순위가 된다.


깍두기는 특히 가을에 담그면 더욱 맛있다. 가을 무는 단단하고 영글어, 김치로 만들기에 최적이다. 그 크고 단단한 무를 하나하나 썰어 담다 보면, 다음 해 김치 걱정은 없을 만큼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무를 다듬고 썰어가며, 문득 어릴 적이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은 항상 가을과 함께 찾아온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무는 더욱 단단해지고, 그 맛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풍부해진다.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 있을 때 우리가 쌓아온 경험처럼, 그 맛은 깊고 진해지며, 우리에게 더 큰 의미를 전달해 준다. 깍두기는 그런 의미를 담은 음식이다. 그 무 한 조각에는 계절의 맛, 손의 기억, 그리고 시간이 담긴다. 단순히 입맛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며 몸이 약한 친구를 '깍두기'로 빼주곤 했다. 그 친구가 숨을 곳을 찾지 못할 때, 나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 친구를 숨겨주었다. 그때의 내가 마치 깍두기처럼, 네모나고 눈에 띄지 않게 그 자리를 지켰다. 마치 가을무가 영글어 단단해지는 것처럼, 내가 그 친구를 지켜준 기억도 단단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 작은 행동이 그 친구에게는 큰 의미였던 것처럼, 지금의 나에게도 그때의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 있다.


깍두기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요리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안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세대 간의 전통, 그리고 한국인들의 정서가 담겨 있다. 매해 가을이면 어머니는 나와 함께 깍두기를 담그며, 나는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기억한다. 어머니는 큰 다라이에 썰어 놓은 무를 넣고, 묵직한 팔로 한참을 저으셨다. 그 곁에 앉은 나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한 조각씩 양념을 묻히며 따라 했다. 그 손길은 단순히 무를 썰고 양념을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는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음식이 단지 입으로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깍두기는 단순히 국밥의 반찬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억은 내게 무언가 깊고 따뜻한 의미를 지닌다. 숨바꼭질에서 그 친구를 대신 숨겨준 기억이, 가을에 담그는 깍두기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진하고 깊은 맛을 내듯이, 지금까지 나를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의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와 함께 깍두기를 만들 때, 우리는 그저 조용히 손을 맞대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마치 무와 양념이 서로를 배합하듯, 우리도 서로의 이야기를 섞고 마음을 나눈다. 그때 나는, 음식이 주는 따뜻함과 의미는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깍두기를 담그지 않지만, 그 기억이 나를 지탱해 준다. 어느새 나도 내 가족에게 그 따뜻한 기억을 전하려 한다. 깍두기의 맛 속에서,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며, 나는 또 하나의 전통을 이어간다. 깍두기를 만드는 과정과 그 맛이 내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며, 음식이 사람을 이어주는 힘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깍두기를 사랑하며, 그 맛 속에서 마음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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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레시피


재료

무 350g

미나리 5g

쪽파 3g

홍고추 1개

절임 재료

소금 1큰술

설탕 1/2큰술


양념 재료

고춧가루 4큰술

멸치 액젓 1/2큰술

참치 액젓 1/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매실청 1큰술

새우젓 1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간 맞춰가며 가감)

설탕 1작은술~ (기호에 따라 조절)


조리 순서

1. 무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네모 모양으로 썬다.

2. 썬 무에 소금(1큰술)과 설탕(1/2큰술)을 넣고 골고루 섞어 30분간 절인다.

3. 미나리와 쪽파는 송송 썰고, 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4. 위의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5. 절인 무의 물기를 약간 빼고, 손질한 야채와 양념장을 넣어 고루 버무린다.

6.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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