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어울리는 샌드위치 레시피
나른한 주말, 슬그머니 눈을 뜬다. 어젯밤, 다음날이 휴무인 게 아까워 졸린 눈을 붙잡고 새벽까지 버티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매일 출근 때문에 일찍 일어난 탓인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점심까진 쭉 잘 작정이었는데 말이다.
요 근래 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났다. 몇 달을 끌어오던 일이라 정말이지 한시도 마음 편할 틈이 없었다. 퇴근해도 퇴근한 게 아니었고, 침대에 누워도 머리는 계속 돌아갔다. “이건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까”, “내일 회의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내 표정도 점점 굳어갔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회의는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이메일 하나에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주말에도 회사 노트북을 켜지 않으면 불안했고, 카톡 알림음만 들어도 심장이 철렁했다. 몇 번은 속이 너무 쓰려서 새벽에 일어나 우유를 찾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됐다. 그러다 결국 위염 진단을 받았고, 얼굴에는 트러블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붓고 예민해진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도 지쳐갔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아무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일들도 여느 일과 다를 것 없이 끝은 온다. 드디어 제대로 ‘휴일다운 휴일’을 맞이한 오후는, 정말이지 잘 쉴 거다. 집순이인 나에게 잘 쉴 수 있는 공간은 역시 집이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홈카페를 차리기로 했다.
부엌으로 슬금슬금 걸어 나와 커튼을 젖히니, 창밖으로 햇살이 환하게 쏟아진다. 먼지조차 금빛으로 빛나 보이는 오후. 따뜻한 햇살이 바닥에 사각형으로 내려앉고, 그 위로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몸을 뉘이고 싶어진다.
커피를 내리기 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한다. 요 근래 야근한다고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내 몸을 위해, 잘 익은 아보카도를 하나 꺼낸다. 냉동 아보카도를 사고 바빠서 먹을 틈이 없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 순간이다.
토마토는 큼직하게 썰고, 양파는 잘게 다진다. 빵을 팬에 굽는다. 겉면이 서서히 노릇해지고 고소한 향이 부엌을 가득 채운다. 아보카도는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으깬다. 그 말랑한 감촉이 느껴질 때마다 괜히 기분도 같이 말랑해지는 것 같다.
건강한 재료들이 알록달록 접시에 담기자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고소하게 구운 빵 사이로 재료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먹기 전에, 예쁘게 꾸며 사진도 몇 장 남긴다. 나만을 위한 요리, 나만을 위한 작은 보상. 나는 그동안 내게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매번 다짐하지만, 오늘은 진심이다. 나를 더 잘 챙기고 싶다.
이제 커피를 내릴 차례다. 드립포트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유독 좋아졌다. 아무 소리 없이 바닥을 적시는 물방울, 커피 가루 사이를 천천히 적시는 향기. 이 몇 분은 내 하루에서 가장 고요한 순간이다. 잔잔한 재즈를 틀었다. 느리게 흐르는 선율이 집 안을 감싸고, 마음도 그 속에 가라앉는다. 커피 한 잔, 샌드위치 한 입.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이 다정하게 테이블 위를 덮는다.
정말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십 개의 메일과 알림에 정신없이 허덕였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잠시 멀어져 있다. 하지만 이 평화도 곧 끝날 것이다. 다시 출근하고, 다시 바쁠 테고, 또 지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 같은 시간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휴일에도, 그다음에도, 나는 나를 위한 루틴을 하나씩 쌓아갈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후는 저물어간다. 따뜻하고 고요한 이 순간이 내 안에 오래도록 머물러주기를 바라며, 나는 또 한 입, 샌드위치를 베어 문다.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날, 간단하지만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오픈 샌드위치.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아보카도와 상큼한 레몬의 조화가 무기력한 하루에 기분 좋은 리듬을 선물해 준다.
아보카도 250g
양파 1/4개
마늘 2개
토마토 1개
레몬 1/2개
오트밀 브레드 2장
치커리 3g
햄 슬라이스 3장
사워크림 1t
마요네즈 2T
머스터드 1t
설탕 1T
레몬 or 라임즙 1T
1. 아보카도는 포크 또는 숟가락으로 으깬다
2. 토마토와 양파는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3.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 마늘, 토마토, 파슬리 가루를 넣고 섞는다.
4. 레몬즙,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5. 새우를 소금, 후추로 간해 노릇하게 구워 곁들여도 좋다. (선택 사항)
6. 빵에 준비한 소스를 바르고, 과카몰리 → 치커리 → 햄 슬라이스 순으로 올린다.
7. 기호에 따라 스리라차 소스를 살짝 곁들여 마무리한다.